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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먹는 도깨비 얌얌이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57
엠마 야렛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0년 9월
평점 :
책 먹는 도깨비 얌얌이는 도깨비 좋아하는 우리 조카 나이대의 꼬마들이라면 정말 재밌게 볼 수 있는 약간의 입체북 형식이에요. 앞표지도 두껍게 얌얌이가 쇠창살에 갇힌 것처럼 파냈고 뒷표지 역시 지명수배 중인 얌얌이를 위트있게 오려내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촉각놀이처럼 책을 직접 만져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꼬마 도깨비 얌얌이는 비누, 양말, 고무오리, 발가락까지 닿는대로 씹고 깨무는 장난꾸러기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게 책이네요. 얌얌이는 이 책에서 나가서 유명한 다른 동화로 들어가 이야기를 자기 멋대로 훼손합니다. 이게 바로 이 동화책의 꿀잼 포인트!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 '빨강망토 이야기', '잭과 콩나무'까지 얌얌이가 옛날 동화책으로 들어가 자기가 이야기를 이끄는 새로운 주인공이 되어버리고 원래 이야기는 완전히 바뀌어버립니다. 원작의 내용을 알고 있는 아이들은 더욱 재미를 느끼겠지만 아직 모르고 봐도 아무 상관 없이 좋아하네요.

저는 북인북처럼 소개된 변형된 동화 중에 원작 '빨간 망토'를 워낙 좋아하기도 했지만 가장 위트있게 패러디해서 내내 깔깔깔 웃으며서 봤어요. 빨간 망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 도깨비 얌얌이는 빨간 망토 소녀가 가지고 있는 할머니 도시락을 자기가 다 먹어치우고 소녀의 빨간 망토를 빼앗아 어깨에 두르고 (미친다 ㅋㅋㅋ) 신이 나서 할머니 오두막으로 찾아갑니다.
그런데 당연히 기다리고 있는 건 할머니가 아니라 할머니 분장을 한 늑대잖아요? 늑대가 빨간망토를 걸친 얌얌이에게 이상해보인다고 지적질을 하는데 그것도 기가 막혀요. ㅎㅎ
온갖 소동 끝에 할머니는 풀려나지만 빨간 망토 소녀는 아예 이야기에 등장도 못해서 창문 밖에서 화를 버럭 내고 있고 할머니 분장을 한 늑대는 얌얌이가 그 페이지를 갉아먹어서 닭이 되어버렸네요!

원작을 패러디하는 솜씨가 능수능란하고 상상력이 뛰어나요. 다음 페이지를 갉아먹은 얌얌이 때문에 닭이 되어 버린 늑대, 게다가 왠지 푸드덕거리고 싶다며 닭이 된 걸 좋아하는 듯 하죠? 희한한 방식의 해결이지만 어쨌든 해피엔딩, 늑대 녀석 다시는 나쁜 짓을 못하게 되었군요!

책을 넘나다니며 원작을 훼손하고 주인공들의 분노를 산 말썽꾸러기 얌얌이. 이 녀석 체포해야 하는데 아무리 가둬놔도 쉽지가 않습니다. 책 먹는 도깨비니까 다음에는 어떤 책으로 들어가서 말썽을 부릴지 기대되네요. 조카들과 즐겁게 읽은 독특한 기획의 동화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