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는 프랑스에서 가서 봤다는 철사로 만든 기린 이야기도 충분히 신기하기만 한데 바람은 거기 더해 이따 밤에는 사막에서 여우와 만나기로 했다며 휘리릭 안녕을 고하네요. 아쉬운 마음 가득한 팽이. 여우와 어린왕자 이야기가 저절로 떠오르는 아름다움이 가득한 풀샷입니다.
재밌고 신기한 이야기를 잔뜩 들은 건 분명 좋은 일인데 이제 팽이의 기분은 축 쳐졌습니다. 왜 안 그럴까요? 자신은 가고 싶어도 못 가는 곳이고 만날 수 없는 존재인 걸 알아버린 팽이는 울적한 마음에 나무등걸에 기대어 앉아있네요.
슬슬 걱정이 된 엄마, 아빠, 친구들은 팽이를 위해 노래도 불러주고 민들레도 보여주고 선물도 줍니다. 사랑스러운 장면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다소 답답한 현실을 살고 있죠.
어른들도 아이들도 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갈 수 없고 자유로운 삶은 영화나 tv, 책에서만 보는 듯 전세계를 휩쓰는 유래없는 감염병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에겐 팽이처럼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다고 얘기하는 것만 같아요.
모두의 노력이 통했는지 마침내 "하하하" 웃는 팽이. 밝고 환한 미소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이들은 정말 팽이와 같죠. 대단한 이유 없이도 웃을 수 있고 아무 것도 아닌 장난에도 금새 기분이 풀립니다.
또 맑고 순수한 마음으로 가보지 않은 곳도 갈 수 있고, 가질 수 없는 것도 상상으로 채우는 지혜도 있고요. 친구들 덕에 기운을 차린 팽이는 이제 자기만의 방식으로 바람에게 들은 신기한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줍니다.
구전동화처럼 살짝 자신만의 각색도 더해서요. 이게 바로 이 그림책의 위트가 빛나는 장면인데요. 저는 원래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보다 팽이의 입을 통해 다시 듣는 이야기가 훨씬 재미났습니다. 팽이가 삐뚤빼뚤 그린 그림도 귀여웠고요. 마치 봄날의 훈풍처럼 다 읽고 나면 마음 속에도 포근한 바람이 부는 듯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동화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히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