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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ㅣ 안전가옥 앤솔로지 1
김유리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3월
평점 :
냉면이 소재겠구나 라는 것만 빼면 아무 사전 정보 없이 이 소설집을 읽었다. 읽으면서 몇 번 놀랐다. 현대 한국문학을 읽은 게 너무 오랜만이기도 했지만 그게 내 예상보다 훨씬 재미있어서 놀라고 또 주인공이 내 예상과 빗나가서 놀라고 작가 프로필을 보고 등등. 미천한 내 한국 소설 경험은 고등학교 때 읽은 염상섭의 삼대라던가 그런 주요 고전에서 끝이 나고 이후에도 공지영이나 은희경 등 이제는 그렇게 젊다고 할 수 없고 너무 유명해진 작가들에서 대개 끝이 나 있었다.



다음 소설은 혼종의 중화냉면, 남극 낭만담, 목련면옥 등이 있었지만 SF나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는 내용을 그닥 안 좋아해서 내게는 인상적이지 않았다. 남극 낭만담은 초반부가 다소 지루해서 얘기가 본격화되는 중반부터 빠르게 읽혔고, 목련면옥은 무서운 내용이겠으나 내 나이가 있다보니 사다코 급으로는 아무래도 겁먹기가 무리다. 오히려 망해가는 냉면집을 인공지능을 이용해 성실하게 코치해서 완전히 망하게 만드는 게 목적인 스타트업 회사 이야기, '하와이안 파인애플 냉면은 이렇게 우리 입맛을 사로잡았다'(헉헉.. 제목이 길다)가 재미있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생각나는데 이 스타트업 회사는 백종원과 정반대로 코치하는 셈이다. 망해가는 걸 확실하게 망하게 해야 하는데 어쩌다보니 정반대로 흘러가는 이야기. 그런데 요즘은 공기청정기까지 인공지능이 들어가는 시대이고 알파고 이후에는 꽤나 신뢰하는 것 같아서 정말 인공지능이 분석해주면 저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웃음이 난다. 어차피 성공과 실패는 운칠기삼이라는 소리도 있지 않은가?
출판사 단독으로 이런 공모전을 해서 실제로 책을 내는 줄 몰랐기에 한가지 소재를 정해서 소설을 쓰는 시도가 신선하고 막상 나온 책도 단편이라 부담도 없고 다양한 색깔의 작품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초판이라 오탈자가 눈에 좀 띄는데 재판 찍으면 수정되어 나올 테니 많이 팔려서 재판도 나오고 이런 시도가 계속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