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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슬픔에게
서재경 지음 / 대한기독교서회 / 2015년 10월
평점 :
시인이 되고 싶었다. 중학교 어스름엔가 잘난 척에 맛을 들인 나는 긴 글은 귀찮았고, 공부는 하기 싫었다. 그저 꽤 아는 척, 멋진 척 하기에 시는 매우 적당해 보였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문학동인회에 가입하였고, 시는 쓰는 척은 했지만 그저 입을 털기 바빴고, 무리들과 어울리기만 좋아했었다. 그래도 그 옛날 치기가 참 그립다. 훗날 산에도 들어가 보고 했지만, 삶을 몰랐고, 사람을 몰랐던 나는 제대로 시 한 줄을 쓸 줄 몰랐고, 쓸 수 없다는 자각이 들던 날에는 참 시인인 예수가 들어왔다. 그리고 삶이 시임을, 사람이 시임을, 참 삶이 참 시라는 것을 알고는 시를 살아가고 있다.
『슬픔이 슬픔에게』는 서재경의 삶이다. ‘슬픔이 슬픔에게 위로가 되’듯이, 그는 그의 삶을 담담하게 풀어내어서 길을 걷는 이들에게 자신의 삶으로 위로를 건네고 있다. ‘말씀이 육신이 되’듯이 우리가 ‘말씀의 집’이 되었기에 그는 한 권의 시집(책)을 세상에 던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작품(시)인 그가 또 다른 작품인 나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내민 손을 잡고 보니 알알이 곱고 알이 꽉 찼다. 손을 잡고 대문을 여니 봄의 향기가 가득하다가 가을의 정취로 내 삶을 어루만진다. 언제나 청춘이고, 어느 새 청춘이었던 시간을 지나 문득 눈을 떠 보니 중년의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 하나의 위로가 된다. 그렇게 기대어 함께 걷는 우리네 삶은 겨울이다. 항상 선택 앞에 서있고, 무언가를 준비하는 오늘을 살아내야 한다. 준비도 오늘을 살아야 할 수 있지 않은가? 서재경은 치열한 오늘의 삶을 함께 걷자고 말하고 있다. 아니 함께 걷겠다고 힘을 내라고 응원한다. 그리고는 “친구야”라고 큰소리로 부르며, 자신의 치열한 삶의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자신 안의 슬픔을 한 올 한 올 풀어놓는다.
그렇게 그와 함께 걷다 보면 위로를 받기도 하고, 함께 꺼이꺼이 울기도 하고, 그의 재기에 ‘풋’하고 웃기도 한다. 삶의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 세밀함으로 존재의 의미들을 깨우고, 시대의 아픔에도 눈을 돌리지 않고 직시하고 있다. ‘문제가 문제임’을 알아보며, 시대의 교회에게도 예언자로서 쓰디 쓴 말을 서슴지 않는다. 물욕에 찌는 교회를 질타하고, 협박에 가까운 전도를 비꼬고, 416참사를 애도하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419와 이어 함께 통탄한다. “슬픔이 슬픔에게” 함께 있겠다고 건넨다.
아직 나는 멀었다. 슬픔을 농축시켜 한 문장으로 쓸 내공이 부족하다. 아니 슬픔이 부족할지도, 어쩌면 기쁨이 부족한지도, 아니 어쩌면 치열함이 부족한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내밀어 준 손을 잡고 천천히 한 걸음씩 옮겨 보련다. 가다 보면 참 시를 발로 적고 있지 않겠는가? 마주보면 흘린 눈물 한 방울이, 피식 웃는 작은 희미한 미소가 손 내민 그와 함께 쓰는 시 한 줄이 아니겠나?
문제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가 무엇인가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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