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파 주는 생쥐 ㅣ 문지아이들 184
김태호 지음, 오승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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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파 주는 생쥐》 | 김태호 지음, 오승민 그림

《귀 파 주는 생쥐》는 거칠고 광활한 초원을 배경으로, 작고 여린 존재들이 ‘진짜 강함’을 찾아가는 성장 서사다. 서벌캣의 습격으로 엄마 이플과 헤어진 생쥐 바달가는 원하는 모습으로 변신하는 능력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힘센 존재가 되려 한다. 그러나 강해질수록 이전의 기억을 잃어버리는 아이러니 속에서, 바달가는 점점 자신이 왜 강해지려 했는지조차 잊어 간다. 한편 어린 시절 상처로 땅속에 숨어 지내던 땃쥐 두디는 아빠의 사랑을 발판 삼아 끝내 세상 밖으로 나설 용기를 배운다.

이 작품의 메시지는 두 친구의 대화에서 선명해진다.

“그럼 도대체 이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센 게 뭐야?“

”세상에는 힘이 센 것들이 많았어. 하지만 남을 위해 그 힘을 쓰진 않더라. 두디! 너는 달랐어. 난 작은 힘이라도 남을 위해 쓰는 멋진 생쥐와 친구가 되고 싶어. 두디, 우리 친구할까?“

결국 초원을 구하는 것은 거대한 몸집이나 압도적인 힘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믿음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며 ‘나는 어떤 강함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다.

개인의 기량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 속에서, 내가 가진 힘을 누군가를 위해 쓰는 일이 얼마나 빛나는 선택인지 이 이야기가 조용히 일깨워 준다.

*위 도서는 문학과지성사에서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된 서평입니다.

#귀파주는생쥐 #김태호 #동화추천 #문학과지성사 #문지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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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 클럽 ㅣ 반올림 65
김혜진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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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 클럽》 | 김혜진

《프루스트 클럽》을 읽으며 떠오른 이미지는 ‘깨진 유리 공’이었다. 반짝이지만 금이 가 있고,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물건. 이 소설 속 아이들이 꼭 그랬다.

스무 살이 된 윤오가 다시 떠올리는 열일곱의 여름은 마냥 찬란하다기보다 어딘가 위태롭다. 전학 온 학교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던 윤오는 골목 끝 카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나원과 오데뜨를 만나 ‘프루스트 클럽’을 만든다. 그 모임에 효은도 함께하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의 마음을 조금씩 꺼내 보인다. 그건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들이 위태로워 보이지만, 그들의 깨어진 금은 서로에게 닿기 위한 틈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은 청소년의 불안을 쉽게 정리하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질문을 건넨다. 왜 우리는 장소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살아야 할까. 흔들리는 마음을 어떻게 자기 것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오데뜨의 말처럼, 상처는 숨겨야 할 흠이 아니라 우리를 조금 더 깊게 만드는 흔적일지도 모른다.

나는 청소년 소설을 좋아한다. 좋은 글은 누구나 읽어도 이해할 수 있고, 청소년 소설 역시 모든 세대에 다가갈 수 있다. 그렇기에 《프루스트 클럽》은 ‘청소년 소설’이라는 분류에 갇혀 있기엔 아깝다. 이미 그 시절을 지나온 독자에게는 잊었다고 여겼던 시간을 조용히 불러내고, 지금 그 한복판을 걷는 이들에게는 괜찮다고, 천천히 가도 된다고 말하는 소설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금이 간 유리 공 하나씩을 품고 사는지도 모른다. 깨졌다고 버리지 않아도 되고, 그 금이 빛을 더 잘 받아낸다는 것을 이 소설은 조용히 알려준다.


*위 도서는 바람의아이들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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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으로 걷는 여행 - 정지용·김영랑 시 필사집 - 1930 우리말과 만나다
정지용.김영랑 지음, 이두리 엮음 / 호손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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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으로 걷는 여행—정지용•김영랑 시 필사집》 | 이두리 엮음

정지용과 김영랑, 두 시인은 교과서 속 글자로 먼저 만났다. 하지만 시인 자체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두 사람이 1930년대 현대시를 이끌었고, 함께 여행을 다닐 만큼 친밀한 사이였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서야 처음 알게 되었다.

