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 불안의 계절을 지나는 이들에게》 |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엮고 옮김헤세의 소설은 알았지만, 헤세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세계적인 작가에게도 정신적 방황과 상실, 고통의 시간이 있었다는 사실이 의외였다. 어쩌면 그에게도 글로 토해내야만 했던 순간들이 많았던 걸까. 살아온 환경도 시대도 달라 그의 역경을 감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자신만의 삶의 답을 찾아 끊임없이 고민했던 사람이라는 점에서 조금은 가깝게 느껴졌다.이 책은 독문학자 홍성광이 헤세의 소설과 에세이, 시, 편지에서 글을 엄선해 옮기고 ‘자기 자신에 이르는 일곱 개의 길’로 엮었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찾고, 일상의 작은 기쁨 속에서 삶을 사랑하는 태도를 발견하도록 이끈다.그중에서도 “자신을 배신하고 얻은 평온보다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겪는 폭풍우가 훨씬 더 고귀합니다”라는 문장이 마음에 남는다. 남들이 정해 놓은 기준에 나를 맞추는 일이 익숙해 때로는 마음이 원하지 않는 길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문장을 읽으며 평온을 얻기 위해 나 자신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한 세기가 지나도록 헤세의 문장이 여전히 독자들에게 위로를 건넨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한 사람이 삶의 고통 속에서 길어 올린 생각이 오랜 시간을 건너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니, 글이 지닌 힘은 얼마나 깊고 오래가는 것일까. 그의 문장을 따라 읽으며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 또한 삶의 소중한 여정임을 되새겨본다.*본 리뷰는 책추천해주는여자 @choem1013 님의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부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부키 #헤세불안의계절을지나는이들에게 #헤르만헤세 #헤세 #홍성광
《나무로 읽는 최치원 풍류길》 | 김재웅 지음역사적 인물과 나무의 조합이라니. 나무를 통해 최치원의 삶과 사상을 읽는다는 기획이 신선하게 다가왔다.책에는 최치원의 발자취를 따라 만난 나무와 장소, 그곳에 얽힌 문헌 기록과 전설이 다채롭게 담겨 있다. 무성서원의 팽나무에는 최치원이 지팡이를 꽂았다는 전설이 너무 낭만있어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 금돈치굴을 찾아내 기뻐하는 저자의 모습에서는 문헌 속 이야기를 직접 확인하려는 답사의 즐거움도 느껴진다. 다양한 나무들의 이야기를 통해 항 인물의 쌓인 시간들을 나열하는 것이 정말 새로운 독서 경험을 맛보게 해주었다.특히 함양의 상림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최치원이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조성했다고 전해지는 숲은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켜왔다. 자신이 떠난 뒤에도 사람들에게 그늘을 내어주는 숲을 남겼다는 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일까. 당장의 성과를 넘어 미래에 살아갈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에 오래 시선이 머물렀다.최치원의 삶을 따라가며 무엇을 이루었는가만큼 무엇을 남겼는가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와 전설을 통해 한 인물의 삶을 새롭게 들여다보며, 나 역시 앞으로 어떤 흔적을 남기며 살아가고 싶은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위 도서는 책과나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책과나무 #나무로읽는최치원풍류길 #김재웅 #최치원 #서평단
《슬리핑 북》 | 스테파니 로미제프스키 지음열심히 놀고 온 날은 기절하듯 잠들지만, 평소에는 체력이 남는지 잠이 잘 오지 않을 때가 많다. 잠을 잘 자려고 퇴근 후 운동도 해봤지만,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져 잠들기 어려웠다. 일주일에 5일이나 출근하니 다음 날 좋은 컨디션으로 일하고 싶고, 그러려면 잠을 잘 자야 한다. 하지만 이게 마음처럼 쉽지 않으니 잠을 잘 자는 일은 평생의 숙제처럼 느껴진다.평소 통제하려는 성향 때문에 잠까지 내 뜻대로 조절하려는 마음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만드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종종 들어서 이 책이 궁금했다.저자는 수면에 관한 오해부터 생체 리듬, 불면을 키우는 불안, 스마트워치와 수면 보조 도구의 한계까지 20가지 질문을 통해 살펴본다. 특히 취침 시간보다 일정한 기상 시간이 중요하다는 점과 잠을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 눈에 들어온다. 후반부에서는 AWAKE라는 5단계 수면 리셋법을 통해 생활 리듬을 바로잡고 잠에 대한 불안을 줄이는 방법도 제시한다.잠을 잘 자기 위해 무언가를 더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잠에 대한 지나친 걱정을 내려놓는 일이 먼저일지도 모르겠다. 잠은 매일 같은 시간만큼 자야 하는 성과도, 완벽하게 관리해야 하는 대상도 아니다. 잠을 통제하려 애쓰기보다 몸의 자연스러운 리듬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좋은 컨디션으로 출근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지만, 잠을 잘 자야 한다는 압박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고 싶다.*본 리뷰는 구구의 서재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어크로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어크로스 #슬리핑북 #스테파니로미제프스키 #구구의서재 #서평단
