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안녕
도수영 지음 / 빈페이지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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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안녕》 | 도수영 지음

《모두의 안녕》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각각의 단편이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세계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분명 낯선 미래와 비현실적인 상황을 다루고 있는데, 그 안에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과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하는 감탄이 이어졌다. 삶과 환상을 땅따먹기하듯 오가며, 현실에서 한 발짝 벗어났다가 어느 순간 다시 현실의 한가운데로 돌아오게 만드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모두의 안녕」에서는 감염병으로 고립된 사람들이 작은 창문 너머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오늘 기록」에서는 기억이 지워지는 세계를 통해 기억과 존재의 관계를 묻는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은 쓰레기가 몰려드는 강 하구의 간척지를 배경으로 가난과 연대, 방관을 이야기하고, 「R300」에서는 핑크색 빗방울이 내리는 황무지에서 사람 사이의 접촉과 체온을 통해 관계의 의미를 되짚는다. 마지막 「루틴을 지키기는 어려워」에 이르면 기상이변으로 일상이 뒤틀린 세계가 오히려 지금의 현실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여기’와 ‘저기’로 나눈다면 이 소설집의 이야기들은 모두 ‘저기’에 속한다고 말한다. 낯선 배경에서 선명해지는 것은 장소가 아니라 인물이라는 말처럼, 다섯 편의 소설은 저마다 다른 세계를 만들어내면서도 결국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과 관계에 시선을 둔다. 그리고 그 ‘저기’를 다녀오고 나면 내가 서 있는 ‘여기’가 조금 더 선명해진다. SF의 상상력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도피처가 아니라, 현실을 낯설게 바라보고 다시 돌아오기 위한 통로처럼 느껴졌다.

서로 다른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인간의 고립과 연결, 기억과 관계,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세계의 문제를 놓치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책장을 덮고 나니 ‘저기’에 다녀온 시간이 결국 지금의 ‘여기’를 조금 다독이는 시간이었음을 알게 된다.

*위 도서는 빈페이지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모두의안녕 #도수영 #빈페이지 #책추천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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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죽는 사회 - 사회적 부검으로 들여다본 한국인의 고독사
송인주 지음 / 김영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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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죽는 사회》 | 송인주 지음

나는 현재 1인 가구로 살아가고 있어 고독사에 관한 기사를 접할 때마다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관련 책이나 기사를 찾아 읽는 편이라 《혼자 죽는 사회》는 출간 전부터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고독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졌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회적 부검’이라는 접근법이다. 사회적 부검은 한 사람의 죽음에 영향을 미친 사회, 제도, 문화, 주거, 지역 등의 환경적 요인을 살펴보며 그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한다. 저자는 11명의 고독사 사례와 1곳의 지역 사례를 통해 통계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삶의 궤적을 보여준다. 고독사를 하나의 사건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사회적 관계와 제도의 보호에서 어떻게 조금씩 멀어졌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책 속 사례는 고독사가 특정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자립준비청년부터 초기 탈북민으로 정착에 성공했지만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사람, 임대주택으로 이사한 뒤 익숙했던 이웃과의 관계가 끊어진 상태에서 코로나를 맞이해 고립된 할머니, 직업과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다 난치병으로 삶의 기반을 잃은 사람까지 삶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문맹이라 정부 지원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웠던 사람도 있었고, 사기를 당한 뒤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되어 결국 지원을 포기한 사람도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고독사는 단순히 ‘혼자 사는 사람의 외로운 죽음’이 아니라 질병과 빈곤, 관계의 단절, 주거의 변화와 제도의 허점이 겹치면서 만들어지는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사회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지금 모든 돌봄을 가족에게 기대할 수는 없다. 현재의 복지제도가 어떤 사람을 놓치고 있는지도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지원 제도가 마련되어 있어도 정보를 얻지 못하거나 복잡한 자격 기준에 가로막힌다면 필요한 사람에게 닿지 않는다. 고독사를 개인이나 가족의 책임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공공의 책임과 사회적 안전망의 문제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마지막에는 영국, 일본, 독일의 사례를 한국과 함께 살펴보며 고독사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한지 생각하게 한다. 문제를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앞으로의 방향까지 제시한다는 점에서 책의 구성이 더욱 단단하게 느껴졌다.

