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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으로 걷는 여행 - 정지용·김영랑 시 필사집 - 1930 우리말과 만나다
정지용.김영랑 지음, 이두리 엮음 / 호손재 / 2025년 12월
평점 :
✍🏻《손끝으로 걷는 여행—정지용•김영랑 시 필사집》 | 이두리 엮음
정지용과 김영랑, 두 시인은 교과서 속 글자로 먼저 만났다. 하지만 시인 자체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두 사람이 1930년대 현대시를 이끌었고, 함께 여행을 다닐 만큼 친밀한 사이였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서야 처음 알게 되었다.
“1930년대의 문장은, 옛 문법과 새 문법이 맞부딪히던 시기이자, 식민지의 억압 속에서 우리말의 리듬이 가장 예민하게 빛나던 순간이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한글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한글은 몇 번의 변곡점을 거쳐 왔다. 1930년대의 표기법으로 적힌 시를 옮겨 적으며 ‘한글은 살아 있다’는 감각을 느꼈다. 옛 한글의 형태를 그대로 따라 쓰다 보면, 이 책의 제목처럼 1930년대의 거리와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 여행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
이 책에 실린 시들은 가능한 한 당대의 표기를 살려 옮겼다. 낯선 표현은 시가 지닌 리듬과 숨결을 살리기 위해 그대로 두었고 어려운 말은 작은 설명을 덧붙여 누구나 함께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설명만으로는 닿지 않는 틈과 공백도 필사를 하는 동안 독자의 마음과 언어가 들어설 자리라고 믿는다.
손으로 글씨를 쓰는 일이 점점 어색해지는 시대다. 그럼에도 필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손으로 글씨를 쓰는 행위 자체가, 경험이 자꾸만 사라지는 시대에 경험을 복원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기 때문이 아닐까.
글자를 적는 감각이 낯설어진 사람들에게, 그 감각을 천천히 되찾는 시도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위 도서는 호손재로부터 제공받아 탐독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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