제3지구 1
윤재호 지음 / 마인드마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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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구 1》, 윤재호 지음

영화감독이기도 한 윤재호 작가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단권으로 출간되었던 장편소설 《제3지구》(2022년)를 이번에 3부작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이미 완성된 이야기에 다시 펜을 든 이유가 궁금했는데 1권을 읽으며 그 확장된 세계의 깊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프롤로그

“지구는 어떠란 대재앙에 의해 순식간에 멸망하지 않았다. 대신 인류는 탐욕을 연료 삼아 꾸준하고 부지런하게 파멸의 길로 달려갔다.”

“하지만 인류는 자신의 탐욕을 반성하기보다 지구를 포기하는 것을 택했다.”


인류는 지구를 버리고 화성을 거쳐 새로운 행성 ‘제3지구’에 정착한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계급 구조가 반복된다. 작품은 이 불평등한 세계 속에서 저항하는 사람들의 투쟁을 그린다.

작가가 가진 상상력이 돋보이는데 ‘브레인 피커’라는 장치는 사람의 신경망을 통해 정보를 추출하고, ‘재생 액체’는 부상을 회복시킨다. 격투라는 다소 투박한 소재를 쓰면서도 첨단 무기를 장착한 화려한 전투, 추격씬들이 소설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아마 이런 점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내가 SF를 좋아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했다.

《제3지구》는 외계 세력의 침투와 지배 구조의 붕괴, 그리고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통해 인간의 탐욕과 생존 본능을 탐구한다. 출판사에서 소개한 대로 “스페이스 오페라”다운 장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전투, 모험의 서사가 돋보인다. 복잡한 과학 이론보다 스토리의 흐름과 세계관의 확장에 집중해 누구나 쉽게 몰입할 수 있는 SF다.

윤재호 작가는 《제3지구》라는 소설을 통하여 현실의 문제의식을 확장하여 우주로 배경으로 보여준다. 제3지구의 이야기 속에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인간의 욕망과 사회 구조를 보여준다. 앞으로 이어질 두 권에서는 이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펼쳐지게 될지 궁금해진다.

*위 도서는 출판사 마인드마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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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 상품으로 소모되는 아이들에 대하여
전다현 지음 / 김영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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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전다현 지음

• 어린 나이부터 연습 생활을 해온 아이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은 안녕할까. 이런 문제의식에서 이 책은 출발했다. 케이팝, 이대로 괜찮을까? (p.10)

수많은 아이돌이 데뷔한다. 어떤 그룹은 평균 나이가 너무 어려서, 또 어떤 그룹은 전원이 성인이라는 이유로 주목받는다. 일부는 ‘차라리 학폭 논란이 생기기 전에 일찍 데뷔하는 게 낫다’고 말하고, 반대로 ‘너무 어린 나이에 데뷔하면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성인이 된 뒤 데뷔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많은 아이들이 아이돌을 꿈꾸는 시대, 전다현 기자는 그 이면을 날카롭게 짚는다.

• 김현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케이팝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 수출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유럽과 미국에는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온전히 한국에서 하는 방식으로 아이돌 시스템을 경영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도 있죠. 인권 감수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주 같은 경우 청소년의 학습권을 굉장히 철저하게 보장합니다. 한국서와 똑같이 한다면 곤란한 문제, 법적 소송 문제까지도 발생할 수 있어요.“ (p.127)

• 최근 한 미국 현지화 아이돌 역시 소속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성년자인 그를 직원들이 학대했다는 주장이다. 그에게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 하는 트레이닝을 미국에서 그대로 했을 때 과연 그것이 '학대'가 아닐 수 있을까? (p.151-152)

