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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 북다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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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독서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딱 한 권의 책을 권한다면, 역시 그해 나온 문학상 수상 작품집이다. 호불호야 당연히 있겠지만 일단 문단에서 좋은 안목으로 고른 글들이니 질이 보장되어 있고 현재 우리 문학계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여러 작가의 작품이 수록돼 있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가를 발굴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은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아직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이번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에서는 시의성 있는 글들이 유독 많이 보였다. 코로나가 우리 일상에 정말 지대한 영향을 미쳤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ㅎㅎ 시의성과 관련해 안보윤 작가의 자선작 「너머의 세계」 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아무래도 요새 교권 문제로 떠들썩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 담담하고 건조하게 서술되어 있지만 수록된 글 중 가장 먹먹한 작품이었다. 신주희 작가의 「작은 방주들」 에서는 암호 화폐와 AI 기술이 주요한 소재로 사용되었다. 정말이지 생생하게 그려진 인물 '허니쿠키'와 더불어 글이 현실에 꼭 맞닿아 있는 느낌이 들어, 읽는 내내 여러 모로 씁쓸했다. 그래도 절망적인 끝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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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보라 작가의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은 화자의 복잡한 심리 상태가 굉장히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나열되는 상황 속에서 계속 변화하는 '나'의 마음이 무척이나 적나라하게 나타나 오히려 심리적 거리감이 생길 정도였다. 이렇게 미화 없이 속속들이 묘사된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건 다소 불편하면서도(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이기적인 민낯까지 가감 없이 드러나기 때문이겠지?) 늘 재밌는 것 같다ㅎㅎ 김인숙 작가의 「자작나무 숲」 은 색다른 소재를 색다른 전개로 풀어내고 있어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결말이 매우 인상적이다. 다 읽고 난 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곱씹게 만드는 독특한 소설이었다.
지혜 작가의 「북명 너머에서」 는 작품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매우 묘하면서도 강렬했다. 매력적이고 미스터리한 인물 '조옥'과 띄엄띄엄 상기되는 이무기의 전설이 얽혀, 꼭 옛날 홍콩 영화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알 듯 말 듯 어렴풋한 이야기라 감상을 정리하기 어렵지만 글 자체는 술술 읽혔다. 김병운 작가의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는 퀴어 소재의 글로 멋진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마지막 장면이랑 문장이 진짜.. 취향이었다ㅋㅋㅋ 아무리 고전적이어도 늘 이런 연출에 혹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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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된 글들 모두 좋았지만, 확실히 대상작인 「애도의 방식」 이 정말 정말 좋았다. 압도적으로.. 문장이 마음에 든 것 같다. 특히 미도파라는 공간을 묘사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는데, 정감 가는 공간을 작품 속에서 그려내어 독자에게 보여주는 것이 좋았다. 읽는 동안 뭐랄까.. 따뜻함과 서늘함이 공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래서 신기했다. 즐겁게 읽은 것과 별개로 다 읽은 다음에는 의문이 많이 남았다. '나'와 승규 엄마가 서로에게 보이는 묘한 태도라든지, 왜 제목에 '애도'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는지 같은 것들... 여전히 생각해 볼 거리로 남은 궁금증도 있지만, 어느 정도 해소된 부분도 있다. 함께 수록된 작품론과 작가 인터뷰 덕분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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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론과 심사평이 어렵지 않게 쓰여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 다른 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는 보지 못했던 당선 작가 인터뷰가 실려 있어 기쁜 마음으로 읽었다! 글을 쓴 작가가 직접 대답한 내용이다보니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알쏭달쏭한 부분이 조금쯤 또렷해졌다. 그리고 인터뷰에 언급된 안보윤 작가의 다른 글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차근차근 다른 작품들에 손을 대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문학 #이효석문학상수상작품집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