고독사는 한 사람의 마지막 순간만을 들여다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인지도 모른다. 《혼자 죽는 사회》는 그 사람이 혼자가 되기까지의 시간을 되짚어보며 묻는다. 그 과정에서 사회는 어디에 있었는가. 1인 가구로 살아가는 나에게 이 질문은 특히 오래 남았다. 고독사 문제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 지금의 복지제도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위 도서는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블라인드서평단 #김영사 #혼자죽는사회 #송인주 #고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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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호수, 우리가 사랑한 이상한 세계
캐롤라인 트레이시 지음, 김민정 옮김 / 일레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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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호수, 우리가 사랑한 이상한 세계》 | 캐롤라인 트레이시 지음, 김민정 옮김

10년에 걸친 소금호수 연구를 이야기하면서 그 시간 속 자신의 삶까지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저자가 어느 호수를 연구할 당시 어떤 삶을 살고 있었는지, 그곳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가 연구 이야기와 따로 놀지 않는다. 연구와 삶의 전환이 매끄럽게 이어져 한 사람의 시간을 따라가는 듯한 느낌으로 읽었다.

책을 읽으며 문득 ‘나는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고, 앞으로도 내가 알지 못했던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저자가 소금호수를 알아가는 과정과 자신의 삶을 알아가는 과정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금호수를 단순히 염분이 높은 물이 아니라 수많은 생물의 삶이 이어지는 독특한 생태계로 바라보는 시선도 흥미로웠다. 자연의 ‘정상성’에 대한 질문을 퀴어 생태학으로 확장하는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조류를 비롯한 다양한 생물에게 소금호수가 얼마나 중요한 서식지인지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고, 어느 순간 “지느러미발도요새라고 생각해보자”라며 독자를 생물의 자리로 데려가는 대목에서는 나 역시 그 세계를 상상하며 읽게 됐다.

결국 이 책은 소금호수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우리가 자연과 타인, 그리고 자신을 바라볼 때 얼마나 많은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이상하다고 여겼던 세계를 오래 들여다보면 그 안에도 저마다의 질서와 삶이 있다는 것. 어쩌면 나 자신을 알아가는 일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위 도서는 일레븐으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소금호수우리가사랑한이상한세계 #소금호수 #과학에세이 #신간추천 #일레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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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만든 천재들 - 광기와 창조성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마리오 데 라 피에드라 월터 지음, 성소희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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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만든 천재들》 | 알베르토 데 라 피에드라 월터 지음

천재의 뇌에는 평범한 사람에게 없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뇌가 만든 천재들》을 읽고 나니 천재의 뇌보다 오히려 우리가 누군가의 다름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름 붙여왔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남았다. 프리다 칼로와 버지니아 울프, 실비아 플라스, 앤 섹스턴의 삶에는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상실, 관계의 갈등, 여성으로 살아가며 겪어야 했던 억압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들을 너무 쉽게 ‘광기 어린 예술가’라는 이름으로 묶어왔다. 사회에서 받은 고통을 개인의 정신적 문제로만 설명하는 순간, 그 사람이 살아온 시대와 사회는 얼마나 쉽게 지워지는지 생각하게 됐다.

이 책은 고통과 천재성을 낭만적으로 연결하지 않는다. 도스토옙스키의 뇌전증이 그의 문학적 천재성의 비밀인 것도, 프리다 칼로의 고통이 곧 그녀의 예술을 만들어낸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으로 바꾸어냈는가에 있다. 고통을 살아낸 사람들이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바꾸어내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예술은 고통 자체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더스 헉슬리의 환각에 관한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현실이 사실은 뇌가 구성한 세계라면, 뇌의 상태가 달라졌을 때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매력적이었다. 보르헤스의 기억과 망각에 관한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기억은 과거를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떠올릴 때마다 다시 만들어진다는 사실, 그리고 결핍을 없애야 할 구멍이 아니라 하나의 재료로 바라보는 시선이 오래 남았다.

