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 - 제시카 소설 데뷔작 샤인
제시카 정 지음, 박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녀시대의 전 멤버이자 패션 디자이너, 인플루엔서인 제시카 정의 첫번째 소설 샤인을 읽었다. 나는 사실 그녀에 대해 거의 모르지만 동생이 f(x)멤버인 크리스탈(한국이름: 정수정)이고 요즘 보는 드라마 '써치'의 주인공으로 나오기 있기에 정자매에 대한 호기심에 읽어봤는데 처음 100페이지까지의 오글거림만 견뎌내면 굳이 영어덜트라는 22~25세를 빠져나가는 올드보이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청춘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포토카드도 2장 주기에 기쁜 마음으로 소장한다.



굳이 서평에 스포를 하고 싶지 않기에 짧게 어떤 이야기인지 줄거리와 감상 위주로 적어봤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한국계 미국인 레이첼 김이고 그녀에게는 케이팝 스타가 되고 싶은 꿈이 있기에 DB엔터테인먼트라는 곳에서 7년째 연습생 생활을 하고 있다.




가족구성원은 프로 복싱선수 은퇴하고 체육관에서 일하며 몰래 로스쿨을 다니는 아버지, 정교수가 되길 희망하며 열심히 대학강의를 나가는 어머니, 철부지지만 귀여운 여동생 레아가 있다. 말하자면 단란한 가족이고 자매 구성이다. 아버지는 그녀의 꿈을 응원하고, 어머니는 좀 더 이성적이며 레이첼의 연습생 혹은 데뷔 이후의 삶까지 걱정하고 있다. 어머니는 이 소설에서 레이첼을 항상 긴장시키는 인물이자 가장 현실적이다. 수백만명의 연예인 지망생 중 하나 발탁되어 스타로 살아가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걱정을 안하는 게 도리어 비정상적으로 느껴진다.

어딘가 DB엔터의 노대표는 SM의 이땡땡 회장이 연상되고 걸그룹 데뷔를 위해 거치는 그 많은 오디션도 예의 대결구도 프로그램이 생각나지만 그건 '샤인'의 저자가 전직 케이팝 스타라는 이미지 때문에 겹쳐지는 모습일 뿐 소설 첫머리에도 나왔듯이 모든 등장인물과 사건은 다 허구이다.

다만 다루는 이야기가 케이팝 스타와 소속사, 연습생이라는 생태계이기에 현실을 바탕으로 마구 뻗어나가는 독자의 상상력까지 막을 수는 없을 듯하다. 또 DB엔터테인먼트가 소설 배경의 중심이라 케이팝 연습생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어떻게 자신의 사생활을 희생하며 오랜 시간 데뷔만을 위해 노력하는지 생생하게 볼 수 있어서 매력적이기도 하다. 연예계 생활이 궁금했던 독자라면 어느 정도 호기심 해소도 될 것이고 다 읽고나면 한 편의 청춘 드라마를 본 듯한 기분이 든다.

레이첼은 연습생 생활 중 아카리 같은 친구도 사귀고 반대로 늘상 한 대 칠 기회만 노리는 경쟁자 미나도 만나고, 우연한 기회에 매력적인 케이팝 스타 제이슨 리와 사랑에도 빠진다. 중간에 의미심장한 말이 나오는데 바로 업계 '비밀'에 관한 것이다. 영어덜트 독자라면 그 비밀이 당췌 무엇인지 궁금할 것이고 나이를 좀 먹은 독자라면 '이게 비밀이었어?' 싶을 정도로 별로 놀라진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이 세상은 굳이 엔터 업계가 아니어도 시궁창이니까...



다만 늘상 이죽거리는 추미나 같은 경쟁자나 언제든 욕을 할 준비가 된 안티팬은 사실은 레이첼 인생에 있어서 병풍 같은 존재일 뿐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꿈을 향해 어디까지 달려갈 수 있을지 자신을 끝없이 담금질하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어떤 이슈가 터져도 스스로가 단단하다면 레이첼이 두려워하는 것만큼 그녀에게 타격을 줄 수는 없을 테니까.

물론 소설에서 말하는 것처럼 엔터 업계의 고리타분한 이중잣대는 여전히 존재하고 같은 사건에도 남녀가 받는 시선이 다르긴 하지만 절대 연애금지가 요즘에도 그렇게 엔터계 불문율인지 갸우뚱했다. 가장 사랑에 빠지기 쉬운 나이에 아무도 만나지 말라니 어째 본능을 거스르란 소리 같네.

이 소설은 레이첼의 케이팝 스타로서 성장기를 담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이슨 리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비중이 레이첼에 비해 적어서 아쉽고 레이첼 1인칭 시점 소설이라 그의 진짜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기에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무겁지 않은 내용이라 생각보다 재밌게 읽었고 어차피 소설은 작가와 독자가 공통 경험을 바탕으로 어느 지점에서 만나는 거라 생각한다. 케이팝 스타의 삶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라면 딱 100페이지만 넘어가면 순식간에 400페이지를 넘겨버릴 강력한 흡입력이 장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