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손에서 놓아지지 않는다. 사투리와 프랑스어와 아랍어 그 사이를 한글로 헤매면서 나아가도 그다음을 궁금하게 하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사로잡는다. 꼭 작가의 목적이 안갯속에서 발등에 놓은 불빛으로 나아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면 이 작품을 나에게만은 적중했다. 아마도 나의 무지 때문에 더욱 헤매는 것이겠지만, 분명히 한 소설 안에 다양한 시점이 존재하고, 다양한 양식의 글들이 존재하면서 혼란을 가중한다. 그러함에도 그 혼란의 다음을 탐험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글로 쓰였거나 상기된 그 모든 말들 때문에 내 두 개의 언어가 갑자기 뒤섞이고, 혼란스러워지고, 엉클어져서 내가 나의 목소리를 잃어버렸음을 그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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