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싸랑한 거야 특서 청소년문학 12
정미 지음 / 특별한서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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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청소년 문학을 오랜만에 읽어봐서 풋풋했다. 주인공 자매의 집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사채업자들에게 쫒기는 신세이다. 소설의 배경이 된 경기도 양평의 두물머리는 내가 가끔 차 마시러 가는 드라이브 코스라서 웃음이 났다. 거기는 경치 좋고 한적한 곳인데 내 기억에는 좋은 카페가 많았다. 주인공 또래의 고등학생들이 돌아다니고 실생활이 이뤄진다기보다 경기도 외곽의 관광지 느낌이 강했는데 사채업자에 쫒기는 지원이가 머리 싸매고 돌아다니는 풍경이 되니 조금 뜬금없다는 생각도 했다. 경기도면 사채업자를 피해 도망갔다는 서울에서 너무 가깝지 않나? 아무튼 소설은 고등학생 아이들이 중심인데 카톡이 아닌 문자를 주고 받고 취미는 줌이 지잉 늘어나는 카메라로 사진찍기라니 이게 요즘 얘기인가 년도를 확인해보기도 했다. 

 

약간은 거슬리는 몇 가지 설정을 넘어서 100p가 지나가자 본격적으로 이야기는 달린다. 주인공 소녀 어지원은 사채업자를 피해 도망간 아빠를 빼고 엄마, 언니와 함께 친할아버지가 계신 두물머리 지역으로 내려오는데 마침 자매가 이 동네로 이사온 것은 방학 때이다. 학교에 정식으로 전학 신고도 안하고 숨어지내는 처지이지만 동네를 왔다갔다 하면서 한 눈에 반하는 찬혁 오빠를 만나고, 그의 사촌동생 찬진이와는 친구가 된다. 집이 망해가는 어지러운 상황이지만 지원이는 멋진 대학생 오빠 찬혁을 보고 홀린듯 사랑에 빠지고 자신보다 훨씬 예쁜 지혜 언니와 그가 사귀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게다가 늘 두려워하던 사채업자들 대신 엄마가 안 계신 대낮에 사채업자들의 돈을 대신 받아준다는 해결사 강철이 집으로 찾아온다. 지원이네 채권자인 사채업자들이 직접 찾아다니기도 귀찮았는지 채권 추심업체를 다시 고용했나보다.

여기서부터 또 이해가 안 가는데 두 소녀는 사채업자들의 해결사 강철이 집으로 찾아와 노래방 알바를 제안한 것을 엄마나 할아버지에게 말하지 않는다. 아마도 어른들에게 얘기를 했다면 저런 불법 알바를 시킬 리도 없고 그걸로 이야기는 끝이겠지. 아이들은 반협박이자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강철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노래방 주점에 도우미로 나가게 되는데 심지어 강철은 꽃 같이 막 피어나는 언니에게 눈독을 들인다. 이제부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재밌어지며 동시에 어디서 많이 본 장면들이 등장한다. 노래방에서 어쩔 수 없이 일하는 미모의 여고생 지혜 언니, 뚱뚱해서 도우미라기보다 청소가 더 어울리는 통감자 동생 지원이, 두 자매와 업장에서 다시 마주치는 멋진 오빠 찬혁, 그리고 늘 언니를 노리는 깡패 강철까지. 4명이 각각 사랑의 화살을 이리 저리 날리며 한 편의 청춘 드라마가 펼쳐진다. 서브 남주로는 찬혁이만큼 멋진 동생 찬진이, 조연은 지원이의 친구 도희가 있다.

 

 

큰 축은 지원이의 첫사랑이지만 사실 찬혁이와는 거의 접점도 없고 둘 사이에 드라마틱한 사건은 더더구나 없다. 대부분은 지원의 상상이고 오빠를 왜 좋아하는지 그 계기조차 선명하지 않다. 아마도 청소년기의 사랑이 외모 위주이고 자신의 상상 속에 이뤄지는 게 태반이기 때문에 사랑을 싸랑한 거라는 소설 제목처럼 사랑에 빠진 자기 감정을 사랑한 것 뿐이다. 소설 속에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솔로몬의 문구가 여러 번 나오는데 작가는 지원이가 겪는 어려운 현실도, 혼자만의 어설픈 짝사랑도, 또 그 사랑이 와장창 깨진 아픔도 결국 지나가고 주인공은 성장할 것이라는 암시로 쓰인 것 같다. 지원이가 자라는 데는 오히려 찬혁 오빠보다 악역 역할의 해결사 강철이 더 도움을 준 거 같아 아이러니하지만.  

 

 

두물머리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으로 두 물줄기가 합쳐져서 그리 불린다고 한다. 아름다운 경기도 모처에서 사채업체에게 쫒기는 두 소녀와 가냘픈 엄마, 또 집나간 아빠를 찾으러 떠난 할아버지까지. 동화 속 얘기 같기도 하고 첫사랑이니만큼 오글거리는 대사도 많지만 그 시절 순수했던 청춘의 열병이 느껴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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