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 우린 애초에 고장 난 적이 없기에
알리사 지음 / RISE(떠오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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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사라는 신인작가의 자기경험을 기반으로 한 에세이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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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10년간의 회사생활 속에서 직장 상사에게 극심한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공황장애까지 겪었는데 이 책에서는 이를 극복하는 과정과 거기서 얻은 개인적인 깨달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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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대학 졸업하고 직장생활 한 번 안 해본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아마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 자체는 생소해도 저자 알리사가 겪었던 직장 내 괴롭힘이 어떤 것인지는 다들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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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괴물 같은 인간만 직장 내 괴롭힘을 저지르는 게 아니라 작가가 지적했듯이 가스라이팅은 전세계, 모든 관계에 뿌리깊게 만연해있다. 원시시대나 조선시대에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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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세계는 원래 정글이고 불평등했으며, 상하관계가 기본 베이스다. 위에서 까라면 까는 문화는 노예제를 비롯 인간사 전반에 걸쳐져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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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깨닫지 못해서그렇지 부모 자식 간에도 충분히 있을 수 있고, 연인 사이나 친구관계, 그리고 상하 질서가 매우 뚜렷한 직장내에서는 더욱 집요하고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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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고 상대방을 내 의도에 맞춰 꼭두각시처럼 조정하려는 모든 불순한 시도가 가스라이팅이라고 정의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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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좀 더 자세히 리뷰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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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한 권의 책은 목차로 그 내용이 압축된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는 총 5가지 챕터와 에필로그로 이뤄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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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1의 내용은 "가스라이터는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 저자가 직접 겪은 회사 내 가스라이팅 사례이고 챕터2는 결국 퇴사를 선택한 저자가 학대로부터 스스로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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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3은 여기서 더 나아가서 가스라이팅에서 회복한 저자가 오히려 가스라이팅을 역이용해 본인을 작가이자 컨텐츠 제작 전문가로 발전시킨 이야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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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4는 해외에서도 이와 같이 성공한 유명인들의 사례(켈리 최,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등)하며, 챕터5에서는 이 모든 내용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내용으로 이뤄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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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책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아주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현재 직장 내 괴롭힘이나 따돌림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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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의 저자 사례가 여러 차례 반복되긴 하지만 그만큼 본인이 겪은 고통이 크고, 또 읽다보면 이런 류의 상사를 많이 봤기에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아 충분히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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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0 "그렇다면 왜 이렇게 뺑뺑이를 돌리는 걸까? 단지 건망증 때문일까? 이건 가스라이터의 특징 중 하나다. 가스라이터는 특별한 이유없이 거짓말을 해서 상대방이 '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 라고 자신을 의심하게끔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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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이 아주 흥미로웠는데 내가 겪었던 어떤 망할 팀장도 딱 저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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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분명 빨간색으로 칠하라고 들어서 그렇게 해갔는데 본인은 파란색을 지시했다고 우겨댄다. 그럼 당할 때는 '그런가?' 하고 순간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같은 일이 반복되면 내가 들었고 판단했던 모든 게 희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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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지록위마처럼 사슴을 말이라고 우기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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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사자성어는 외려 윗사람을 농락할 때 쓰는 말이지만 가스라이팅을 오래 당하면 아랫사람은 윗사람이 거짓말을 해도 내 잘못인가? 하고 자신만을 돌아보게 되어 있다. 그만큼 자존감이 떨어지고 상황판단력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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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이오, 내 탓이오는 종교적인 입장에서는 충분히 아름다운 말이다. 이런 사람들이 늘어야 마땅한데 가스라이터에게 대항할 때는 우리 모두 니 탓이오, 니 탓이오를 잊지 말자.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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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별 것도 아닌 걸로 지적질을 당하면 그 누구나 자기 판단력에 확신을 잃게 된다. 또한 뺑뺑이! 내 경우에는 이미 끝나고도 남을 하찮은 일조차 자꾸 퇴짜를 맞아서 하고 또 하고 컨펌이 나질 않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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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10번 이상 반복되어 나가 떨어질 때쯤 제일 허접해보이는 안이 통과되었는데 ok 사인을 받고도 기분이 나빴다. 처음에 제시했던 아이디어가 훨씬 나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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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그게 가스라이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신적 학대, 꼭 때려야 학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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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이 책의 저자는 일을 꽤 잘 하는 타입이었나본데 이게 권력자가 가스라이터가 되면 부하직원이 일잘러이건 아니건은 크게 관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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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승인을 해야 일이 끝나는 입장이라면 아무리 자기 선에서 잘했다고 해봐야 소용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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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10번 이상 퇴짜맞고 그 사람이 집에 갈 때 즈음 최악의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혼란스럽다. 업무 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점수를 줄 리 만무하고 승진이나 연봉협상 등에서 전부 불이익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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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직장 다니면서 미친 상사 만나면 답이 없는 거다. 본인의 노력만으로는 일잘러로 인정받을 수도 없거니와 주위 동료들은 권력관계에 예민하기 때문에 왕따에 동참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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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상사에게 잘 보여야 하는 것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팀장이건 부장이건 윗선에게 미움받는 사람과 한편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게 바로 정글의 무리생활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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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리사 님이 퇴사를 한 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더 빨리 했어야 했다. 10년씩 버텨가면서 싫은 사람 얼굴 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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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가 없다는 둥, 공황장애 왔다고 그만두면 다른 회사는 어떻게 다닐 거냐는 둥 굳이 남의 의견에 휘둘려가면서 인생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돈이 웬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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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남들의 조언은 나를 위하는 것인척 포장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직접 당해보면 이 세상에 나보다 중요한 존재는 없으며, 설사 내가 돈 안 벌어서 가족의 생계가 더 어려워진다고 해도 일단 나부터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한번쯤 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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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극한 상황에서 탈출할 때도 보호자가 먼저 산소마스크를 쓰게 되어있다. 그래야 자식이나 돌볼 사람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넉다운이 되면 가족을 어떻게 살린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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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부가 가스라이터(가해자)에 대한 분노였다면 후반부는 이를 극복하고 독서모임을 지도하는 등 사회적으로 성공해가는 모습을 그려서 속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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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척 짧은 시간 안에도 이렇게 사람이 극복할 수 있구나, 독서란 사람에게 이런 힘을 주는 구나 알게 되어서 즐거운 경험이었다. 


지금 직장 내 가스라이팅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직접 경험만큼 확실한 건 없으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협찬받아 직접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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