아이돌이 되기 위해 충분한 연습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로 회사는 연습생들에게 자퇴를 권유한다. 그러나 모든 연습생이 데뷔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데뷔하지 못한 이들은 학업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학생이 보장받아야 할 교육권을 빼앗는 행위를 ‘학대’로 보는 외국의 시선을 기자는 책 속에 담았다. 한국의 엔터 회사들이 ‘꿈’이라는 이름 아래 연습생에게 가하는 ‘학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 앞으로 케이팝 산업의 과제는 아이돌의 자율성과 기획사의 기획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이와 함께 스웨덴, 일본의 경우처럼 아동·청소년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음악을 접하며 스스로 공부하고, 배울 수 있는 공적인 저변을 만들어가야 한다. (p.223)

스웨덴의 학교 시스템과 일본의 부·서클 활동 사례는 청소년이 음악을 삶의 일부로 경험하게 한다. 특히 스웨덴은 음악을 공부했더라도 이후에 학생이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 커리큘럼을 열어두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학교를 자퇴하고 연습생으로 지냈지만 데뷔하지 못한 이들에게 새로운 출발을 위한 발판조차 없다. 실업자를 위한 ‘내일배움카드’처럼, 나라가 연습생 계약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연습생을 그만두었을 때 직업훈련을 보장하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어떨까 상상했다.

김영사에서 출간한 《케이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올데이 프로젝트를 다루는 등 최신 동향을 담은 책이다. 케이팝의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많은 아이들이 아이돌을 꿈꾸고 있다. 그중 일부만이 데뷔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 결과가 어떻든, 사람이 소모되는 방식이 아니라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그것이 케이팝이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숙제가 아닐까.

- 위 도서는 김영사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김영사 #케이팝이상한나라의아이돌 #전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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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얼굴 - 김재원 힐링 에세이
김재원 지음 / 달먹는토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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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얼굴》 김재원 지음

김재원 님은 13살 때 어머님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67년생인 저자는 자신의 소년 시절을 돌아보며 기억 속 어머니를 마주하며 뒤늦게 시작한 애도의 과정을 담고 있다. 가족 중에 누군가가 죽으면 어린 상주에게는 “남은 가족들을 네가 잘 챙겨야 한다.”라고 말한다. 죽음은 아무리 대비해도 늘 갑작스럽다. 하물며 어린 나이에 애도의 방법조차 모른 채 가슴에 묻어야 했던 슬픔을,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꺼내 재정렬하는 일은 그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

이 책은 먼저 세상을 떠난 부모님에 대한 애도를 담은 동시에, 인생 선배로서의 따뜻한 조언도 담겨있다. 특히 저자가 아나운서로 오랜 시간 동안 재직하면서 깊이 실감했을 말의 중요성이나 삶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조언을 받을 수 있다.

가을을 건너뛰고 곧장 겨울로 접어든 듯한 날씨다. 겨울은 생명이 멈추는 계절이라고 여겨지지만, 구세군의 종소리, 귤과 고구마를 파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온 가게의 크리스마스 분위기 덕분에 가족을 더 떠올리게 만든다. 추워진 날씨에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고 싶다면, 부모님과 서먹하지만 가까워지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엄마의 얼굴》을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위 도서는 황소북스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도서협찬 #엄마의얼굴 #김재원 #엄마의얼굴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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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생물학 - 김응빈의 과학 교양
김응빈 지음 / 창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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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왜요?”라고 반복해서 묻는 것을 어른들은 ‘왜요 병’이라고 부른다.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호기심임에도, 이를 버겁게 느끼는 어른들이 붙인 이름이다. 평소엔 질문을 귀찮아하면서도, 공부할 때만큼은 아이가 질문을 통해 똑똑하게 자라길 바라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 역시 사람의 마음은 참 복잡하다는 생각이 든다.

