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 대작전 이야기강 시리즈 1
은나래 지음, 차야다 그림 / 북극곰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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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 대작전"은 글을 쓴 은나래 작가의 첫 작품이자 그림을 그린 차야다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다. 차야다 작가의 "아빠 쉬는 날"을 재밌게 읽어서 기대가 컸는데 역시나 삽화 비중이 높은 책이 아니었지만 중간 중간 한 장의 그림도 임팩트가 강렬했다!



"만우절 대작전"은 어린이들이라면 항상 기대하는 그 4월 1일에 한 거짓말과 관련된 해프닝이다. 요즘은 맞벌이 가정이 워낙 흔해서 더욱 공감이 갈 만한 내용인데 나 때는 이 정도까지 심하지 않았기에 정말 뉴스에서나 보던 생활을 초딩들이 하고 있구나 싶다.



학교 가기 직전에 일어나서 5분만을 외치다가 지각하는 건 주인공 공상태 군 뿐만이 아니다. 거의 모든 어린이들 심지어 어른들까지도 아침풍경은 똑같지만 학교 끝나고 학원 4군데 뺑뺑이라니 이건 좀 심하다. 상태의 엄마는 늘어난 학원비를 메우기 위해 콜센터 일에 보험일까지 시작했고 트럭을 모는 아빠는 한 달에 몇 번 집에 오는 날이 손에 꼽힌다.

상태를 포함한 이 가족의 모든 고생이 의미있는 일이라면 좋겠지만 정작 주인공인 상태는 학교는 어쩔 수 없다고 쳐도 학원은 정말 가기 싫어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학원만 다닌다면 이렇진 않을 텐데 엄마에게 해서는 안 될 거짓말까지 해가며 빠지려 들 정도라면 아이가 받은 스트레스도 상당할 것이다.

처음에는 갑자기 등장한 탈북자 아저씨 때문에 당황했는데 읽다보니 발상이 참 기발하다. 4월 1일 만우절에 늦게 일어나 학교에 지각한 상태는 길거리에서 불량한 형들을 만나 돈을 뜯길 위기에 처하고 걔네들을 피하려다 트럭에 치일 뻔한다. 그 때 트럭에서 내려서 상태를 구해준 아저씨가 낯빛이 좋지 않았던 새터민인데 둘이 서로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우정이 싹트고 가족의 사랑까지 느낀다는 이야기이다.



이 새터민 아저씨의 사정을 듣고 보니 낯선 한국에서 정착금도 사기로 다 날리고 다니던 공장은 문을 닫고 며칠째 돈이 없어 밥도 굶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던 것.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는 달리기 시작하는데 상태 엄마가 콜센터에서 일한다는 게 중요한 복선이 된다. 상태가 겨우 학원을 빠지기 위해 꾸민 만우절 거짓말은 사실 정도가 너무 심해서 이거 범죄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영악한 아이의 거짓말에 못미치는 어수룩한 새터민 아저씨의 조합은 어딘가 우스꽝스럽고, 상태 엄마 역시 사회 생활을 많이 한 본격 어른이라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다행스러웠다.




만우절 대작전은 상태의 거짓말이 주요 내용이기 때문에 여기서 밝힐 수는 없지만 그보다 새터민 아저씨와 상태의 처지를 번갈아 보여주며, 철부지 공상태가 아무리 힘들어도 지금 탈북자 아저씨만큼 힘들 리도 없고 북에 가족을 두고 온 심정과 비할 바도 아니라 어린애 상태의 거짓말에 억지로 동조할 수 밖에 없었던 아저씨의 처지가 더욱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갈 곳이 있는 상태와 집에 가도 아무 가족도 없는 새터민 아저씨. 상태는 소설 말미에 가면 귀찮게만 느껴졌던 엄마의 잔소리속에 담긴 아들에 대한 사랑을 드디어 깨닫는다.

엄마가 투잡을 뛰면서까지 일하는 이유는 아들을 잘 뒷바라지해서 자신은 가보지도 못한 대학에 보내고 성공시키기 위해서인데 그 노력을 어린 아들은 모르고 그저 인스턴트나 먹으며 잡초처럼 방치되었다고 생각할 뿐이라니 도대체 누굴 위한 맞벌이인가 생각하게 된다.

부모은 아이를 위해 둘 다 밤낮없이 일하지만 정작 그 빈자리 때문에 아이는 소외감을 느낀다. 혼자 일어나서 양치도 안하고 늦는 둥 마는 둥 학교에 갔다가 학원 다 돌고 집에 와서 혼자 밥먹야 하는 상태를 보니 이게 과연 이 집만의 문제일까 싶다.

이 책에서는 똑같은 하루, 평온한 일상이 주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지만 새터민 아저씨의 숙제도 공상태 어린이의 학원 문제도 결국 만우절 거짓말 한 번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일이다. 애나 어른이나 자기 문제는 자기가 해결해야 하는 거겠지만 현실이 피곤해도 늘 곁을 지켜주는 가족이 있다는 건 얼마나 든든하고 감사한 일인가.

새터민 아저씨의 순수함과 공상 좋아하는 공상태 군의 엉뚱함이 묘한 콜라보를 이루며 이야기를 따뜻하게 마무리지어서 좋았다. 이 책에서는 상태네서 밥을 든든히 먹고 길을 나선 아저씨의 미래까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잘 될 것이라는 희망적 분위기를 풍긴다. 웃기다가 화도 났다가 다행스럽다가 마지막에는 찡하기까지, 어른 독자도 재밌게 읽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어린이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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