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는 너무 복잡하게 살아왔다
샤를 와그너 지음, 이정은 옮김 / 크레파스북 / 2020년 5월
평점 :

작가 샤를 와그너는 프랑스 사람으로 1852년에 태어난 소위 옛날 사람이다. 이 책은 저자가 1895년에 쓴 "단순한 삶"을 새롭게 출판한 것인데 사실 이름만 다를 뿐 다른 출판사에서도 "단순한 삶", "단순하게 살기" 등으로 제목만 다르게 꾸준히 나온 책이다.
목사인 와그너는 단순한 삶이라는 한 가지 주제를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설파하고 있다. 언뜻 읽으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뿐이라 처음에는 다소 지루했지만 과연 이 당연한 이야기를 실천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를 염두에 두니 참으로 대단해보였다.
그가 말하는 단순한 삶은 본질에 충실한 삶을 말한다. 본인 자체가 허례허식을 미워하고, 허풍과 과장을 싫어하는 담백한 사람이라 그런 솔직한 삶을 남들에게도 지향하도록 권하고 있다. 그는 무턱대고 부자를 미워하는 것도 아니오, 가난뱅이를 동정하고 있지도 않다. 부자라고 남을 깔볼 것도 없고 가난하다고 옆 사람의 부를 부러워하거나 시기하면 그것도 옳지 않다고 한다. 즉 중용이나 정도를 지키라는 뜻으로 읽힌다.
특히나 가정과 사회, 직장에서 각자 자기의 의무와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단순한 삶이자 건강하게 사는 삶이라는 것이다.
"멀리 있는 의무는 매력적이라 이것에 온통 정신이 팔려 가까운 의무를 깨닫지도 못한다."
"사람이 활동해야 할 자리는 그 사람 가까이에 있는 의무의 공간이다."

나는 이 문구를 읽고 주변의 여러 명을 떠올리며 웃고 말았다. 독거노인이나 불우이웃 등은 열심히 도우러 다니면서 정작 자기 식구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 가장, 멀리서 혼자 사는 늙은 어머니는 굶고 있는데 자기랑 상관없는 시위현장에 데모를 도우러 나가는 아들도 봤다. 그들 모두 나름대로는 분명 훌륭한 사회활동을 하는 것인데 과연 누구를 위한 봉사이고 희생인가? 그 모든 훌륭한 일은 자신의 가정을 먼저 돌본 후에 해야 마땅한 일이 아니던가?

샤를 와그너가 봤다면 이 사람들은 모두 기본적인 의무를 저버린 자들이자 단순한 삶에서 벗어난 인물들이다. 본인의 명예나 자아실현 욕구에 사로잡혀 가까운 가족의 경제적 궁핍은 나몰라라 하는 인물들이 얼마나 많은가?

와그너는 삶을 단순하게 봤다. 복잡할 이유가 없다. 엄청나게 많은 일에 관여하면서 정작 자기 의무를 게을리 하는 사람, 자기 자리에 있지 않고 자기 직업을 무시하는 사람들 때문에 삶이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워진다고 주장한다.
"각자 자기가 챙겨야 할 일을 하면 모든 것이 너무도 단순할 텐데."
이 한 줄에 100년 후라도 바뀌지 않을 명제가 담겨있다. 이 책은 다양한 관점에서 단순한 삶이란 무엇인지 이야기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할 일을 하면 된다는 게 핵심이다.
단순한 삶이란 가장 인간다운 삶을 말한다. 이웃과 나눌수록 더 기쁨이 커지고 선한 일은 아무도 모르게 할 때 가장 보람되다는 등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영혼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때 인간은 가장 인간다워지고 작은 일에도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자녀를 키울 때에도 응석을 다 받아주어서 부모 위에 군림하지 않도록, 또 부모의 소유물이 되지 않도록 아이는 그의 삶 자체를 위해 키울 것을 권한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100년도 전에 대중에게 권한 책. 고전은 세월이 흘러도 그 가치에 변함이 없듯이 삶의 모습이 100년과 지금이 많이 달라졌다고 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단순한 삶을 원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100년전보다 지금 더 많아졌을 것이다. 돈에 함몰되지 않는 삶, 욕구의 노예가 되지 않고 자기 내면에 귀를 기울이며 소박하게 사는 삶, 단란한 가정에서 오는 행복, 자신의 의무와 역할에 충실한 삶, 또한 남일이라고 외면하지 않고 불행에 빠진 타인을 돕는 이타주의 등 인간답게 잘사는 법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머리가 복잡할 때 천천히 읽어보면 사람 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하나도 다르지 않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