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 소녀 도넛문고 5
이민항 지음 / 다른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양자역학에서 물질은 파동으로 존재하다가 관측하는 순간 입자의 성격을 띠게 된다. 관측 이전의 상태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A일 수도 있고 B일 수도 있는 것이다. '관찰'이라는 행위가 이미 존재하던 물질의 상태를 결정한다는 생각은 놀랍기도 하고, 선뜻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한다.

이민항 작가의 <양자역학 소녀>는 이러한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를 소재로 차용한 작품이다. 소재가 소재다보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막상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 문장이 간결하고 서사 구조가 복잡하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은 자꾸만 몸이 사라지는 소녀 현이의 이야기이다. 현이는 초등학생 때 달리기 대회에서 1등을 한 이후로 몸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어머니는 그런 딸을 걱정해서 '생존 규칙'을 만든다. 생존 규칙은 현이에게 일어나는 정체불명의 현상을 막을 수는 없지만, 어머니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현이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방편이다.

하지만 사춘기인 현이는 하고 싶은 게 많다. 친구들과 매운 불닭면도 먹고 싶고, 좋아하는 아이돌의 콘서트에도 가고 싶다. 어머니가 만든 생존 규칙을 따르자면 전부 하면 안 되는 일들이다. 현이는 자신의 욕망과 당위(생존 규칙)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러던 중 현이의 앞에 또래 소녀이자 조력자인 수아가 나타난다. 현이는 수아와 함께 여러가지 놀라운 일들을 겪게 된다.





청소년 성장 소설에 양자역학 소재를 접목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인물의 대사로 쉽게 풀어주기 때문에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또한 다루고 있는 내용이 깊지 않아서 누구라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듯하다.



'우리는 매 순간 서로 그렇게 관측하며 섞여 있는 속에서 누군가에게 누군가로 정해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높은 확률로.' 작품의 핵심을 관통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양자역학의 원리를 인간 관계에 빗댈 수도 있는 것이다. 관측에 따라 상태가 결정되는 양자역학처럼, 사람도 타인의 눈을 통해 정의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양자역학은 단순히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소재가 아니라, 스토리의 단단한 기반이 되는 설정으로서 작용하기 때문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책 속에서 발견한 예쁜 문장

독특한 소재가 눈에 띄는 작품인 동시에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의 청소년 성장담이기도 하다. 작중 자꾸만 몸이 사라지는 현이의 모습은 아직 불완전한 청소년기에 대한 비유로 보인다. 청소년은 '살아있는 동시에 죽어있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아이일 수도 있고 어른일 수도 있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향하는 과도기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