《요절 금지》 | 김선미 지음지연이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니 청소년기 시절이 떠올랐다. 지금 생각하면 별일 아닌 것 같은데, 그때는 왜 그렇게 부끄럽고 마음이 힘들었을까. 어른이 된 지금은 웃어넘길 수 있는 일도 그 시절에는 큰 고민이었다.부모님에게 받는 상처도 낯설지 않다.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그치는 부모를 이해하면서도, 왜 저렇게까지 몰아붙일까 싶을 때가 나에게도 있었다. 어렴풋이 그 마음을 알면서도 서운했던 건, 나 역시 잘하라는 말보다 “네가 제일 소중해”라는 말을 듣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토해내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우리는 어디에 털어놓아야 할까. 지연이가 블로그를 선택한 점이 좋았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도 긴 글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공간. 현실에서는 꺼내지 못한 마음도 그곳에서는 솔직하게 쏟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 자신의 아픔을 알아봐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을 테다.실제 한 의사의 부탁에서 시작된 소설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씁쓸해졌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줄 이야기가 필요한 아이가 있었다는 것. 추천사를 읽으면서는 겉으로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간다고 해서 마음까지 괜찮은 것은 아니라는 말에 위로받았다.《요절 금지》는 완벽하게 행복해지는 대신, 힘든 마음을 인정하고 도움을 받으며 다시 살아가기를 선택하는 이야기다. ‘요절 희망자의 기록’이 ‘요절 금지’로 바뀌는 순간은 자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처럼 다가온다.부디 지금 이 시기를 힘겹게 지나고 있는 친구들이 이 책을 읽고 위로받기를.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되고, 힘든 마음을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본리뷰는 단맘 님의 르온서평단에 참여하여 다산책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요절금지 #김선미 #다산책방 #르온서평단 #단맘
《에케 호모》 | 오수완 지음인류의 99%가 사라진 세계에서 노먼과 소녀 서브는 지텍을 향해 나아간다. 처음에는 프라임이나 강림처럼 설정과 용어가 낯설었다. 세상이 무너진 이유와 프라임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이 소설이 묻는 것은 재난의 원인보다 그 이후의 삶에 가까워 보였다.문명이 무너진 세계에서 책은 당장 배고픔을 해결해 주지 못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오히려 위험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노먼은 서브에게 생존 기술뿐 아니라 책 읽는 법과 생명을 함부로 해치지 않는 태도를 가르친다. 서브에게 《오즈의 마법사》를 보여주려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살아남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듯, 무너진 세상에서도 책과 예술을 이어가려는 마음이 느껴졌다.책을 다 읽고 작가의 말을 읽은 뒤에는 노먼과 서브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아내와 두 딸에게 감사를 전하는 작가의 글을 읽고 나니, 노먼이 서브를 대하는 모습이 전과 다르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별다른 의미 없이 읽었던 가르침에도 누군가를 아끼고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나누려는 마음이 담겨 있는 건 아닐까.‘에케 호모’는 ‘이 사람을 보라’라는 뜻으로, 니체의 저서 제목이자 요한복음에서 빌라도가 예수를 군중에게 내보이며 한 말이기도 하다. 제목을 곱씹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일과 옳다고 믿는 일이 충돌할 때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지 생각했다. 처음에는 무너진 세계의 비밀이 궁금해 읽기 시작했지만, 마지막에는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돌아보게 되었다.#에케호모 #sf소설 #오수완 #다산책방 #헤스티아서평단 #혼불문학상헤스티아(@hestia_hotforever)가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다산책방 ( @dasanchaekbang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