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고양이의 행동 심리 - 고양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이마이즈미 다다아키 지음, 장인주 옮김 / 다온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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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키운 지 20년이 넘었지만 그래도 아직도 모르는 점이 많기에 '우리 집 고양이의 행동 심리'라는 책을 읽어봤다.

요즘 개보다 고양이가 핫하다지만 오래 전부터 고양이를 가정에서 키워온 일본에서 "고양이 아빠"로 불릴 정도의 저자라면 책 내용에 깊이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고양이 관련 책이 처음은 아니지만 여태까지의 책들은 거의 수박 겉핥기 수준이어서 10년 이상 된 집사의 궁금증을 충족시키기엔 대부분 부실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기존의 고양이 책보다 조금 나은 모습을 보여준다. 뇌과학의 관점에서 고양이 뇌구조에 대해 설명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야생성이 강한 고양이의 습성과 그로 인해 집 안에서 키울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 인간이 이해하기 힘들지만 고양이 입장에서는 당연한 패턴까지 좀 더 풀어주고 있다.

저자는 이리오모테살쾡이 연구를 50년 이상 하고 있고 포유동물학자이자 일본 동물 과학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머릿말에 고양이에 대해 '여러모로 멋진 동물'이라고 했는데 정말로 동의하는 정의가 아닐 수 없다.

고양이는 한 마디로 단정 짓기엔 너무나 복잡하고 스마트한 동물이며 사람과 비슷한 듯 다른 점이 더 많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이다. 특히 그 변덕스럽고 자기주장이 강한 성격, 깔끔하고 독립적이면서도 묘하게 사람을 따르는 사회성은 냉온 양면을 다 가지고 있어서 개와 고양이를 다 키워본 사람이라면 결국에는 고양이쪽으로 옮겨가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1장은 고양이의 뇌구조와 기억, 수면 등에 대해 나와있는데 그렇게까지 흥미롭지는 않았고 2장은 고양이의 신체능력에 관해 나와있다. 초음파를 감지하고 인간보다 20~30만배 뛰어난 후각을 갖고 있지만 미각쪽에서는 또 그렇지도 않다는 것.

시력 역시 사람보다 10배나 뛰어난 동체시력을 갖고 있어서 움직이는 물체를 금방 파악하지만 가까이 있는 사물을 볼 때는 초점이 맞지 않아 노안과 비슷하고 시력 수치로 나타내자면 0.04~0.3 정도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우리집 고양이도 멀리서 움직이는 건 아주 잘 보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코 앞에 떨어뜨려준 빵을 못 찾아서 손으로 톡톡 쳐서 가르쳐줄 때가 많았는데 고양이는 사람으로 치면 고도근시에 해당한다니 설명을 듣고서야 당시 상황이 이해가 갔다. 단순히 늙어서 시력이 떨어진 줄 알았는데 원래 가까운 사물을 잘 못 봐서 뭔지 확인하려고 앞발로 툭툭 건드려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책이 대략 이렇다.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이라면 이미 다 아는 행동 패턴인데 아마 그 이유까지는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건 이래서 그렇고 저건 저래서 그렇다라는, 과학적인 이유가 없을 때는 꽤 신빙성 있는 추측성 설명이라도 있기 때문에 읽기 전보다 고양이에 대해 훨씬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발정과 교미에 관한 실태도 그러한데 고양이의 임신 확률이 거의 백프로라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이유는 고양이의 배란이 사람과 달리 교미 후에 일어나기 때문이고 토끼도 이런 과라고 한다. 종을 유지하고 자손을 퍼뜨리는데는 합리적일 지 몰라도 길고양이를 자연임신 상태로 놔두면 100%에 가까운 임신 확률로는 너무나 고생스러울 수밖에 없다.

1년에 2번씩 발정기가 찾아온다는데 그 때마다 족족 임신해서 매번 4~5마리의 새끼를 낳아 기른다는 건 길에서 사는 생명에게 가혹할 수밖에 없다. 책에서는 이런 문제점까지는 짚지 않고 합리적인 시스템이라고 가볍게 넘어갔지만 봄만 되면 임신한 길고양이가 많이 보이는 이유에는 저런 속사정이 있었구나 싶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를 인간이 다 간섭할 수도 없고 수많은 길고양이를 포획해서 중성화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뒷부분에서 흥미로운 내용은 많은 집사들이 궁금해할 '고양이는 왜 골골송을 부르는가' 일텐데 새끼와 어미의 소통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골골골 소리도 나지만 성대의 울림으로 몸이 떨리는데 누워서 젖을 주던 어미도 직접 보지 않아도 새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산책냥이가 비둘기나 쥐를 잡아다가 주인에게 주는 것은 사냥에 서툰 주인을 새끼 고양이처럼 보고 자기가 되려 주인을 챙겨주려는 마음에 갖다준다니 참 기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주인의 털을 핥아주는 행위도 미숙한 새끼 고양이의 털을 대신 정리해주는 행동이라는 설명에는 빵 터졌다. 우리집 고양이가 어릴 때 그렇게 나를 쫓아다니며 머리카락을 핥아줬는데 이게 저런 이유였다니..

마찬가지로 모르던 걸 하나 또 발견했는데 고양이가 하품을 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발산하기 위해 하는 전위행동(전후의 행동과는 아무 맥락없이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일상에서 자주 하는 행동을 함으로써 짜증을 억누르고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하려 하는 게 전위행동이다.

우리집 고양이는 동물병원에 가면 진찰대 위에서 극도로 긴장을 하고 꼬리까지 숨기는데 예전에는 아예 하품을 하기에 '어? 이 상황에 하품이라니?'하고 의아한 적이 있었다. 그게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전위행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궁금증이 해소되어 속은 시원하지만 가슴이 아프다.

고양이에게는 이렇게 자기들만의 속사정이 있다. 전문적인 서적을 읽지 않으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맥락 없는 행동이 꽤 많기 때문에 고양이 키우는 사람이라면 기초 정보도 쌓고 꽤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고 키우기 전이라면 더더욱 읽어보고 문제행동이 나타나도 감당할 자신이 있는지 한번쯤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개보다 훨씬 키우기 힘든 동물이 고양이인데 그저 독립적이니 손이 덜 가겠지 생각하고 덜컥 고양이를 키워보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지는 것 같아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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