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라이팅 - 첫 문장의 부담을 내려놓고 누구나 막힘없이 쓰는 법
바버라 베이그 지음, 박병화 옮김 / 부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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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라이팅》 | 바버라 베이그 지음

책을 읽고 서평을 쓰다 보면 늘 마지막은 퇴고였다. 한 문장을 더 자연스럽게 고치고, 같은 의미가 반복되지는 않는지 살피고, 문단의 순서를 바꾸며 조금이라도 더 읽기 좋은 글을 만들기 위해 여러 번 원고를 들여다봤다. 좋은 글은 결국 퇴고에서 완성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프리라이팅》를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퇴고에는 많은 시간을 쏟았지만, 정작 초고에는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글이 막힐 때마다 더 좋은 첫 문장을 찾으려 했고, 생각이 채 자라기도 전에 문장을 고치기 시작했다. 쓰는 사람과 편집자가 동시에 되어 버린 셈이다. 저자는 바로 그 지점을 지적한다. 글쓰기는 쓰는 과정과 고치는 과정이 분명히 다른 일이며, 둘을 동시에 하려 할수록 글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 말을 읽는 순간 내 글쓰기 습관이 그대로 떠올랐다.

이 책은 글쓰기를 재능이나 영감의 문제가 아니라 연습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가 더 오래 붙잡았던 것은 '생각을 발견하는 연습'이었다. 관찰하고, 기억하고, 상상하고, 질문하는 과정이 쌓여야 비로소 글이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은 문장을 잘 쓰는 방법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먼저 이야기한다.

특히 "관찰은 판단이 아니다"라는 문장이 오래 남았다. 우리는 무언가를 보는 순간 좋고 나쁨부터 결정하려 한다. 하지만 관찰은 평가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 문장을 읽으며 내가 책을 읽을 때 작품의 배경이나 시대, 작가의 의도를 더 찾아보려 했던 이유도 결국 더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오래 관찰하고 이해하고 싶어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글은 특별한 경험을 가진 사람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를 얼마나 깊이 바라보았는가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이 책은 '완벽한 첫 문장'이라는 강박을 조금 내려놓게 했다. 초고는 미완성이어도 괜찮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충분히 써 보는 것이다. 생각을 끝까지 따라가 본 사람만이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는 퇴고를 통해 글을 완성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전에 더 많이 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어쩌면 내게 필요한 것은 더 뛰어난 문장력이 아니라, 더 많은 초고였는지도 모른다.

《프리라이팅》는 화려한 문장을 만드는 비법을 알려주는 작법서가 아니다. 대신 더 잘 보고, 더 오래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이 자유롭게 흘러갈 수 있도록 기다리는 법을 알려준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빈 화면 앞에서 멈춰 선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순간 필요한 것은 영감이 아니라, 일단 쓰기 시작할 용기라는 사실을 이 책은 차분하게 일깨워 준다. 그리고 그 용기는 완벽한 문장이 아니라, 서툴러도 끝까지 써 내려간 수많은 초고에서 자란다는 것을.

*위 도서는 부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프리라이팅 #글쓰기 #글쓰기루틴 #글쓰기연습 #작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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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소년의 꿈 ㅣ 세상의 아이들 3
김산환 지음 / 꿈의지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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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소년의 꿈》 | 김산환 지음

어릴 때부터 TV로 보는 다큐멘터리를 좋아했다. 화면 속에는 내가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나라와 문화,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낯선 풍경을 바라보는 일이 즐거웠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삶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히말라야 소년의 꿈》을 읽으며 책도 다큐멘터리처럼 우리를 먼 나라로 데려다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아이들' 시리즈는 작가가 직접 보고 경험한 세계를 바탕으로 쓰인 동화다. 도르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네팔 사람들의 삶과 문화, 히말라야의 자연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새로운 세상을 배우기보다 먼저 경험하게 만드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북인도를 여행한 적이 있는 나에게는 표지와 삽화도 반가웠다. 라다크에서 마주했던 풍경들이 떠올랐고, 언젠가 꼭 가 보고 싶은 네팔과 영화 《교실 안의 야크》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한 권의 책이 오래전 여행의 기억을 다시 꺼내 준 셈이다.

무엇보다 오래 남은 것은 도르지와 또래 아이들의 현실이었다. 우리에게 학교는 당연한 일상이지만, 이곳의 아이들은 생계를 위해 장사를 하고 어린 나이에 포터와 셰르파를 꿈꾼다. 그들의 꿈은 하고 싶은 일을 찾기보다 가족의 삶을 지탱하기 위한 책임에 가깝다. 태어난 환경에 따라 교육의 기회와 미래가 달라지는 현실은 결코 당연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그런 차이를 연민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책의 마지막에는 네팔과 히말라야에 대한 설명, 그리고 함께 생각해 볼 토론 주제가 담겨 있다. 이야기를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남기며 사고를 확장하게 만드는 구성이 특히 좋았다.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여행을 떠나는 것이겠지만, 모두가 당장 먼 나라를 갈 수는 없다. 그럴 때 좋은 책은 가장 가까운 여행이 되어 준다. 《히말라야 소년의 꿈》은 아이들에게는 세상을 향한 첫걸음을, 어른들에게는 익숙한 일상 밖으로 시선을 넓혀 주는 따뜻한 여행 같은 책이었다.

