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민감자입니다 - 지나친 공감 능력 때문에 힘든 사람을 위한 심리치료실
주디스 올로프 지음, 최지원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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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 주디스 올로프라는 사람이 쓴 '나는 초민감자입니다'는 기존의 내성적, 내향적, 예민한 사람, 민감한 사람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사람들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나도 민감한 경향의 사람이라 주제가 흥미로웠는데 박사가 말하는 초민감자는 남의 감정뿐 아니라 신체적인 증상까지 받아들여서 감각의 과부하를 느끼는 사람들을 말한다. 당연히 이런 사람들은 부작용이 있는데 불면증이나 소화불량은 아주 흔한 케이스이고 부신피로 증후군, 자가면역질환, 만성 우울증, 만성 피로, 공황발작 등을 앓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사람 많은 곳에 간다거나 사교활동이 과하면 금새 피로해지는 등 정신적 부작용은 예상이 가능한 내용이어서 지나가고 이런 육체적 질병까지 나타나는 심각한 상황일 때는 어떻게 치료하나 궁금했는데 박사는 주류 의학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어딘가 '시크릿' 스타일의 요법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말 초민감자들이 병원에 가서 자기 증상을 말한들 원인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처방을 받아도 신경안정제 계통의 우울증 약을 처방받는 게 고작일 것 같다. 주변에 말을 해도 너무 예민해서 그렇다고 타박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그러니 자신이 초민감자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면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책에서 나온 치료법을 한번쯤 따라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초민감자가 겪는 각종 질환 중에서는 부신피로증후군이 가장 흔한데 피로와 신체 통증, 불안증 등을 복합적으로 호소한다고 한다. 원인은 부신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서 에너지를 공급하는 호르몬이 고갈된다는 것이다. 초민감자는 타인의 스트레스까지 흡수하니 당연히 쉽게 지치고 피곤할 수밖에 없다. 박사는 생활습관과 식생활을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꽤 호전될 것이라 자신한다. 당연히 건강한 생활법이니 따라할 만하다. 자연식 식사, 운동과 명상, 충분한 휴식, 비타민 B,C섭취, 삶에서 에너지 뱀파이어로 불리는 해로운 인간들 제거 등. 초민감자가 아니더라도 해야 할 일이다.

 

이 책의 특이점은 이런 예상 가능한 치료법 외에 정신적인 요법도 몇 가지 추가해서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종교가 따로 있는 분들이라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저자는 인도나 중국의 명상법, 요가, 수련 등에 조예가 깊고 믿음도 상당한 사람 같다. 명상법, 호흡법, 주문을 외는 법, 타인과 나를 잇는 끈을 자르는 상상하는 법, 맨발로 걸으며 땅의 힘을 느끼는 어싱 등 동양 철학적인 수련법 몇 가지를 소개한다. 사람은 정신과 육체의 결합물인데 스트레스에 특히 취약한 초민감자들이 심리적으로 쉽게 지치거나, 육체적으로도 병을 얻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민감하지 않는 일반인들도 본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타격을 받으면 병이 나지 않는가. 박사는 이럴 경우 정신과에 가서 약을 먹을 게 아니라 스스로 치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초민감자는 과도한 자극에 의한 불안 때문에 술이나 약물, 음식 등에 중독되기도 쉬운데 나를 치유하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생각으로 자가 치료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정신 치유법은 다소 갸우뚱하게되는 내용도 있지만 치료에 임하는 자세에는 동의한다. 모든 질병 치료에 첫걸음은 본인이 심각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아무리 병원 다녀도 스스로 낫고자 마음 먹지 않으면 하찮은 병도 쉽게 낫지 않는다.

 

저자는 3장 이후에서 초민감자가 배우자나 파트너를 찾는 법, 직장에서 번아웃 되지 않는 법, 민감한 자녀를 키우는 법, 또 민감함을 받아들임으로써 얻는 이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초민감자는 너무 예민해서 힘든 점이 분명 있지만 여러 훈련법을 통해 자가치유를 하면 그 예민하고 뛰어난 지각능력으로 얻는 장점도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민감함 덕분에 친절하고 여리며 동정심이 뛰어나고 강렬한 열정과 기쁨을 경험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약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니 많은 아티스트나 전문가 집단이 초민감자일 가능성은 당연히 매우 크다. 그러므로 자신이 초민감자라면 둔감해지려 애쓰고 각종 중독에 빠지기 보다는 저자가 소개한 방어전략 중 자기에게 맞는 것을 취해서 연습을 거듭하고 본인의 민감성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하면 남과 다른 가치를 가진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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