“1930년대의 문장은, 옛 문법과 새 문법이 맞부딪히던 시기이자, 식민지의 억압 속에서 우리말의 리듬이 가장 예민하게 빛나던 순간이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한글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한글은 몇 번의 변곡점을 거쳐 왔다. 1930년대의 표기법으로 적힌 시를 옮겨 적으며 ‘한글은 살아 있다’는 감각을 느꼈다. 옛 한글의 형태를 그대로 따라 쓰다 보면, 이 책의 제목처럼 1930년대의 거리와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 여행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
이 책에 실린 시들은 가능한 한 당대의 표기를 살려 옮겼다. 낯선 표현은 시가 지닌 리듬과 숨결을 살리기 위해 그대로 두었고 어려운 말은 작은 설명을 덧붙여 누구나 함께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설명만으로는 닿지 않는 틈과 공백도 필사를 하는 동안 독자의 마음과 언어가 들어설 자리라고 믿는다.

손으로 글씨를 쓰는 일이 점점 어색해지는 시대다. 그럼에도 필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손으로 글씨를 쓰는 행위 자체가, 경험이 자꾸만 사라지는 시대에 경험을 복원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기 때문이 아닐까.

글자를 적는 감각이 낯설어진 사람들에게, 그 감각을 천천히 되찾는 시도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위 도서는 호손재로부터 제공받아 탐독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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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램프 - 2025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바누 무슈타크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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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램프》 | 바누 무슈타크 지음, 김석희 옮김

*
여자로서 지상에 내려와 보세요, 프라부! 오 주여, 한번 여자가 되어 보세요!

《하트 램프》는 작가 바누 무슈타크가 1990년부터 2023년까지 30여 년 동안 발표한 50편의 단편 소설 가운데 디파 바스티가 12편을 골라 묶은 책이다.

바누 무슈타크가 인도 남서부의 지역어인 칸나다어로 쓴 소설을 인도의 작가이자 번역가인 디파 버스키가 영어로 옮겼고 2025년 국제 부커상을 슈상했다. 그리고 이 영어 번역본을 김석희 번역가가 한글로 옮겨서 내가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인도는 지역에 따라 종교도 언어도 생김새도 달라진다. 남인도는 접할 기회가 없어서 나에게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그곳에 사는 여성들의 쌓여 있던 울분을 마주하게 되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끝까지 읽어야만 했던 책이다.

공부를 더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는 집이었으나 시집을 가야했던 딸. 남편이 바람을 피다 못해 딴 여자와 살림을 차려서 친정에 와서 자신의 마음을 토로해도 너가 우리 가족의 명예를 생각했다면 분신을 했어야지, 얼른 네 집으로 돌아가라며 택시를 태워 보내는 가족. 결국 오밤 중에 조용히 자신의 몸에 등유를 붓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내 이야기들은 여성에 관한 것입니다. 종교, 사회, 정치가 여성에게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하며, 그 과정에서 인간 이하의 잔혹함을 가하고, 그들을 단순한 하위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언론에 보도되는 일상적 사건들과 내가 직접 겪은 경험들이 내 영감의 원천입니다. 이 여성들의 아픔, 고통, 무력한 삶은 내 안에 깊은 감정적 반응을 일으켜 글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30여 년간 계속된 그녀의 외침은 마땅히 우리가 눈과 귀를 기울일만한 가치가 있다. 《하트 램프》는 소외와 억압 안에 갇힌 존재들에게 계속 빛을 비추는 등불 같은 책이다.

*
사람들 앞에서 남편 멱살을 잡고 당당하게 요구해. 자네가 신었던 슬리퍼를 벗어 들고, 그걸로 그 빌어먹을 무타왈리를 때리면서 강력하게 주장해. 애걸복걸하지 마. 정의를 요구해. 누가 공정한 대우를 받는지 알아? 그걸 요구하는 사람만 받아. 자네 같은 사람들은 요구하지 않으면 절대로 받지 못할 거야. 모스크에 청원하고, '관차야트"를 소집해서 나를 불러. 그러면 내가 나가서 자네 남편과 무타알리에게 샤리아가 무엇인지, 정의가 무엇인지 말해 주겠어. 힘없는 여자 앞에서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쿠란과 하디스를 왜곡하는 것 은 정의가 아니야.