*위 도서는 단맘, 꿈의지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히말라야소년의꿈 #꿈의지도 #김산환 #단단한맘 #단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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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로 주문하세요 ㅣ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25
신수경 지음, 이영림 그림 / 책읽는곰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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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로 주문하세요》 | 신수경 글, 이영림 그림

매번 물건을 사 오는 아빠와 잔소리하는 엄마, 이번에는 또 뭘 샀을지 궁금해하는 딸. 평범한 가족의 모습이라 금세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맥시멀리스트인 나는 자꾸만 물건을 들여오는 아빠를 보며 괜히 미래의 내 모습 같아 뜨끔하기도 했다.

이 가족을 통해 현실과 과거를 오가는 방식도 흥미로웠다. 그 매개가 바로 홈쇼핑이다. 요즘은 라이브 커머스나 쇼핑 앱이 더 익숙한 시대지만, 화면을 통해 물건을 사고 기다린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정전이 찾아온 순간이었다. 아빠는 믹서기 대신 멧돌을, 다리미 대신 다듬잇방망이를, 선풍기 대신 부채를 꺼낸다. 검색하면 금세 찾을 수 있지만, 검색하지 않으면 평생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는 옛 생활용품을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낸 점이 좋았다. 지식을 설명하기보다 호기심을 먼저 불러일으키는 방식이라 더욱 인상적이었다.

책 앞머리에는 온고지신 시리즈를 '어제를 헤아리며 오늘을 살고 내일을 열어 갈 수 있도록, 어제에서 건져 올린 빛나는 것들을 오늘에 맞게 갈고 다듬어 전하는 우리 문화 그림책'이라고 소개한다. 《지금 바로 주문하세요》는 그 취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옛 물건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삶과 연결해 보여 주기 때문이다.

마지막에는 가마솥, 아궁이, 절구, 다듬이, 김치움, 요강 등 아이들에게 낯선 생활용품을 따로 소개한다. 이야기에서 생긴 궁금증을 자연스럽게 이어 갈 수 있는 구성이라 더욱 만족스러웠다.

과거를 추억하라고 말하는 책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과거를 현재의 이야기로 끌어온다. 덕분에 옛 생활용품은 박물관 속 유물이 아니라, 오늘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었다.

*위 도서는 책읽는곰으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책읽는곰 #지금바로주문하세요 #온고지신 #그림책 #초등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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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가루 솔솔 초코빙수
박지연 지음 / JEI재능교육(재능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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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가루 솔솔 초코빙수》 | 박지연 글·그림

안아주는 것을 좋아하는 곰은 한여름에도 친구들을 꼭 안아 주고 싶다. 하지만 친구들은 더운 날씨 탓에 곰의 포옹을 부담스러워한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한 행동이지만, 상대에게는 지치고 힘든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그림책은 상냥하게 가르쳐 준다.

곰은 자신의 마음을 거절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친구들의 상황을 알아주고, 모두가 기쁘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그렇게 곰이 또다른 포옹의 방법을 찾는다. 친구들이 불편하지도, 불쾌하지도 않을 포옹을. 사랑은 내 방식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다가가는 것임을 책은 곰을 통해 이야기 한다.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계절에는 작은 배려 하나에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사람 사이의 관계도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를 알아주려는 마음도 안아주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제철 과일이 있듯 제철을 가진 책도 있다. 《초코가루 솔솔 초코빙수》는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빙수를 먹으며 서로의 마음을 살며시 안아 보기 좋은 그림책이다.

*위 도서는 재능교육으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초코가루솔솔초코빙수 #박지연 #재능교육 #그림책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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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하여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이현 옮김 / 클로츠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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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하여》 | 안톤 체호프 | 클로츠 출판
#필사적으로 서평

출판사로부터 《사랑에 대하여》를 제공받아 한 달 동안 필사하며 읽었다. 평소에도 책을 빠르게 읽는 편이라 문장을 손으로 직접 옮겨 적으며 읽으니 천천히 읽게 되어 구석구석 살피며 자세히 읽을 수 있었다. 손으로 옮기며 여러 번 마주하다 보니 처음에는 스쳐 지나갔던 표현들이 눈에 들어왔고, 체호프가 담아낸 감정도 조금씩 깊어졌다.

안톤 체호프의 단편은 거창한 사건보다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인물들의 선택과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쉽게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다. 오히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돌려준다. 백 년이 훌쩍 지난 작품인데도 지금까지 꾸준히 읽히는 이유는 결국 시대가 달라져도 사람의 마음은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풍경을 그려 내는 문장이었다. 러시아라는 낯선 공간이 숲과 들판, 계절의 공기, 창가로 스며드는 햇살을 통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필사를 하며 읽으니 그 장면들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고, 원문의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자연스럽게 읽히는 번역도 오래 기억에 남았다.

책에는 다양한 모습의 사랑이 등장한다. 어떤 사랑은 애틋하고, 어떤 사랑은 미숙하며, 또 어떤 사랑은 오늘날의 시선으로는 쉽게 공감하기 어렵거나 부도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읽을수록 사랑이라는 감정을 하나의 답으로 정의하려는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사랑의 모양이 다르듯, 사랑을 이해하는 방식도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조용히 들려준다.

"정확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 같고요. 그래서 사람들은 결국, 저마다 자기 식대로 사랑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게 아닐까요."라는 구절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한 달 동안 여러 단편을 필사하며 읽고 나니 이 문장이야말로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사랑에 대하여》는 사랑의 의미를 정의해 주는 작품이 아니다. 대신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양한 얼굴로 비추며, 독자가 자신의 사랑과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책을 덮고 나면 누군가의 사랑보다 지금까지 내가 이해해 온 사랑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오래 생각하게 된다.

#채손독 을 통해 도서협찬 받았습니다

#사랑에대하여 #안톤체호프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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