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케 호모》 | 오수완 지음인류의 99%가 사라진 세계에서 노먼과 소녀 서브는 지텍을 향해 나아간다. 처음에는 프라임이나 강림처럼 설정과 용어가 낯설었다. 세상이 무너진 이유와 프라임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이 소설이 묻는 것은 재난의 원인보다 그 이후의 삶에 가까워 보였다.문명이 무너진 세계에서 책은 당장 배고픔을 해결해 주지 못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오히려 위험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노먼은 서브에게 생존 기술뿐 아니라 책 읽는 법과 생명을 함부로 해치지 않는 태도를 가르친다. 서브에게 《오즈의 마법사》를 보여주려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살아남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듯, 무너진 세상에서도 책과 예술을 이어가려는 마음이 느껴졌다.책을 다 읽고 작가의 말을 읽은 뒤에는 노먼과 서브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아내와 두 딸에게 감사를 전하는 작가의 글을 읽고 나니, 노먼이 서브를 대하는 모습이 전과 다르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별다른 의미 없이 읽었던 가르침에도 누군가를 아끼고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나누려는 마음이 담겨 있는 건 아닐까.‘에케 호모’는 ‘이 사람을 보라’라는 뜻으로, 니체의 저서 제목이자 요한복음에서 빌라도가 예수를 군중에게 내보이며 한 말이기도 하다. 제목을 곱씹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일과 옳다고 믿는 일이 충돌할 때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지 생각했다. 처음에는 무너진 세계의 비밀이 궁금해 읽기 시작했지만, 마지막에는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돌아보게 되었다.#에케호모 #sf소설 #오수완 #다산책방 #헤스티아서평단 #혼불문학상헤스티아(@hestia_hotforever)가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다산책방 ( @dasanchaekbang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