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이유 없이 거절해도 괜찮습니다 - 양보만 하는 사람들을 위한 관계의 기술
다카미 아야 지음, 신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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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해도 인간관계는 어렵다. 하지만 되돌려 생각해보면 20대 사회 초년생 시절은 남의 마음을 도통 알지 못해서 회사생활이 더욱 어려웠다. 의무교육을 비롯해 20년 넘는 학창시절을 보내며 그렇게 단체생활을 했어도 사회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한 반 수십명과 그럭저럭 잘 지내는 것이 4~5명 소규모의 팀원과 잘 지내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 소규모 집단 중 싫은 사람이 있으면 피할 곳이 없어서 괴로웠다. 이 책은 다카미 아야라는 일본인이 쓴 인간관계 기술에 관한 책인데 저자는 심리 카운슬러로 활동중이다. 조직 내 인간관계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고 밝혔듯이 회사 생활 중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이 많다.


 

제목에서 말하듯이 자꾸 남의 눈치를 보며 거절을 못하고 이용당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이 많은데 읽다보면 심리학서에 가깝다. 주된 내용은 양보하지 않고 내 뜻대로 하는 법, 거절의 기술, 도가 지나치게 참견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처법 등 주로 마음이 여리고 착한 사람들이 어떻게 방어력을 키울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가장 첫 페이지를 펼치면 색면지 안에 저렇게 한 줄 주요 내용이 요약되어 있어서 다음에 펼쳐질 내용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책을 다 읽어도 저 말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은 내가 먼저 행복해지는 게 중요하다. 주위 사람은 그 다음 순위다. 이렇게 살아야 일상이 즐겁고 인간관계도 순조롭다." 그럼 어떻게 해야 나를 지키며 나답게 살 수 있는 걸까?

여러 기술이 소개되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나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자기 신뢰감이 높은 사람은 간섭하기 어렵다고 한다. 내가 먼저 나를 믿고 나를 칭찬하고 사랑해야 한다. 그 바탕이 흔들리면 쉽게 나의 영역에 남이 흙발을 들여놓고 이래라, 저래라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게 하루 아침에 쌓이는 기술이 아닌 게 문제다. 저자도 지적했듯이 남은 나의 흔들리는 눈빛 하나 만으로도 내 연약함을 간파해서 공격에 들어간다. 쉽게 속여지지가 않는다. 껄끄러운 상대와는 거리를 유지하며, 되도록 사생활 이야기를 하지 말고, 강한 모습을 보이라는 식인데 만약 이 '거리두기'에 실패했을 경우 책에는 그 다음 대처법이 없다. 직속 상사나 같은 직급의 동료라면 '거리두기'가 좀처럼 먹히지 않는다. 회사 생활을 해 본 분들이라면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것이다. 거의 집에서 잠만 자다시피 하고 1년 내내 붙어있는데 사생활 이야기를 아예 안 할 수도 없고 매번 긴장하며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순식간에 간파되고 만다. 마찬가지로 상대방도 어떤 사람인지 나 역시 그들 속속들이 알게 된다. 여기서 조금 한숨이 나온다. 싫어도 내년을 기대할 수 있는 학교 생활과 달리 소규모 회사 생활은 멤버 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책을 읽은 결론은 '만만한 사람이 되지 말자'이다. 우리는 끝없이 자신을 재창조할 수 있다. 처음에 '거리두기'에 실패했더라도 이번에 쉽게 보여서 양보해줬더라도 다음에도 내내 쉬운 사람이 되어줄 필요는 없다.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유연한 마인드로 살고 있다. 이미 회사라는 것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정 싫으면 이직이든 뭐든 방법이 있다. 상대방이 나를 이해해주면 좋지만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너는 너, 나는 나'라는 마인드 컨트롤을 잊지 말고 바닥에 발을 딱 붙이고 내 기준에 맞춰서 사는 '그라인딩'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 싫으면 싫다, 못하면 못한다라고 거절을 해야 내가 살 수 있다. 그들은 내 요구를 안 들어주는데 왜 나만 그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할까? 뭐든 일이 잘못되면 내 탓부터 하는데 과연 내 잘못인가? 화살을 자꾸 나에게 돌리는 나쁜 버릇이 있는 분들은 이 책을 꼭 읽기 바란다. 세상에는 성격 파탄자들이 은근히 많다. 그들은 늘 '니 탓이오'를 외치므로 자꾸 그 사람들 기준에 나를 맞춰서 못난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

​또한 친구관계에 대한 조언도 나와있는데 자꾸 불행한 이야기를 하며 서로 '내가 더 불행해' 배틀을 하는 사이가 되었다면 인간관계가 바뀐다는 신호라고 한다. 좋을 일을 나눌 수 없고 불행한 이야기만 하게 된다면 관계에 더 이상 집착하지 말고 거리를 두거나 멀어져도 상관없다. 어차피 이어질 인연이라면 수년 후에 또 친해질 수도 있으니 쿨한 자세를 취하라고 조언한다.

 


이런 책을 진작에 읽었더라면 내가 구하는 답의 100%를 얻지 못했을지라도 분명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남의 마음을 다 알 수는 없다. 알기 위해 노력하다가도 지긋지긋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상대의 기분, 상대의 의도 이전에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반성해본다. 왜 항상 나만 남을 맞춰야 하는가? 내가 굳건하고 멋진 사람이 되면 남이 나를 맞춰줄 날도 올 것이다. 우리 모두 나에게 좋은 일을 먼저 하고, 남들의 간섭에 휘둘리지 말자. 요즘 나이 어린 여자 연예인들의 안 좋은 소식을 들으며, 악플에도 끄덕없는 정신력을 먼저 갖추고 연예계에 데뷔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해봤다. 마찬가지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정신적인 면역력을 먼저 갖추고 전투에 나선다면 나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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