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히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72
토미 드 파올라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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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드파올라의 "우리는 최고야!"가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그의 두 번째 책으로 "고요히"를 읽었습니다. 표지를 보자마자 특유의 아름다운 화풍에 책장을 펼치기 전부터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몇 년이나 아픈 우리 고양이를 간호하느라 밤에도 잠을 설치기 일쑤이고 뭔가 바쁘게 하루가 지나가지만 돌아보면 잡히는 게 하나도 없어서 인생이 마치 뜬구름 같구나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림책은 사실 조카들을 위해 읽는 것인데 보면 볼수록 어른인 내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 책은 펼치자마자 대자연의 향연입니다. 글자가 많은 책도 아니고 줄거리가 또렷한 것도 아니지만 곱씹을수록 의미가 배가 됩니다.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림책 270권을 만든 작가, 아주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려온 노작가의 푸근함이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를 위해 그린 것처럼 그렇게 묻어납니다.

"아이쿠! 다들 무척 바쁘구나."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습니다. -본문 1p중.

할아버지와 꽃동산이라도 놀러온 걸까요? 손녀, 손자, 귀여운 애견까지 한 마리 온 가족이 붕붕거리는 벌, 활짝 핀 빨간 꽃과 나무들, 풍뎅이와 각종 곤충, 심지어 보이지 않는 굴에서 자기 새끼들을 품고 있는 여우까지 다채롭게도 그려졌습니다.



이 책은 자연의 변함없는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서두르지 말고, 고요히 그저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쉼 그 자체를 이야기합니다. 자세히 보면 자연은 참 바쁘고 활기차지만 인간세상의 그것과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저 이렇게 넓은 공원에 산책을 나와 할아버지와 손주들이 함께 의자에 앉아 고요히, 바람을 느끼는 풍경을 그림으로나마 바라봅니다.



자연이 바쁜 모습은 인간에게는 휴식이 됩니다. 희한하게도 잠자리가 물 위를 날고, 새가 나무 사이로 날아가는 그림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요즘은 아주 어린아이들까지 스마트폰에 익숙해져 빠르고, 급하고, 자극적인 삶에 길들여졌습니다. 하지만 부질없이 눈만, 마음만 바쁘다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나무들은 나뭇잎을 흔들고, 새는 날아가지만 우리는 서둘지 말고 여기 함께 앉자고 하시는 할아버지.

발밑에 강아지가 누워서 잠을 청하고 그저 오롯이 자연을 관찰하며 명상을 하듯 그렇게 눈을 감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고요한 아름다움을 함께 느껴봅니다.



정말 굉장한 책입니다. 아이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건 마치 미션 임파서블 같지만 토미 드파올라의 "고요히"를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마음으로 같이 자주 읽고 싶습니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울림과 평온함이 담긴 책이라 이것이 바로 대작가의 힘인가 놀랐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히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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