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자의 열대 인문여행 - 야만과 지상낙원이라는 편견에 갇힌 열대의 진짜 모습을 만나다
이영민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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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 지역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친절한 교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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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학자의 열대 인문여행 - 야만과 지상낙원이라는 편견에 갇힌 열대의 진짜 모습을 만나다
이영민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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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 지방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단순하고 추상적이었다. 커다란 나무들이 빽빽히 우거진 정글이나 얼룩말과 기린이 뛰노는 광활한 초원,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락가락하는 소나기와 나무로 만든 집에서 가벼운 옷을 입고 지내는 사람들의 모습 정도를 떠올렸다. <지리학자의 열대 인문 여행>은 나처럼 열대 지방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이 없는 독자가 읽기에 딱 알맞은 책이었다. 3부에 걸쳐 열대 기후가 정확히 어떤 기후인지, 몬순 기후와 사바나 기후는 어떻게 다른지, 열대 우림에는 어떤 동식물이 서식하는지, 열대 지방에 속하는 나라로 어떤 국가들이 있는지 다양한 시각 자료와 함께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그간 막연히 알고 있던 열대 지방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알게 되어 좋은 한편, 점점 연기가 되어 사라져가는 열대 우림에 관한 부분을 읽으면서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경제적인 이유로 아마존을 비롯한 적도 근처의 숲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아는 바였다. 하지만 그 지역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선택한 일이라면 강력하게 막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공격적인 토지 개발이 온대 기후의 중위도 지역 국가에 비해 경제 및 사회적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열대 지역의 주민들의 생계 수단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지인들의 경제적 소득은 일정 부분 향상되었을지 몰라도, 환경 파괴의 결과로 인해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작가의 지적이 내게 경종을 울렸다. 현지인들의 생활 형편이 나아지는 것은 결국 일시적인 눈속임에 불과한 것이다.




후반부에서는 열대 지방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는데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아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문명 발전과 문화 섞임 현상에 대한 설명에서는 작가의 주관적 시각이 포함되어 있는데, 평소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부분도 있어 더욱 흥미로웠던 것 같다ㅎㅎ <지리학자의 열대 인문여행>은 열대 지역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쌓기 위한 교양서로 훌륭한 책이었는데, 읽다 보니 열대 지방 여행을 앞둔 독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부록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름다운 풍경 이미지가 많이 삽입되어 있고, 다양한 장소를 소개하고 있어 언젠가 나도 열대 지역을 여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문학 #지리학자의열대인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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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 - 지구인문학의 발견 지구인문학총서 1
허남진 외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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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위기 시대를 맞은 오늘날 우리가 고민해볼 만한 화두를 논리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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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 - 지구인문학의 발견 지구인문학총서 1
허남진 외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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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의 핵심 키워드는 '지구화(golbalization)'이다. 'globalization'은 일반적으로 '세계화'로 번역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지구화'로 번역하여 사용하는데, 이 지점이 흥미롭다. '지구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1장에서 자세히 설명해준다. '지구화'는 '세계화'와 달리 경제적 현상에 국한되어 있지 않으며 서구중심주의 사고에 오염되지 않은 단어이다. 또한 인간 및 국가를 초월하는 '지구공동체'의 개념과 결을 같이 하는 명칭이기도 하다.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팬데믹 사태부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까지. 국가 간의 경계를 짓는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만큼, 요즘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 중 많은 것이 범지구적 사안이다. 여러 국가들이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던 중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어렴풋이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조금쯤 또렷해지는 느낌이었다. <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는 지구학적 관점에서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삶의 방식을 다시금 되짚어 보게 하는 책이었다.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지점은, 국내 사상에서 지구인문학의 뿌리를 찾아 소개해주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세계화'가 아닌 '지구화'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느끼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수백 년 전에 이미 지구학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본 학자들이 있다는 점이 놀랍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위로가 되기도 했다.

