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선비, 우정을 논하다 - 마테오 리치의 《교우론》과 마르티노 마르티니의 《구우편》
마테오 리치.마르티노 마르티니 지음, 정민 옮김 / 김영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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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고 놀라셨죠?

이 책은 16세기 후반과 17세기 중반 중국에 온 이탈리아 출신의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가 1599년에 한문으로 출간한 <교우론>과 마르티노 마르티니가 1661년에 출간한 <구우편> 등 우정에 관한 두 권의 책을 하나로 묶어 변역하였습니다.


역자 정민은 책의 번역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고 합니다. 글자 따라 옮기는 '축자역'만으로는 전달하기 힘든 난삽한 구문의 연속이어서, 인내심을 갖고 오랜 시간 거듭 보며 맥락으로 살핀 뒤에야 비로소 의미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노력의 산물로 이 책을 보고 있는거죠.


교우론 중에서

'나의 벗은 남이 아니라 나의 절반이니, 바로 제2의 나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벗 보기를 자신을 보듯 해야 한다.'33쪽

이 책의 진가는 주석에서 드러납니다. 이 짧은 글을 번역하기 위해 역자가 들인 노력은 어느 정도였을까요?


'실행하는 군자는 기이한 원수가 없고, 반드시 훌륭한 벗이 있다. 가령 기이한 원수로 경계를 더함은 없다 할지라도, 반드시 좋은 벗으로 서로 도움은 있다.' 38쪽


'벗의 악함을 참아주는 것은 그의 악을 가지고 자기의 악으로 삼는 것이다.' 53쪽


'좋은 벗과 서로 사귀는 재미는 잃은 뒤에야 더욱 깨달아 알 수가 있다.' 71쪽


구우편 중에서

3.3

라일리우스가 말했다.

"사귐에는 두 가지 기본이 있으니, 하나는 거짓으로 하지 말라는 것이고, 하나는 의심하지 말라는 것이다. 거짓은 두려움에서 나오고, 의심은 두려움의 짝이다. 만약 내가 저 사람이 나를 두려워하는 것을 안다면 저 사람을 의심할 것이다. 이 때문에 나를 두려워하는 것과 나를 사랑하는 것을 서로 이을 수 없게 되고, 인하여 나를 두려워하게 된다면 나를 믿지 않는 것이다. 두려움은 믿음을 없앤다." 127쪽


4. 6

번민하는 사람은 맑은 사람이 아니다. 번민은 편안한 마음의 원수이니, 음산한 비가 내리는 중에 날이 개기를 바랄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더불어 벗이 될 수가 없다. 131쪽


6.2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나를 벗으로 삼는 사람이 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나의 몸을 좋아하고, 나를 벗으로 삼는 사람은 나의 마음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벗이라는 것은 덕에 도움이 되는 것이지, 몸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135쪽


<교우론>과 <구우편>은 각각 저자가 여행지에서 급하게 쓴 책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저자들은 모두 우연한 계기로 필요에 따라 긴 준비 기간 없이 책을 지었어요. 미숙한 중국어 문장력 때문에 중국인 조력자의 도움이 필요했다는 점도 공통점입니다.


책이란 신기하죠. 시간과 공간을 넘어 후대의 역자가 원전을 번역하기 위해 시간과 공을 들이게 만듭니다. 가르침을 읽어보니 어떠한가요. 역자의 글을 빌어 원작자의 의도가 발현되었어요.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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