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는 밤
전지나 지음 / 거의동그라미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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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 없는 밤》 | 전지나 지음

“엄마는 아마 상상도 못할 거야. 내가 얼마나 씩씩하게 걸어갔는지.”

깜깜한 밤, 잠에서 깨어난 아이는 집에 홀로 남겨져 있다. 단단히 옷을 껴입고 겨울밤을 걸어 나서는 아이의 순간이 고요하면서도 깊은 여운으로 담긴다.

원하는 색을 구현하기 위해 수차례의 배합과 인쇄를 거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5도 인쇄로 제작되어 사진보다 실물이 더 아름답다.”는 작가님의 메세지가 펼치는 순간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깊고 푸른 밤의 색감이 이 그림책의 정서를 한층 풍부하게 끌어올린다.

《아무 일 없는 밤》은 작가의 과거 기억 한 조각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기억은 이야기가 되고, 그 위에 그림이 덧입혀지며, 끝내 누군가의 마음속에 오래 머무는 하나의 노래로 완성된다. 단순한 서사를 넘어 감각을 확장하며 전달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이 작품은 타임머신 없이도 우리가 다시 과거의 감정과 마주할 수 있음을 조용히 일깨운다. 글이라는 매개를 통해 기억을 불러내고, 그것을 현재의 시선으로 되새기는 경험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를 담담하게 전한다.

그림책을 단순히 어린이의 것으로 한정 짓기보다는, 어린 시절을 지나온 어른의 시선으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아무 일 없는 밤》은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를 이어 주는 다리가 되어, 오래도록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위 도서는 전지나 작가님으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아무일없는밤 #전지나 #전지나그림책 #어른을위한그림책 #거의동그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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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라이프 : 글리치
박새봄 외 지음 / 멜라이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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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라이프: 글리치》 | 박새봄, 박현진, 박현주, 이윤정 지음

🔖
나비효과라고 하잖아. 인생의 작은 변화가 무슨 일을 불러올지는 아무도 모르지. 그 인과관계를 다 설명하려면 오늘 밤안에 끝나지 않을걸. 그런 걸 누구의 탓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타인에게 아무 영향도 끼쳐서는 안 돼. 그 대신 우린 그걸 운명이라고 부르지.

《어나더 라이프: 글리치》는 극작가 박새봄,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 박현진, 소설가이자 번역가 박현주, 영화감동이자 작가인 이윤정 이렇게 서로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는 네 명의 창작자가 참여한 앤솔러지 소설집이다. ‘또 다른 삶’이라는 공통 주제를 가지고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삶의 가능성을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장르적 다양성이다. 각자 다른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창작자들이 함께 만든 소설집은 이 책에서도 판타지, 미스터리, 블랙코미디 등 서로 다른 형식으로 매력을 뽐내고 있다. 작가의 개성을 잘 드러내면서도 공통의 주제를 풀어내기 때문에 서로의 글을 모아두면 한 권의 그릇에 담기 제법 잘 어우러진다.

또 다른 삶이 주어진 나에 대해 상상해본적이 있다면, 선택의 기로에서 나의 선택 하나로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는 상상을 한 적이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위 도서는 멜라이트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된 서평입니다.

#어나더라이프 #어나더라이프_글리치 #소설리뷰 #멜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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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데아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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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이데아》 | 이우 지음

“저는 그저 부유물에 불과하다고 말이죠.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채 공허하게 떠다니는 거죠. 저는요... 살면서 어느 한 곳도 마음 편히 속했던 세계가 없었어요. 그건 마치 마음의 고향이 없는 기분이에요. 제 고향은 도대체 어디인 거죠.”

《서울 이데아》는 모로코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자란, 스스로를 한국인이라고 믿는 준서의 이야기다. “세상은 모두 나를 한국인이라 부르는데, 한국은 나를 이방인이라 한다”라는 문장은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정체성의 균열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외형과 타인의 시선은 그를 한국인으로 규정하지만, 경험적으로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떠돌고 있다. 이 간극에서 비롯되는 감정이 바로 이 소설의 출발점이다.

준서에게 서울은 마음속 고향이자 가능성의 공간이다. 그는 드라마 속 장면처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고, 사랑하며, 비로소 어딘가에 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의 서울은 그 기대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그들과 같은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같아야 하는 지점을 찾기가 어려웠다”라는 문장은 ‘경계에 선 사람’이 겪는 근본적인 어려움을 드러낸다.

제목의 ‘이데아’는 이 소설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다. 우리가 꿈꾸는 소속감과 정체성, 안정감은 완전한 형태로 존재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추구되는 상태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준서의 방황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과정으로 읽힌다.

서울이라는 공간 속에서, 이상과 현실 사이를 오가는 준서의 시선은 그가 느끼는 고독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이 이야기는 한국 사회에 스며들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며, 우리가 쉽게 규정해온 ‘소속’의 의미를 다시 묻게 만든다.

