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브루너" 뿐만 아니라 북극곰에서 나오는 이 일러스트레이터 시리즈 자체의 장점이기도 하다. 작가의 일생은 물론 독자들이 궁금할 법한 개인사까지 방대한 사진자료와 함께 되도록 샅샅히 싣고 있다.
딕 브루너는 네덜란드의 유명 출판사 가문에서 태어났는데 아버지는 그가 사업을 물려받길 바랬지만 본인은 어릴 때부터 예술가외에 꿈꿔본 게 없었다. 그래서 출판 사업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데 시간을 쏟았지만 사랑하는 여인의 아버지, 즉 장인이 딸과 결혼하면 안정적인 직업을 갖길 바랬고 그렇게 아버지가 운영하는 A.W. 출판사의 정식 표지 디자이너가 된다.
일이 참 재미있다. 억지로 아버지가 출판사를 물려주려 했을 때는 안하겠다고 서로 대립했는데, 결혼을 위해서는 자기 발로 아버지 회사에 들어가다니!
하지만 정직원 디자이너 일은 안정감과 동시에 실험적인 일도 가능해서 책 표지 디자이너 시절이 결과적으로 딕 브루너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검은곰 시리즈를 비롯 다양한 실험적인 디자인이 등장하고 초창기 딕 브루너가 디자인한 표지를 보면 나중에 미피가 나온 게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딕은 편집부 요약본이 아니라 자신이 디자인할 책을 원고더미 상태로 다 읽은 후 직접 분위기를 확인하고 연상작업을 통해 색채와 형상을 그렸다고 한다.
또한 책표지 디자인에도 독자의 상상력을 방해하면 안된다는 원칙이 있어서 선정적 요소를 빼고 추리소설 같은 것도 분위기로만 묘사했다.
딕 브루너를 단순히 어린이책만 만든 작가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굉장히 성인 취향의 고급스럽고 강렬한 표지 디자인도 많았고 포스터 작업도 많이 했다. 그저 대중들에게는(나를 비롯) 미피 시리즈의 작가로만 알려져있는데 막상 작품 세계를 처음부터 보니 작가로서 정점에 올라선 후에 탄생한 미피도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지만 그 전의 표지 디자인이나 포스터도 굉장히 훌륭했다.
단순하고도 강렬하다. 딕 브루너는 색을 많이 쓰는 작가도 아니고 선이 복잡하지도 않지만 아주 간결하게 압축해서 분위기를 전달하고 캐릭터를 완성하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