마지막으로 AI와 창의성을 이야기하는 장에서는 질문이 다시 인간에게 돌아온다. 인간은 몸으로 세계를 겪고, 기억하고 잊으며, 사랑하고 상처받은 경험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한다. 어쩌면 창의성이란 특별한 능력이라기보다 그렇게 살아온 시간을 자기만의 형태로 바꾸어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뇌가 만든 천재들》을 읽고 나니 천재를 특별한 사람으로 바라보던 시선에서 조금 멀어졌다. 각자의 뇌와 몸으로 서로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 다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광기’가 되기도, ‘천재성’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이 오래 남았다.

*위 도서는 흐름출판으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흐름출판 #뇌가만든천재들 #알베르토데라피에드라월터 #미학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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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사생아들 : 레프 톨스토이 x 오귀스트 르누아르 ㅣ 세계문화전집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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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사생아들》 | L.N. 톨스토이 지음, 홍선기 엮음

처음 《거장의 사생아들》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는 ‘사생아’가 어떤 은유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펼쳐보니 사생아는 정말 단어 그대로의 사생아였다. 톨스토이에게는 티모페이가, 르누아르에게는 잔이 있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더 놀라웠던 것은 이 책이 두 거장의 위대한 작품만이 아니라, 그들이 감추고 싶었을지도 모를 삶의 한 부분까지 정면으로 들여다본다는 점이었다.

톨스토이는 욕망과 방탕함, 죄책감과 후회까지 숨김없이 기록하며 평생 자신을 들여다봤다. 그의 일기는 자신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진다. 반면 르누아르는 웃는 사람들, 춤추는 연인들, 볕이 쏟아지는 오후와 수많은 여자아이들을 그렸다. 그의 그림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 같았다.

하지만 르누아르는 평생 수많은 여자아이를 그렸으면서도 자신의 딸 잔의 얼굴은 한 번도 그리지 않았다. 톨스토이는 사생아 티모페이를 적자 아들들의 마부로 살게 했고, 13권에 이르는 일기에서 그의 이름을 언급한 것도 단 한 줄뿐이었다. 두 사람의 선택은 달랐지만, 어느 쪽도 우리가 그 마음을 함부로 단정할 수는 없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책 역시 그들의 마음을 단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르누아르의 그림 속 소녀가 잔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톨스토이가 현실에서 하지 못한 일을 《주인과 일꾼》 속에 담았을지도 모른다는 해석도 결국 가능성으로 남는다. 기록되지 않은 마음까지 우리가 확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은 두 거장을 폭로하는 책이라기보다 거울과 창문을 통해 작품 너머의 인간을 바라보게 하는 책이었다. 위대한 작품을 남긴 사람도 욕망하고 후회하고 실수하는 한 인간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잘못 하나만으로 삶 전체를 판단할 수도 없다.

특히 공통점을 찾기 어려워 보이는 서로 다른 분야의 예술가를 하나의 키워드로 엮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이 세계문화전집의 방식이 좋다. 이번에는 톨스토이와 르누아르를 ‘사생아’라는 뜻밖의 연결고리로 만날 수 있었다. 다음에는 또 어떤 두 예술가가 어떤 의외의 인연으로 한 권에 묶이게 될지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톨스토이와 르누아르를 동경했던 저자는 이 책을 엮으며 어떠한 답을 찾아갔을까? 그들의 빛뿐 아니라 그늘까지 마주하게 된 이 책의 끝에서 나 자신에게도 똑같이 묻게 된다.

나는 내 삶의 어떤 모습을 거울에 비추고, 어떤 모습을 창문 너머로 감추고 있을까.

*위 도서는 책읽는 쥬리님의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모티브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책읽는쥬리서평단 #모티브 #세계문화전집 #거장의사생아들 #홍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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