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흐르는 강 2 북극곰 그래픽노블 시리즈 5
막스 레르메니에 지음, 드제트 외 그림, 지연리 옮김, 장 클로드 무를르바 원작 / 북극곰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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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읽었던 모험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제외하곤 거의 다 남자아이였다. 하지만 "거꾸로 흐르는 강 2"의 주인공은 단연 한나, 여성 주인공이다.

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재산이자 아버지를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생명인 새를 살리기 위해 마시면 영원히 산다는 크자르 강물을 찾아 모험을 떠난 한나.

1권 리뷰에서 이미 썼지만 이 새에게는 복잡한 사연이 있다. 원래는 1000년 전에 마녀의 저주에 걸린 공주이고 그래서 더욱 슬픈 눈을 갖게 되었다는 전설 같은 새이다.




새 값을 갚기 위해 스스로 인간말이 되어 3년간 인력거를 끌다가 과로사한 한나 아버지의 사연이 1권보다 더욱 자세히 나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아버지가 뭐에 홀려서 전재산을 갖다바치고 겨우 새 한마리를 사 주었는지는 자세히 언급되지 않는다. 딸사랑의 끝판왕인데 너무 극단적이라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다.


한나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도 다행히 좋은 양부모를 만나 잘 자랐지만 어느날 그 귀한 새가 쓰러지자 얘를 살리기 위해 있는지 없는지 실체도 모르는 크자르강물을 떠오기 위해 긴여행을 떠난다.

page8. "새야, 죽으면 안 돼. 네가 죽으면 나도 못 살아. 너는 아버지가 내게 남겨준 이 세상 전부란 말야".



이렇게 귀한 새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이름도 없이 그냥 "새"로 불린 공주 새. -_-; 이 만화는 작가의 상상력이 허를 찌를 듯이 기발하고 때로는 뜬금없어서 자꾸 웃게 된다.

그래픽 노블이라 그런지 내용이 철학적이고 복합적이다. 한나는 자기 새를 영원히 살게 하려고 목숨을 걸고 강물을 뜨러 가는데 중간에 만난 이오림 할아버지는 태어난 고향에서 죽기 위해 아무도 없는 사막으로 간다.


마찬가지로 한 축을 이루는 주인공 토멕 역시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크자르 강물을 떠다주고 영원히 살게끔 해드리고 싶지만 할아버지 본인은 영원한 삶을 원하지 않는다.

새를 살리려고 고군분투하는 주인공들은 결국 거꾸로 흐르는 강을 찾고 그 강물을 마실 수도 있었지만 두 사람 다 그건 안중에도 없다. 이 둘은 남을 살리는 데만 신경을 쓸 뿐 정작 자신들의 영생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영원히 산다는 게 과연 좋은 일일까? 새의 입장에서는 어떨지 거기까진 나오지 않았지만 단순히 생명을 연장해주는 강물이 아니라 아예 새의 저주를 풀어 도로 공주가 되게 해주었으면 어땠을까, 혹시 다른 그 뒷이야기가 있나 싶어 자꾸 마지막장까지 뒤적이게 된다.

여행의 중간에 한나는 사막에서 랄리크라는 신비한 힘을 가진 소년을 만나는데 그는 언제든 과거의 시점으로 돌아가게 해 주는 능력을 갖고 있다. 랄리크 일행과 여행하다가 나이를 먹은 한나는 한 청년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애가 자라 결혼을 해서 손주까지 보게 되는데 겨우 2페이지에 걸쳐 한 사람의 인생이 압축되는 과정이 무척 흥미진진하다.

이후 어찌되었을까? 한나는 자기 새를 구해야한다는 원래의 목적을 영영 잊은 걸까 걱정이 되던 찰나, 다시 과거로 돌아온 한나는 모험을 이어간다.



머리가 하얗게 샌 늙은 한나의 모습이 충격적이지만 그보다 이 정도로 스토리에 거침이 없고 상상력의 폭이 무척 넓은 만화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모험 소설에서 여성 주인공은 아직까지도 흔하지 않다. 게다가 이 책의 원작은 20년전에 나왔다니 감탄하면서 읽었다. 주인공 한나는 겁이 없고 두려움을 모르며, 도전적인 여성이다. 토멕이라는 남자 주인공이 있지만 이 둘이 합심해서 일을 한다기보다 각자의 모험을 즐기고 여정의 끝에서야 다시 만날 뿐이다.

젊은 시절 이렇게 긴 여행을 떠나 낯선 이들을 만나고 친구가 되고 사심없이 도움을 주고 받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어서 좋았다. 아이들이 읽는다면 모험심 고취는 물론 편견없이 사람을 대하는 마음을 은연중에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래픽노블이라 만화와 소설의 중간 단계에 있기에 아직 긴 장편소설이 익숙하지 않은 어린 친구들에게도 부담없이 광활한 스토리를 읽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심지어 어른인 나도 너무나 재밌게 읽었다.

-출판사로부터 지원을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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