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여행 - 세기의 작가들에게 길을 묻다
이다빈 지음 / 아트로드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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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 여행'은 저자 이다빈씨가 해당 작가가 살았던 나라, 생가를 방문하고 그 작가와 대표 작품에 대해 풀어쓴 여행기 같은 글이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다양한 작가들의 삶과 대표작, 그들의 숨은 일화가 소개되어 있어서 흥미로웠고 작가가 살았던 도시, 생가, 작가들이 자주 가던 카페, 동상 등의 사진이 실려있어서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볍게 들고 떠나기도 좋은 책 같다. 한 작가에 대한 소개는 10페이지 안팎으로 순서대로 읽지 않고 어디를 펼쳐서 읽어도 좋은 구성이다. 어쩌면 수박겉핧기 느낌도 들 수 있지만 한 사람의 작가에 대해 샅샅이 소개하는게 아니라 주요일화와 작품배경을 훓어보고 다음 독서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에 더 적합한 책이다.

 

사마천이 받았다는 궁형도 책을 읽기 전부터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요도만 남겨두고 생식기를 모두 자르는 형벌이라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고, 심지어 돈을 주면 궁형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은 몰랐다. 나는 사마천이 궁형을 받았다고 해서 그에게 선택의 여지없이 반드시 받아야하는 형벌로 떨어진 것인줄 알았더니 돈만 주면 현대의 보석처럼 풀려날 수도 있었던 것인데 돈이 없어서 그런 형벌을 받았다니 너무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렇게 모든 것을 잃은 사마천이었기에 가감없이 비판하는 사기를 죽기살기로 쓰지 않았을까 싶다.

 

작가들의 불행한 삶은 사마천과 두보 같은 동양사람만이 아니라 오스카 와일드, 도스토옙스키, 고리키 등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작가들이 순탄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다면 외롭기짝이 없는 소설집필에 그토록 몰두할 수 있었을까도 싶다. 도스토옙스키도 자신이 받는 군인 월급으로는 씀씀이를 감당할 수 없어서 돈을 더 벌기 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게 재미있었다. 지금이야 대작가로 추앙받고 마치 작가의 삶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보여지는 많은 작가들이 실제로는 생계를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게 더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오스카 와일드의 동상 사진은 정말 특이했는데 다른 작가들의 동상이 전부 서있거나 앉아있는데 반해 이 사람은 바위에 기대 누워있다. 동상도 오스카 와일드다워서 웃고 말았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도 그 옛날에 저런 파격적인 소재로 글을 쓰다니 천재는 다르구나 싶었다. 나는 예전에 행복한 왕자를 영문으로 읽은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 번역본에는 제비의 성별이 안 나왔지만, 영문으로는 분명히 he, 남자제비이다. 남자 제비와 왕자의 끈끈한 우정이랄까 희생과 사랑인 것이다. 어린이 소설로 탈바꿈되어서 소개되고 있지만 원서로 보면 느낌이 사뭇 달라진다.

 

이렇게 작가와 작품에 대해 모르던 일화까지 읽고나면 저자의 시가 마지막 페이지마다 나타난다. 처음에는 '왠, 시?"라고 뜬금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는데 다음회로 갈수록 '아, 이렇게 여행지에 느낀 걸 작가는 그냥 넘기지 않고 시로 적는구나' 하고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책에 소개된 동서양 작가는 모두 19명으로 저자의 현대 사진을 통해서 또 작품소개를 통해서 마치 나도 같이 짧은 여행을 한 듯한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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