*
“이제 남편은 여드레 전부터 아예 그 여자랑 살고 있다고요. 사정이 이런데 내가 얼마나 더 오래 참고 견딜 수 있겠어요? 내가 어떻게 살 수 있겠어요?"
"얘야, 참고 견디렴. 네 남편이 옳은 길로 돌아오도록 사랑으로 노력해야 해.
"어머니, 저에겐 심장이라고 불리는 게 없나요? 저한테는 감정이 없나요?”

*
너한테 우리 집안의 명예를 떠받칠 정도의 분별이 있다면, 분신자살을 했겠지. 넌 여기 오지 말았어야 해.

*는 《하트 램프》의 문장입니다.

- 위 도서는 열림원으로부터 제공받아 탐독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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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철학하다 - 삶은 어떻게 글이 되고, 글은 어떻게 철학이 되는가
이남훈 지음 / 지음미디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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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철학하다》 | 이남훈 지음

저자에 대한 설명에 눈길이 간다.
“평생 글 아닌 것으로 살아본 적 없는 작가”
그가 들려주는 글쓰기에 대한 철학은, 글을 잘 쓰기 위한 기술보다는 발상의 전환에 가깝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라는 오래된 고민에 도움이 될 만한 부분들을 중심으로 이 책을 읽어보려 한다.

* 자신을 부수는 일
낡은 자신을 부수면 새로운 공간이 생기고, 기존에 없던 생각과 통찰이 떠오른다. 따라서 작가는 끊임없이 기존의 자신을 부정하며, 스스로를 파괴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 타인과 연결되는 일
“글쓰기는 내가 타인과 가장 깊게 연결되는 방식이다.” – 테드 창

레비나스는 타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나의 욕망’이 아니라 ‘관대함’의 태도에 두고, 더 나아가 최대한의 호의와 성의를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타자를 바라보는 태도는 욕망을 넘어 관대함으로 바뀌어야만 한다. 타자에게 다가갈 때는 언제나 무엇인가를 내어 주어야 하며, 빈손으로는 결코 다가갈 수 없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내어주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 문장은 오래 남았다.

* 단도직입
한 편의 글, 한 권의 책이라면 “스치면 죽는 무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글을 쓰는 자라면 텍스트의 힘, 활자가 가진 강력한 영향력을 믿어야만 한다. 단도직입으로서의 글을 가슴에 간직한다면, 그것을 날카롭게 벼리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Sapere Aude! (감히 알고자 하라!)
세계관의 밑바탕에 깔린 대전제를 깨뜨리거나 바꿔 보려는 노력, 혹은 바꾸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숙고를 통해 빈틈을 메우려는 시도는 매우 중요하다.
과거의 생각이라는 고인 물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아간다면, 그것 자체가 독자들에게 늘 새로운 통찰을 주는 길이며, 작가로서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 책은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
“나는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를 물고 찌르는 책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가 읽고 있는 책이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우리를 흔들지 못한다면, 대체 왜 읽고 있는 거지? (…) 책은 우리 안에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여야 해. 나는 그렇게 믿어.” – 프란츠 카프카
이 문장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처럼 느껴졌다.

* 참치 해체쇼
글을 읽을 때 그냥 읽지 말고 참치를 해체하는 것처럼 읽어라. 성격이 급한 나에게 가장 어려운 독서 방식이기도 해서 더욱 인상 깊게 다가온 표현이다. 프로파일링하듯, 저자의 사고방식에 닿을 때까지 분석하며 읽어야 한다니. 내가 책을 너무 쉽게 읽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 Writer? Author!
설사 지금 자신이 책을 출판했든, 그렇지 않든, 글을 쓰는 자신을 ‘저자’라고 규정하고 인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실제 많은 연구 결과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그가 하는 일의 성과에도 상당한 차이를 가져온다고 입증됐다. 정체성의 확립은 새로운 생각에 도전하고, 더 치열하게 다양한 방법을 궁리하는 여정에 분명한 도움이 된다.

카프카의 말처럼, 좋은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여야 한다면, 이 책은 적어도 내 글쓰기에 균열을 냈다.

《글쓰기를 철학하다》는 글쓰기 기술을 알려주기보다, 글을 쓰는 사람의 태도를 끊임없이 묻는다. 글을 잘 쓰고 싶지만 무엇부터 바꿔야 할지 막막한 이들에게, 이 책은 가장 근본적인 질문부터 다시 던져줄 것이다.

*위 책은 럽맹 님과 지음미디어로부터 제공받아 탐독 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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