《응! 생물학》의 서문에서 저자는 “과학은 질문하는 순간 가장 빛나며, 그때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떨림이 찾아옵니다. 천진난만한 질문은 무지를 드러내는 표시가 아니라, 앎의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입니다.“라고 말한다.
어릴 적 “왜요?”라는 질문으로 어른들을 지치게 했고, 결국 질문하는 게 어색해진 나에게 왜 이런 말을 해주는 어른은 한 명도 없었을까? 유의미한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는 건강한 관계를 더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은 총 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모든 생명은 경이롭다에서는 해조류인 미역부터 코끼리에 이르기까지 자연에 대한 궁금증을 다루고 있다. 2장 인간, 가장 흥미로운 존재에서는 인간에 대한 호기심을 조명하고, 3장 상상과 현실 사이, 선을 넘는 과학에서는 인간의 상상에 대해 “이게 현실적으로 이게 가능한가?” 우리가 속으로 질문을 던져보지만 밖으로 쉽게 꺼낼 수 없던 질문들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 주셔서 즐겁게 읽었다.

사실 나는 유튜브를 보지 않아 김응빈 교수님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은 다양한 질문에 정성껏 답해주는 댓글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최근 읽은 책 중에는 원고료 때문에 억지로 쓴 듯한 글을 읽었는데, 이 책에서는 저자의 일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진하게 느껴졌다. 나는 평소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을 동경하는 편이라, 저자가 소개한 다양한 생물에 대한 사랑을 읽으며 아름답다고 느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아이들의 “왜요?”라는 질문에 지치지 않고 끝까지 답해줄 수 있는 AI도 등장했다. 물론 미디어를 제한하는 부모도 많기에, 아이들의 호기심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각 가정의 몫이다. 다만, 더 이상 아이들이 자신의 질문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질문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아이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위 도서는 창비에서 제공 받아 독서 후 작성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도서협찬 #창비 #김응빈 #응생물학 #과학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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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한 인간론 - 쓸모의 끝, 의미의 시작
최준형 지음 / 날리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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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한 인간론》 최준형 저

“인류와 'AI/로봇‘의 유용함의 대결은 사실상 끝이 났다. 아직 일부의 영역에서 인간이 앞서있거나 AI, 로봇과 비슷한 수준에 있지만 이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유용함의 경지에서 무용함의 땅으로 내려왔다.”

기술은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 믿어왔다. 그러나 예술만큼은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여겼다. 하지만 오픈AI는 멋진 소설을 써내고, 거장의 화풍을 모사하며 우리 기대를 무너뜨렸다. "그럼 인간은, 이제 무엇이 되어야 할까?" 저자는 무용해진 인류는 새로운 시작이며, 우리가 진정으로 ‘인간다움’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여정이라고 말한다.

책에서는 인간이 Homo Faber(만드는 인간)에서 Homo Petens(요구하는 인간)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가?”가 나를 어떤 인간이 될지 결정짓는 시대가 된 것이다. AI에게 잘 요구할 수 있다면 무용한 인간의 시대가 역설적으로 인간에게 가장 인간다운 활동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요구 능력’ 사용자가 요구하는 내용과 질에 따라 계층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오픈AI를 써보며 느낀 건, ‘편리함’이 곧 능력은 아니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심심한데 뭐 재밌는 거 보여줘”라고 쓰고, 누군가는 자신만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도구로 삼는다. 이 둘은 똑같이 AI를 활용하지만 질적으로 다른 인간이 되고 말 것이란 예시가 무섭게 다가왔다. 나는 항상 뜨는 시간을 SNS나 하며 낭비할 때가 많은데 저자가 정리한 매슬로우의 욕구 모델에 따른 특성과 AI 사용에 대한 구체적 예시를 바탕으로 주어진 자유시간을 양질의 콘텐츠로 잘 채워보고 싶어졌다.

책을 마치며 저자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말한 ‘스콜레(Scholē)’처럼, ‘무용한 인간의 시대’는 생산 압박에서 벗어나 진정한 인간성을 탐구할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Demand It Yourself”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고, 내가 진정 추구하는 것들을 탐구하고 싶다. AI 사용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미리 경계하며, 기술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인간으로서의 고유한 경험과 관계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나는 앞으로 남은 여유 시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AI를 도구로 삼아 더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나만의 방식으로 질문을 던져본다.

*위 도서는 비욘드날리지로부터 제공 받아 독서 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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