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남성 가해자로부터 폭력을 경험한 여성 피해자들의 복수와 연대의 이야기이다. 슬프게도 그들이 작중에서 경험하는 폭력의 형태는 새롭지 않다. 적어도 며칠에 한 번씩, 어쩌면 하루에도 몇 번씩 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끔찍한 현실의 반영일 뿐이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편이 되어주지 않는 사법 제도와 죗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는 범죄자와 본인이 피해자인 줄도 모르는 피해자. 특히 오은수 어머니의 과거가 안타까웠는데, 정말로, '고통을 자초하고 죽음을 불사하는 일이 어째서 사랑인가'?
너무나 당연하게도 폭력과 사랑은 대척점에 있는 개념이다. 세상이 끝나는 순간까지 함께 할 수 없는 단어일 것이다. 그런데 왜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피해자들은 폭력과 사랑을 구별하지 못하는 걸까. 무엇이 그들에게 왜곡된 믿음을 심어주었을까. 뚜렷하게 나뉘어진 가해자-피해자 구도를 교묘히 지우고 가해자 편에 힘을 실어주는 무수한 제2의 가해자들은 우리 도처에 있다.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법 체계는 물론이고 일상에서 지나가듯 가볍게 얹는 말 한마디조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배적이지만 그릇된 사회의 가치관이 어느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니라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운 이도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은 것과 별개로.. <당신에게 죽음을>을 읽는 동안에는 잠시 현실을 잊을 수 있었다. 장르에 충실한 글이라 내내 뒤의 전개를 궁금해하며 흠뻑 빠져 읽었다.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지만 작품 자체는 전혀 무겁지 않아 좋았다.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길이가 짧아 후루룩 읽을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특히 깔끔한 결말이 마음에 든다. 장르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더 이상 피해자라는 위치에 머물기를 거부하는 인물들의 미래를 응원해주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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