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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불안한 사람들
엘렌 헨드릭센 지음, 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 제목을 보고 딱 나같은 사람을 위한 책이구나 싶었다. 나 역시 이 책속의 사례처럼 남들은 전혀 이해 못할 사소한 일에도 혼자 불안해하고 그런 모습을 들킬까봐 초조해하는 소심한 성격을 갖고 있다. 반면 이런 성격 덕분에 책에서 설명한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흔히 갖는 장점도 갖고 있었다. 완벽주의 성향이 있고,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고, 타인의 욕구와 권리를 배려하고, 공감능력이 뛰어나고 성실하다 등등. 그럼 도대체 나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이 불안증을 벗어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책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각종 사례가 다 나와있다. 사실 그 사람들이 겪고 있는 상황은 별난 것이 아니오, 거의 누구나 겪는 상황이고 마음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 그럼 내면의 비판자라고 일컬어지는 자기 부정의 목소리를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불안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에서 말한 내면의 비판자를 알고 있다. 최악의 상황은 좀처럼 오지 않는데도 기어코 그런 상상을 하고야 말고,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지 전전긍긍하게 된다. 저자는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게 불안을 이기는 1단계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상황이 얼마나 나빠질지, 그럴 가능성은 얼마인지, 어떻게 대응할지 답을 준비하고 대처하라는 것이다. 내가 껄끄러워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반품하는 것이다. 백화점에서 옷을 샀는데 심지어 방금 전에 사서 반품을 안 받아줄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도 참으로 환불하러 가기가 싫다. 이런 경우 내가 상상하는 최악의 경우는 판매원이 무슨 트집을 잡아서라도 반품을 안 받아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럴 가능성은 제로다. 방금 산 새상품을 백화점에서 안 바꿔줄리가 없는 것이다. 물론 나 같은 경우는 책 속의 환자들처럼 스스로 행동을 못하는 정도는 아니다.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고 그럴 일이 없을테니 꾸역꾸역 행동을 한다. 문제는 내가 반품 완료 될 때까지 일정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에 대한 해결책인 다음 단계도 제시한다. 포용하기. 자기자비라고 일컫는 스스로에게 자비를 베풀라고 한다. 용기를 내서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따뜻한 말로 유도를 하라는 것이다. 나는 늘 내면의 비판자를 내세워 '너는 왜 그렇게 소심하니?' 스스로를 다그쳐왔는데 그것은 폭력적인 선생과 마찬가지로 효과가 없는 방법이었다.
불안한 마음은 한 두가지 일에 끝나지 않고 다양한 상황에서 전개된다. 이게 심해지면 공황장애나 대인기피도 겪을 수 있을 거 같다. 저자는 자신을 마치 영화 보듯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마음챙김 훈련법을 연습하라고도 조언한다. '아, 그 때 이런 감정을 갖고 있었구나'하고 당황했던 상황, 얼굴이 붉어진 느낌 이런 것들을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라고 한다. 네프 박사는 '느끼지 못하는 것을 치유할 수는 없다, 의식적으로 편견없이 주의를 기울여라'라고 했다. 불안을 심하게 느끼는 사람은 남에게 예민하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에게 유독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한 경향이 있는데 '자기자비', 즉 남을 대접하는 만큼 자기 자신도 대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안을 아무 판단없이 바라보고 다시 시도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박사님들만의 무슨 특별한 불안증 해결책이 있겠지 기대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다 읽고 나니 이 세상에 특별한 것은 없다는 것만 재차 확인했다. 내가 느끼는 불안은 남도 느끼는 경우가 많고, 그게 유별나지도 않고 심지어 타인은 나에게 그닥 관심도 없다는 것이다. 해결책 역시 거창한 게 아니라 수없이 불안을 마주하면서 이룰 때까지 이룬 척하는 법 밖에 없었다. 자꾸 그런 상황에 스스로를 노출시키고 연습시켜서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편해지는 것이다. 마치 운전을 처음 할 때는 당장 사고날 것처럼 무섭지만 몇 달이고 몇 년이고 꾸준히 하다보면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듯이 불안도 그렇게 자신이 피하고 싶은 특정상황을 오히려 만들어서라도 노출해서 익숙해지는 것이다. 익숙해지면 불안이 줄어들다가 사그라진다고 한다. 사회 불안 연구의 아버지라고 일컫는 리처드 헤임버그는 사회불안을 극복하는 비결을 그냥 무조건 하는 것이라고 단정지었다. 과연 그렇겠구나 싶다. 여기 나온 일부 사람들은 자기가 불안을 느끼는 특정 상황을 구조로 만들어서 100번 이상 시도했다. 예를 들어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기 어려워하는 성격이면 일부러 나가서 매일 수십명의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는 식이었다. 이를 보자 내가 아직 불안을 느끼는 몇 가지는 연습부족이라는 생각이 부쩍 들었다. 싫은 상황일수록 피해서 해결될 일이 아닌데 용기를 내서 자주 시도해봐야겠다. 특히 뇌는 하는 척 하는 것과 실제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고 한다. 원더우먼의 파워포즈 자세가 팔짱을 끼고 인상쓰는 것보다 자신감에 실제로 도움이 된다니 재미있는 실험이다. 인지행동이론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스스로 더 나아지고 싶은 불안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