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트 램프 - 2025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바누 무슈타크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6년 1월
평점 :
🕯️《하트 램프》 | 바누 무슈타크 지음, 김석희 옮김
*
여자로서 지상에 내려와 보세요, 프라부! 오 주여, 한번 여자가 되어 보세요!
《하트 램프》는 작가 바누 무슈타크가 1990년부터 2023년까지 30여 년 동안 발표한 50편의 단편 소설 가운데 디파 바스티가 12편을 골라 묶은 책이다.
바누 무슈타크가 인도 남서부의 지역어인 칸나다어로 쓴 소설을 인도의 작가이자 번역가인 디파 버스키가 영어로 옮겼고 2025년 국제 부커상을 슈상했다. 그리고 이 영어 번역본을 김석희 번역가가 한글로 옮겨서 내가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인도는 지역에 따라 종교도 언어도 생김새도 달라진다. 남인도는 접할 기회가 없어서 나에게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그곳에 사는 여성들의 쌓여 있던 울분을 마주하게 되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끝까지 읽어야만 했던 책이다.
공부를 더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는 집이었으나 시집을 가야했던 딸. 남편이 바람을 피다 못해 딴 여자와 살림을 차려서 친정에 와서 자신의 마음을 토로해도 너가 우리 가족의 명예를 생각했다면 분신을 했어야지, 얼른 네 집으로 돌아가라며 택시를 태워 보내는 가족. 결국 오밤 중에 조용히 자신의 몸에 등유를 붓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내 이야기들은 여성에 관한 것입니다. 종교, 사회, 정치가 여성에게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하며, 그 과정에서 인간 이하의 잔혹함을 가하고, 그들을 단순한 하위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언론에 보도되는 일상적 사건들과 내가 직접 겪은 경험들이 내 영감의 원천입니다. 이 여성들의 아픔, 고통, 무력한 삶은 내 안에 깊은 감정적 반응을 일으켜 글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30여 년간 계속된 그녀의 외침은 마땅히 우리가 눈과 귀를 기울일만한 가치가 있다. 《하트 램프》는 소외와 억압 안에 갇힌 존재들에게 계속 빛을 비추는 등불 같은 책이다.
*
사람들 앞에서 남편 멱살을 잡고 당당하게 요구해. 자네가 신었던 슬리퍼를 벗어 들고, 그걸로 그 빌어먹을 무타왈리를 때리면서 강력하게 주장해. 애걸복걸하지 마. 정의를 요구해. 누가 공정한 대우를 받는지 알아? 그걸 요구하는 사람만 받아. 자네 같은 사람들은 요구하지 않으면 절대로 받지 못할 거야. 모스크에 청원하고, '관차야트"를 소집해서 나를 불러. 그러면 내가 나가서 자네 남편과 무타알리에게 샤리아가 무엇인지, 정의가 무엇인지 말해 주겠어. 힘없는 여자 앞에서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쿠란과 하디스를 왜곡하는 것 은 정의가 아니야.
*
“이제 남편은 여드레 전부터 아예 그 여자랑 살고 있다고요. 사정이 이런데 내가 얼마나 더 오래 참고 견딜 수 있겠어요? 내가 어떻게 살 수 있겠어요?"
"얘야, 참고 견디렴. 네 남편이 옳은 길로 돌아오도록 사랑으로 노력해야 해.
"어머니, 저에겐 심장이라고 불리는 게 없나요? 저한테는 감정이 없나요?”
*
너한테 우리 집안의 명예를 떠받칠 정도의 분별이 있다면, 분신자살을 했겠지. 넌 여기 오지 말았어야 해.
*는 《하트 램프》의 문장입니다.
- 위 도서는 열림원으로부터 제공받아 탐독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