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 - 지구인문학의 발견 지구인문학총서 1
허남진 외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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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의 핵심 키워드는 '지구화(golbalization)'이다. 'globalization'은 일반적으로 '세계화'로 번역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지구화'로 번역하여 사용하는데, 이 지점이 흥미롭다. '지구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1장에서 자세히 설명해준다. '지구화'는 '세계화'와 달리 경제적 현상에 국한되어 있지 않으며 서구중심주의 사고에 오염되지 않은 단어이다. 또한 인간 및 국가를 초월하는 '지구공동체'의 개념과 결을 같이 하는 명칭이기도 하다.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팬데믹 사태부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까지. 국가 간의 경계를 짓는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만큼, 요즘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 중 많은 것이 범지구적 사안이다. 여러 국가들이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던 중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어렴풋이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조금쯤 또렷해지는 느낌이었다. <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는 지구학적 관점에서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삶의 방식을 다시금 되짚어 보게 하는 책이었다.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지점은, 국내 사상에서 지구인문학의 뿌리를 찾아 소개해주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세계화'가 아닌 '지구화'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느끼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수백 년 전에 이미 지구학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본 학자들이 있다는 점이 놀랍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위로가 되기도 했다.

특히 홍대용의 사상이 기억에 남는다. '초목은 지구의 털과 머리카락이고, 사람과 짐승은 지구의 벼룩과 이이다'라는 『의산문답』의 구절은 충격적이었다. 지금보다 훨씬 보수적이고 인간중심적인 사고관이 지배적이던 조선 후기에 저런 문장을 쓸 수 있었던 통찰력이 감명 깊었다. 환경 문제를 비롯해 온갖 위기에 맞닥뜨린 지구를 지속가능하도록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구는 인간의 소유가 아니다'라는 아주 간단한 명제를 확실히 인식하고 실천해야 한다. 홍대용의 『의산문답』은 지금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번 여름도 무척 더웠다. 뉴스에서는 전력 수요가 최대치를 경신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뜨거운 거리에 활짝 열어놓은 가게 입구에서는 냉기가 줄줄 샜다. 소나기는 시도 때도 없이 내렸다. 매번 일기예보를 빗나가 쏟아지는 빗줄기에 주변에서는 '우리나라도 이제 열대 스콜이 내리나 봐'라고 말하며 웃었다.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풍경과 말들 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기후 위기를 어느 때보다 절실히 체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생활 속의 실천은 미미하고 관심마저 부족한 듯 느껴진다. 지구를 소모품처럼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요즘 <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는 마침 시의적절한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문학 #어떤지구를상상할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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