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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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이후로 일본 장르소설은 오랜만이다. 한자와 나오키, 일본에서 드라마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자세한 내용은 몰랐다. 제목만 보고는 한자라는 사람과 나오키라는 사람, 둘이 듀오로 활약하는 내용인가 했는데 이런.. 성이 '한자와'이고 이름이 '나오키'였네. 후훗.. 여기서 일단 한방 먹고, 작가의 단순 조사만으로는 쓸 수 없을 정도의 놀라운 은행 묘사에 또 다시 놀란다. 작가 이력을 띠지에서 찾아 읽어보고야 납득이 간다. 저자 이케이도 준, 미쓰비시 은행에서 7년 근무. 마치 최근의 의학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전문성이 은행 이야기에 사실감을 더한다.

 

 

주인공은 도쿄 중앙은행의 엘리트 융자 과장 한자와. 그는 오사카 서부 지점에서 기업에 융자를 심사해서 대출해주는 업무를 맡고 있는데 서부오사카 철강이란 곳에 아사노 지점장이 부실 대출을 해 준 건으로 위기에 몰리게 된다. 서부오사카 철강의 사장인 히가시다가 계획적으로 도산을 하는 바람에 은행이 대출해준 5억엔이 부실채권이 되고 그 돈을 회수하지 못하면 지점장 아사노의 모략으로 융자 과장인 한자와가 책임을 다 뒤집어쓰는 상황이다. 1권의 주요내용은 어떻게 대출해준 5억엔을 회수하느냐이다. 처음에는 전혀 회수할 방법도, 사장이 돈을 은닉한 증거도, 한자와를 도와줄 인맥도 없어보였는데 사방팔방 다니며 노력한 끝에 다케시타라는 거래처 사람을 만나 수사를 시작하고, 사내에서도 친구의 도움을 받아 범인의 포위망을 좁혀가는 이야기가 박진감 넘치게 펼쳐진다.

 

히가시다라는 드러난 적과 은행 내부에 있는 감춰진 적. 원래 소설에서 한꺼번에 패를 다 보여주면 재미가 없다. 어떻게 이 두꺼운 책을 다 읽나싶었는데 100페이지를 넘어가자 줄어드는 게 아까울 정도이다. 중간 중간 챕터마다 끼워진 한자와 과장의 분노어린 만화컷도 재미있고 소설 자체가 만화같다. 이런 작품이 영상화되지 않으면 무엇으로 드라마를 만들까 싶을 정도이다. 이케이도 준의 작품마다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했다고 하는데 소설이 아니라 마치 어떤 영상물을 보는 것처럼 서사에 강한 글이고 주인공의 성격이 분명하며 일관성이 있다.

다만 장르소설이라는 한계도 있어서 감정선은 무척 단순한데 주인공의 주요감정은 분노이고 그의 목표는 사회정의 실현이다. 다 썪어빠진 일본 은행의 비리와 직장생활의 쓴 맛, 거품 경제가 붕괴되고 불황일 때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당시 일본 사회상을 보는 재미도 있다. 다른 등장인물인 히가시다 사장이나 아사노 지점장, 나미노 경리과장 등도 비교적 평면적인 인물로 등장하고 전지적 작가시점이라 여러 등장 인물을 번갈아 보여주기에 그들의 속사정이나 의도를 금방 알 수 있어서 속은 시원하지만 통속 소설이라는 한계는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추리나 미스테리물을 좋아하는 독자층을 충분히 만족시킬 만한 완성도이고 무엇보다 뒷얘기가 궁금해서 견딜 수 없다. 스토리텔링이 무척 뛰어난 작가라는 인상을 받았다. 직장 생활이라는 것이 문제를 하나 해결했다고 끝이 아니므로 한자와 과장의 활약은 뒷편에서 계속 되겠지. 2, 3, 4권이 근간으로 잡혀있던데 빨리 후속권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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