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즈 어웨이 ㅣ 안전가옥 쇼-트 12
배예람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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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좀비가 되면 인간성을 상실한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 배예람 작가의 좀비는 좀 다르다. <좀비즈 어웨이>는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로 쉽게 말하면 한국소설 단편집이다. 피구왕 재인, 좀비즈 어웨이, 참살이 404 이렇게 세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있다.


나는 원래 이 안전가옥이라는 출판사의 팬인데 작품을 보는 눈이 남다르고 신인작가 발굴에 앞장서고 있어서인지 항상 읽을 때마다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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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라는 개념이 있어서 이야기를 발굴하고 작가와의 협업으로 작품을 만드는 곳인데 사실 이 방식은 오랫동안 작품활동을 한 중견작가들보다는 당연히 신인들에게 적합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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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활동을 오래한 분들이 프로듀서라는 개념을 받아들일지도 미지수이다. 편집자보다 한 발 더 앞서 방향을 정해주는 느낌인데 내가 같이 일한 게 아니어서 정확히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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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좀비즈 어웨이의 프로듀서의 말에 따르면 이 작품은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열한 번째 책으로 표제작인 좀비즈 어웨이는 안전가옥이 2018년에 진행한 '남들은 한창 좋을 때라는데 정작 나는 뭐가 좋은지 하나도 모르겠어서 일단 쓴 이야기를 내면 되는 공모전(일명 남정일 공모전)에 응모된 약 100여편 중 선정된 유일한 작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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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 이런 희한한(?) 공모전이 있는 줄도 몰랐지만 단 하나 뽑히다니? 그런데 읽어보면 뽑힐 만하다. 어디 내놔도 뽑혔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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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는 리뷰, 그럼 가장 먼저 <좀비즈 어웨이>, 이 핵심 작품부터 소개해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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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즈 어웨이>

주인공은 여성 두 명이다. 시대는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월하는 지금보다 좀 더 미래인 듯 싶지만 사람들 사고방식은 지금과 비슷하다. 좀비가 창궐하는 시대라서 다들 좀비가 되지 않기 위해 백신을 맞는데 이 백신, 완전하지가 않다. 마치 지금의 코로나 백신처럼 감염을 다 막아주지 못한다는 소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차라리 좀비가 다 되어버리면 인간성을 상실하고 이미 사람이 아니니 어쩌면 본인에게는 큰 고통이 없을 수도 있는데 이 백신을 맞고 좀비가 되면 몸은 죽지 않는데 사고방식과 감정, 기억 등 사람일 때의 모든 마음이 그대로 남아있어 살아도 산 게 아닌 기묘한 상태가 되는 부류가 존재했다. 또한 아예 효과가 없어서 그냥 완전한 좀비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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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말도 안 되는 가짜 뉴스가 퍼진다. 좀비 고기를 먹으면 좀비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결국 좀비가 된 지 얼마 안 된 신선한 고기는 정육점에서 팔리고 국가로부터 가산점을 얻기 위해 좀비 사냥을 나서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감염자의 머리를 가져오면 입학이나 취직할 때 유리해진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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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물이긴한데 소설이다보니 잔인함은 활자화된 묘사를 통해 어느 정도 중화되고 마치 요즘 현실을 비판하는 것 같은 저런 무자비한 설정에 나는 킥킥 웃으면서 책장을 넘겼다. 묘한 위트와 쾌감이 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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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김연정은 99년생, 99즈다. 1차 백신 접종 이후 좀비에게 팔뚝을 한 번 물린 적이 있지만 아직 좀비가 되진 않았다. 선생님이라 불리는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에게 정기적으로 좀비화에 대한 체크를 받고 피부가죽, 좀비육 등을 파는 정육점에서 알바를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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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대에도 일해야 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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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정육점 사장님의 "괜찮은 머리찾기" 미션이 연정이에게 떨어지고 그녀는 어느 중국집에서 홀로 움직이는 좀비의 팔을 따라 양동이 근처로 가게 된다. 그 안에는 머리만 남은 팔 주인 김성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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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한 것들에게 약한 연정이는 부모님을 보고 죽고 싶다는 머리만 남은 좀비 성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어 두 여성의 로드무비가 시작된다. 여성(아마도?) 둘이서 길을 떠나는 것인데 엄밀히 말하자면 성하는 머리통과 팔만 남았으니 사람이 아닌 것 같지만 그 누구보다 인간적이고 예의바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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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의 머리통을 들고 좀비 사냥꾼에게 쫓기며 둘이 나누는 대화는 걸작이다. 상황이 웃겨서 참을 수가 없는데 또 생각해보면 너무 비참해서 종종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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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다 스포하면 소설을 읽는 재미가 없으니 기승전결의 승까지만 알려드린다.

