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빛나는 순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윤예지 그림, 박태옥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인 "내가 빛나는 순간"은 그림 에세이라는 형식으로 나왔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연금술사"는 너무 오래 되어서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이 말 밖에 생각이 안 난다. 작가에게 죄송할 따름이다.

 

아주 오래 전에 파울로 코엘료의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아니, 뭐 이런 글자도 몇 개 없고 당연한 말만 늘어놓는 작가가 뭐가 대단하다고 이게 베스트셀러란 말인가? 정말 돈 벌기 쉽군.' 이게 나의 솔직한 감상이었고 그닥 감동적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다시 이 신간을 잠 안 오는 밤에 아주 느긋한 마음으로 읽다보니 '어라? 형식은 똑같은데 받아들이는 마음이 그새 바뀐 걸까?' 당연한 말이 처음 듣는 진리처럼 느껴지며 싸악 스며들었다.

 

아마도 그림의 공도 큰 것 같다. 주인공 소녀 옆에 딱 붙어 등장하는 이 검은 고양이, 우리집 고양이 젊은 시절과 쏙 빼닮은 데다가 그림작가가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 같다. 고양이의 행동이나 동작이 너무나 애묘인이라 내 마음에 그야말로 찰떡처럼 들러붙어 나같은 냉혈인에게도 드디어 파울료의 글이 와닿았다. 하하하.. 물론 십년새 나도 많이 세상에 치인 데다가 나이를 먹어서 이제야 파울료의 마법이 통한 것일 수도 있다.

"무엇인가를 성취하길 원한다면 우선 내가 원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간결한 조언과 고양이의 초집중 도움닫기! 고양이란 동물은 뭔가 타겟을 정하면 몇날 며칠이고 포기를 모른다. 벌레 한 마리도 최선을 다해 노려보다가 적당한 때가 되면 궁둥이를 몇 번 흔든 후에 도움닫기를 해서 날아올라 기어코 덮치고야 마는 것이다. 옆에서 보면 그 귀여운 사냥놀이에 흠뻑 빠지게 되는데 작가의 글과 그림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목표 설정, 끈기, 집중. 이 세 가지를 하지 않고 실패를 말하기에는 너무 면목이 없다.

초반에는 책을 읽기에 바빠 번역서이니 당연히 그림도 외국작가 것을 계약해서 고스란히 실었겠지 했다가 윤예지라는 한국작가이고 "마당을 나온 암탉"에 그림을 그렸다는 일러스트레이터 소개를 보고 깜놀. 책을 끝까지 읽고 덮고나니 글과 그림의 조화가 너무나 훌륭해서 브라질 원작에 외국 작가의 그림이 실렸다해도 윤예지 작가의 그림만큼 아름답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책은 성인을 위한 마법 같은 동화이다. 사회생활도 좀 해보고, 사랑에 울어도 보고, 미워하는 사람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고, 실패도 해보고, 그럼에도 인정하기 싫고, 시기 질투도 다 겪어본 인생의 단짠을 다 아는 사람이 읽으면 더욱 좋을 책이다.

노안이 와도 읽기 편하게 글자가 몇 개 없지만 그림으로 많은 경우의 수를 설명하고 있으며 밤에 읽으면 꿀잠 잘 수 있고 반대로 지난 일이 떠올라 후회가 밀려오기도 한다. 시간낭비 하느니 돈을 낭비하는 게 더 싸게 먹힌다는 말에는 무릎을 탁 쳤다.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고 되돌려 받길 바라지 말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라는 코엘료 작가의 말. 할아버지의 인자한 인생경험을 듣다보면 그렇지, 그렇지 전에 없이 동의하게 되니 신기할 따름이다.

 

 

아이처럼 원초적으로 살고 싶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만의 행복을 찾아 그 여정을 즐기는 것. 목표를 정하면 달려가고 열심히 해야겠지만 그래도 실패했다면 졌다고 받아들일 것.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사람은 이렇게 짧고 담백하게 써도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구나 이제야 작가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정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