특히 홍대용의 사상이 기억에 남는다. '초목은 지구의 털과 머리카락이고, 사람과 짐승은 지구의 벼룩과 이이다'라는 『의산문답』의 구절은 충격적이었다. 지금보다 훨씬 보수적이고 인간중심적인 사고관이 지배적이던 조선 후기에 저런 문장을 쓸 수 있었던 통찰력이 감명 깊었다. 환경 문제를 비롯해 온갖 위기에 맞닥뜨린 지구를 지속가능하도록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구는 인간의 소유가 아니다'라는 아주 간단한 명제를 확실히 인식하고 실천해야 한다. 홍대용의 『의산문답』은 지금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번 여름도 무척 더웠다. 뉴스에서는 전력 수요가 최대치를 경신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뜨거운 거리에 활짝 열어놓은 가게 입구에서는 냉기가 줄줄 샜다. 소나기는 시도 때도 없이 내렸다. 매번 일기예보를 빗나가 쏟아지는 빗줄기에 주변에서는 '우리나라도 이제 열대 스콜이 내리나 봐'라고 말하며 웃었다.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풍경과 말들 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기후 위기를 어느 때보다 절실히 체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생활 속의 실천은 미미하고 관심마저 부족한 듯 느껴진다. 지구를 소모품처럼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요즘 <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는 마침 시의적절한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문학 #어떤지구를상상할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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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소녀 도넛문고 5
이민항 지음 / 다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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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에서 물질은 파동으로 존재하다가 관측하는 순간 입자의 성격을 띠게 된다. 관측 이전의 상태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A일 수도 있고 B일 수도 있는 것이다. '관찰'이라는 행위가 이미 존재하던 물질의 상태를 결정한다는 생각은 놀랍기도 하고, 선뜻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한다.

이민항 작가의 <양자역학 소녀>는 이러한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를 소재로 차용한 작품이다. 소재가 소재다보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막상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 문장이 간결하고 서사 구조가 복잡하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은 자꾸만 몸이 사라지는 소녀 현이의 이야기이다. 현이는 초등학생 때 달리기 대회에서 1등을 한 이후로 몸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어머니는 그런 딸을 걱정해서 '생존 규칙'을 만든다. 생존 규칙은 현이에게 일어나는 정체불명의 현상을 막을 수는 없지만, 어머니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현이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방편이다.

하지만 사춘기인 현이는 하고 싶은 게 많다. 친구들과 매운 불닭면도 먹고 싶고, 좋아하는 아이돌의 콘서트에도 가고 싶다. 어머니가 만든 생존 규칙을 따르자면 전부 하면 안 되는 일들이다. 현이는 자신의 욕망과 당위(생존 규칙)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러던 중 현이의 앞에 또래 소녀이자 조력자인 수아가 나타난다. 현이는 수아와 함께 여러가지 놀라운 일들을 겪게 된다.





청소년 성장 소설에 양자역학 소재를 접목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인물의 대사로 쉽게 풀어주기 때문에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또한 다루고 있는 내용이 깊지 않아서 누구라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듯하다.



'우리는 매 순간 서로 그렇게 관측하며 섞여 있는 속에서 누군가에게 누군가로 정해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높은 확률로.' 작품의 핵심을 관통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양자역학의 원리를 인간 관계에 빗댈 수도 있는 것이다. 관측에 따라 상태가 결정되는 양자역학처럼, 사람도 타인의 눈을 통해 정의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양자역학은 단순히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소재가 아니라, 스토리의 단단한 기반이 되는 설정으로서 작용하기 때문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책 속에서 발견한 예쁜 문장

독특한 소재가 눈에 띄는 작품인 동시에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의 청소년 성장담이기도 하다. 작중 자꾸만 몸이 사라지는 현이의 모습은 아직 불완전한 청소년기에 대한 비유로 보인다. 청소년은 '살아있는 동시에 죽어있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아이일 수도 있고 어른일 수도 있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향하는 과도기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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