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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써달라고 한 적 없는데요? - 더 이상 충고라는 이름의 오지랖은 사절합니다
유민애(미내플)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 이름에 유민애 괄호치고 미내플이라고 되어있어서 필명인가 했는데 이 분도 유튜버였다. 제목이 다소 공격적이고 메인카피도 '내 인생에 간섭하는 참견러들에게 안녕을 고하는 법'이라고 되어 있기에 책을 읽기 전에 '아, 대충 처세술이나 고민상담 이런 것이겠구나' 짐작하고 들어갔다. 초반은 역시 사회생활하면서 만날 수 있는 온갖 가면을 쓴 인간들을 알아보는 법, 적을 퇴치하는 법, 나를 지키는 법 등이 나와있다. 저자는 조언이라는 선량한 허울을 쓰고 상대의 자존감을 건드리고 호구잡는 인간들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사례별로 정리해서 꼼꼼히 일러준다. 경험에서 우러난 너무나 적나라하고 사실적인 조언들이라 두루뭉실한 옛날 심리서는 명함도 못 내밀 것이다.

책을 읽다보니 저자가 다녔다는 그 대형 언론사가 도대체 어디인지 마구 궁금해지지만 계속 대형 언론사로만 나오니 그냥 넣어두고 아무리 화려하고 좋은 직장도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과 다르다면 계속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데 동의한다. 저자는 용기있게 사표를 던졌지만 10만에 가까운 구독자를 둔 유튜버로 거듭나기까지 순탄치 않은 과정을 겪어야만 했다. 저자가 말한 무기력증이 요새 말하는 우울증과 증상이 비슷하다. 다만 미내플은 자기 의지가 있고 멘탈이 무척 강하다는 것을 책 곳곳에서 느꼈다. 나를 책임질 사람은 나밖에 없다, 나를 알아야 연애도 일도 잘 풀린다 등 당연한 말 같지만 우리는 얼마나 스스로를 모르는가. 내가 공감한 챕터는 이제 더 이상 사회생활 만렙이 아니다. 직간접적으로 저런 민폐 인간들을 많이 겪여봤고 안타깝게도 계속 회사를 다니려면 마음 속에서는 끊임없이 부딪혀도 어느 정도는 상사, 동료를 맞춰줘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 사람들이 쉽게 터치할 수 없는 직급까지 올라가는게 최선인데 현실적으로 신입이 부장에게 할 말 다하고 다니는 회사는 없다. 미내플의 처방이 시원하면서도 다 따라할 수 없는 것은 개개인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복잡하고 다 똑부러진 인간형은 아닌데다 실제로는 말도 많이 막히기 때문에 연습과 경험이 많이 필요하다.
내가 특히 재밌게 읽은 부분은 연애 얘기였다. 모태솔로 탈출법이 특히 공감이 갔다. 요즘은 뭐든 인터넷이나 영상물로 배우는 세대라지만 인간관계만큼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 헤쳐나갈 수가 없다. 남자가 아닌 남자사람으로 보기, 맞는 말이다. 스스로 '을'을 자처하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 그대로를 드러낼 것, 그래도 이어지지 않는다면 깨끗하게 다음 사람으로 넘어간다 등등 참으로 멋진 조언이다. 시행착오로 이루어지는 연애를 20대에 하지 않으면 온실 속의 화초처럼 30대, 40대 나이만 먹게되고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 결혼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 게 연애다. 그러니 실패하려면 지금 실패해야 한다. 저자는 어떤 시련을 겪더라도 이겨내겠다는 의지로 계속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할 것을 주문한다. 연애는 단순히 연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가장 내밀하고 개인적인 성장으로 이어지므로 성공과 실패에 연연하지 말고 한번도 겪여보지 않은 종류의 시행착오를 가질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