사람들이 다 죽어나가는 좀비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백신의 효과를 100% 누리며 좀비가 되지 않는 사람들은 계층 피라미드의 상위에 올라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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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래에 위치하는 좀비화가 늦게 진행되는 집단군 안에는 연정이가 있고, 그보다 더 아래에는 몸은 좀비들에게 먹히고 남은 건 머리통과 팔 뿐인데도 인간일 때의 기억과 감정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영원히 죽지 않는 성하 같은 좀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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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벽에 자화상을 그리며 희망없는 세상에서 새로운 희망을 만든다. 우정은 고생 끝에 피어나고 인간성에 가치를 두지 않는 세상에서도 끝까지 사람으로 남는 의미를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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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도 친구들도 기존의 내가 아는 모든 관계가 사라지고 이 세상에 가치있는 존재가 거의 남지 않았을 때조차 "내일 봐"라고 인사를 나눌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다행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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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봐"라는 인사를 잠도 자지 않는 성하가 늘 연정이에게 건네는데 그 단순한 한 마디에는 연정에 대한 깊은 감사와 애정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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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통만 남아도 사람은 사람이다. 말을 하는 한, 감정이 있는 한, 좀비가 될래야 될 수가 없는 거다. 나는 마지막장을 덮으며 알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과연 "내일 봐"라고 인사하는 머리통만 남은 좀비를 버릴 수 있을까? 이미 내 친구인데? 내일도 봐야할 것 같다.


<피구왕 재인>

피구왕 재인은 봉덕여고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좀비 집단감염이 발생하며 벌어지는 일대 혼란을 담았다. 두 이야기는 짧게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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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구왕 재인의 주인공은 피구에 전혀 소질이 없는 재인이와 피구를 엄청 잘하는 그녀의 친구 혜나의 이야기이다. 아마 여고를 다닌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그런 내용이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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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반 친구가 아닌데도 왠지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있다. 하지만 내성적인 재인이는 혜나에 대한 호감만 있었을 뿐 먼저 다가가진 않았는데 재인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급식 메뉴 중 생선가스를 대신 먹어주겠다며 혜나가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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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혜나는 재인이의 생선가스를 대신 먹어주고, 그 보답으로 우유나 기타 간식을 재인이에게 준다. 둘은 급속도로 친해지고 같이 밥도 먹고 얘기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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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혜나는 몸치에 가까운 재인이에게 피구과외를 해주고 학생들이 좀비에게 물려서 감염되는 그 날, 재인이는 피구왕이 되어 혜인이를 구하러 가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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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가 중요한 작품이 아니다. 피와 살이 튀는 고어 좀비물인데 한겹을 벗겨내면 그 안에는 봄바람 같은 달콤함이 느껴진다. 어떻게 접점이 전혀 없는 두 사람이 친해지는지, 누군가에게 속수무책으로 빠져드는 아주 사소한 계기들이 피구와 좀비라는 소재 속에 잘 녹아있다. 기묘한 로맨스물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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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구해야 하는 소중한 사람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모습은 주인공들이 여성이 아니라 남녀였다면 굉장히 식상했을 텐데 기운도 없고 운동도 못하는 젬병이 상대를 구하러 가는 거라 비장함이 남다르고 소위 웃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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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런 것, 좀비즈 어웨이에서도 약자가 약자를 구하러 가는 설정이 마음을 울렸나보다. 이야기는 한번 비틀어야 제맛이다. 가장 쓸모없는 인간이 누군가를 구원하러 가는 것.


<참살이404>

참살이404도 그런 의미에서는 비슷하다. 이 사회의 루저들을 모아 취직시켜주는 회사가 있다. 손 하나 까닥하기 싫은 무기력증,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사원이 된다. 그 회사에서는 참살이404라는 힘이 나는 드링크제를 실험중인데 이걸 먹으면 모두 파워풀해져서 일을 열심히 한다. 너무 웃겼다. 이런 드링크제 있으면 누구라도 사먹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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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무기력증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당연히 좀비 시리즈이니 좀비가 되어버린다. 부작용이 심각한 게 단 하나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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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참살이404에서는 좀비가 된 후에 사람일 때의 강렬한 욕망이 발현되는 묘한 특징이 있다. 주인공 소영은 자기 덕분에 나중에 입사한 일잘러 보영을 질투한다. 그래서 그녀를 일부러 감염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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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상 좀비가 된 보영의 욕망이 허를 찔렀다. 누군가의 욕망은 남이 쉽게 알 수가 없는 거였네. 이토록 소박한 욕망을 갖고 있을 줄 소영은 전혀 몰랐던 거다. 그래서 그녀는 보영이의 욕망을 보호해준다. 자기 자신도 지키지 못하는 주제에.


<리뷰를 마무리하며>

이 세 편의 단편소설을 다 읽고 나면 각각의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받는다. 주인공이 다 다른데도 그렇다. 힘없는 여성과 약자가 서로를 돕는다. 좀비가 되어 버리는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주인공들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해야만 하는 일을 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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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작가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우리는 삶의 태도만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생각했다. 인간성 상실의 시대에도 사랑과 우정, 배려 이런 따뜻한 마음은 우리를 사람으로 살게 하고 사람으로 죽게 한다는 단순한 진리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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