《서울 이데아》는 단순한 성장소설이 아니다. 경계에 서 있는 인간, 소속을 갈망하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든 이들을 향한 이야기다. 정체성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고 부딪히며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결국 이 소설은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가 아니라, “나는 어디에 속하려 하는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위 도서는 몽상가들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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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구독 사회 - 약과 영양제로 몸을 튜닝하는 시대
정재훈 지음 / 에피케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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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 구독 사회》 | 정재훈 지음

《건강 구독 사회》는 정재훈 약사의 현대인의 건강 관리 방식을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은 단순한 건강 정보서라기보다는 “우리는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불안을 구독하고 있다”라는 문제의식을 중심에 둔다.

특히 약과 영양제를 둘러싼 인식의 불균형을 짚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나는 조금만 아파도 약을 챙겨 먹고 주사를 맞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 주변에는 실제로 아파도 약을 먹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이 많아 흥미롭게 읽었다. 효과와 부작용이 명확히 검증된 약은 꺼리면서도, 효소나 영양제, 건강기능식품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이러한 인식에 낯선 질문을 던지며 건강 산업과 마케팅이 결합된 구조 속에서 개인의 선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또한 다이어트 약,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유전자 검사 등 최신 헬스케어 트렌드를 통해 건강이 ‘관리’에서 ‘구독형 소비’로 이동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인플루언서들은 주목을 끌기 위해 우리의 불안을 더욱 자극하기도 한다. 나 역시 릴스를 보다가 “저걸 매일 다 챙겨 먹을 수 있을까?”로 시작해서 “저렇게 다 먹으려면 비용은 얼마나 들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증상별 영양제 조합을 보면 하루에 열댓 개는 먹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잠이 보약”이라는 말을 믿는다. 충분한 수면만으로도 면역력과 피로가 눈에 띄게 개선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수면을 쉽게 미루고,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잠에 쓰는 것을 아깝게 여기곤 한다.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를 강조하고, 과도한 보충제 의존을 줄이라는 메시지는 어쩌면 익숙한 상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무심코 의존해 온 건강기능식품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건강 구독 사회》는 넘쳐나는 건강 정보와 소비 속에서 무엇을 믿고 선택해야 하는지를 되묻는다. “건강을 위해 구독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제시하는 SNS와 알고리즘 속에서, 무언가를 더해야만 건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 대신 오히려 덜어내는 선택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위 도서는 출판사 에피케로부터 제공받아 탐독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건강구독사회 #정재훈 #서평 #에피케 #위고비 #영양제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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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오염의 시대 - 28년 차 환경정책 전문가가 진단한 오염의 과학
정선화 지음 / 푸른숲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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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오염의 시대》 | 정선화 지음

🔖
《대오염의 시대》는 산업 혁신과 생활의 편리함이 파생시킨 ‘현대의 오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한 이야기다.

환경 정책 전문가인 저자는 현대 사회의 화학물질 오염 문제를 과학과 정책의 관점에서 설명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수많은 화학물질이 자연과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대오염의 시대”로 규정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오염의 실체를 이해하도록 돕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책은 프롤로그에서 보이지 않는 오염 문제를 제시하고, 이어서 과학적 사례, 정책 배경, 국제적 협력, 개인과 기업의 책임까지 다층적으로 다룬다. 산업 발전과 과학기술이 환경 문제와 맺어온 관계를 다양한 사례로 보여주며, DDT, 프레온 가스, 납 첨가 휘발유 등 한때 삶을 편리하게 해준 물질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환경과 인체에 큰 피해를 준 사실이 밝혀진 과정을 설명한다. 이를 통해 과학기술이 항상 긍정적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음을 보여주고, 새로운 물질이 도입될 때 충분한 검증과 책임 있는 관리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저자는 환경 문제가 단순히 과학의 영역에만 속하지 않고, 정치와 경제적 이해관계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어떤 물질이 환경에 유해한지, 어느 수준에서 위험하다고 판단할지는 과학적 연구뿐 아니라 정책과 기업의 결정과도 맞물려 있다. 환경 문제가 복합적이라는 점을 깨닫고 나면, ‘과연 세계가 합심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린워싱이라는 개념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이는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으면서, 환경 친화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마케팅 전략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인체에 무해한지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천연”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소비자는 친환경적이라고 느낀다. 에코 퍼, 에코 레더 등 ‘에코’라는 단어가 주는 친환경적 이미지를 생각하면, 실제 생산 과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양과 환경적 부담을 간과하기 쉽다. 소비자로서 환경 문제를 판단할 때 단순한 이미지나 광고에만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경각심 있게 느끼게 된다.

《대오염의 시대》는 학술적 관점과 실제 사례를 균형 있게 제시하여 환경 문제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특히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해 온 물질들이 사실은 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은 일상생활을 돌아보게 만들고, 우리가 속고 있는 구조와 세계 정세에서 한국의 포지션, 개인과 기업, 학자가 취할 수 있는 역할까지 고민하게 한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마주한 보이지 않는 위험을 인식하고, 개인과 사회 모두가 책임을 지며, 과학과 정책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저자의 과학과 정책, 그리고 자신의 업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이 느껴지는 책이다.

*위 도서는 푸른숲으로부터 제공받아 탐독 후 작성된 서평입니다

#푸른숲 #대오염의시대 #정선화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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