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
록산 게이 지음, 노지양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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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록산게이 #문학동네 #기록

헝거 _ 록산 게이

독서의 목적 중에는 ‘새로운 정보‘를 얻는 것도 있다.
이 책에서 접한 것은 감히 ‘정보‘라고 칭할 정도로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이다. 생각지 못했던 문제들이 펼쳐진다.


본인의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서술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저자는 자신의 모든 경험과 생각을 쏟아낸다(‘아니 에르노’의 작품들을 읽기 전에 이 책이 있었다.).
제3자가 써내려간 것처럼.

소설이 아니라 실제 작가의 지난 삶. 그때그때 느꼈던 기억을 따라가다 보면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숙연‘해진다. 차라리 소설로, 혹은 영화로 접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감정 이입 없이 허구로 생각하고 지나갈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어진다.

‘미투‘ 사건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생존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이 책에서 따온 것이 아닐가 여겨질 정도로. ˝생존자˝라는 표현이 피부에 와닿는다.

살아남기 위해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인 ‘음식‘에 의존해 이성이 본인에게 더이상 접근하지 못하게 할 요량으로 한없이 섭취해 외형적 변화를 통해 도피할 수 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

자기 방어 방법으로 날을 세우고, 한없이 낮아진 자존감 때문에 스스로를 사랑하지도 않고(못하고) 사랑받을 준비도 되지 않은 채 낯선 이에게 의존하며 상처받고, 가족으로부터 멀어진 채로 살았던 지난 날들.


글쓰기를 통해 무언가를 회복하게 되기까지의 삶.

대중 앞에 서기까지 겪어야 했던 그 모든 것들을 읽어있자면 슬픔이 밀려오는데도, 그럼에도 붙들고 있을 수 있는 것은 저자의 위트 때문일 것이다.

감히 이 책 한권을 읽은 것만으로 그녀(혹은 그녀들)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모른다 혹은 몰랐다는 핑게를 대지는 않겠다. 더 많은 책들을 통해 알아보려는 노력을 놓지는 않겠다.

그게 이 책을 읽은 소회이다(소감보다 적절한 말을 찾다가 ‘소회‘라고 적었다).

덧) 2018년 사이행성에서 출간했던 책이 문학동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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