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지방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단순하고 추상적이었다. 커다란 나무들이 빽빽히 우거진 정글이나 얼룩말과 기린이 뛰노는 광활한 초원,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락가락하는 소나기와 나무로 만든 집에서 가벼운 옷을 입고 지내는 사람들의 모습 정도를 떠올렸다. <지리학자의 열대 인문 여행>은 나처럼 열대 지방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이 없는 독자가 읽기에 딱 알맞은 책이었다. 3부에 걸쳐 열대 기후가 정확히 어떤 기후인지, 몬순 기후와 사바나 기후는 어떻게 다른지, 열대 우림에는 어떤 동식물이 서식하는지, 열대 지방에 속하는 나라로 어떤 국가들이 있는지 다양한 시각 자료와 함께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그간 막연히 알고 있던 열대 지방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알게 되어 좋은 한편, 점점 연기가 되어 사라져가는 열대 우림에 관한 부분을 읽으면서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경제적인 이유로 아마존을 비롯한 적도 근처의 숲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아는 바였다. 하지만 그 지역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선택한 일이라면 강력하게 막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공격적인 토지 개발이 온대 기후의 중위도 지역 국가에 비해 경제 및 사회적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열대 지역의 주민들의 생계 수단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지인들의 경제적 소득은 일정 부분 향상되었을지 몰라도, 환경 파괴의 결과로 인해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작가의 지적이 내게 경종을 울렸다. 현지인들의 생활 형편이 나아지는 것은 결국 일시적인 눈속임에 불과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