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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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 표지를 보며 책을 다 읽고 나면 표지에 회전 의자 세 개가 의미하는 바를 알 수 있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도 표지에 회전의자 세 개가 의미하는 바는 잘 모르겠다. 하루를 인생에 비유하면 아침은 청년, 점심은 중년, 저녁은 노년 쯤 되지 않을까. 그래서 저 의자도 청년, 중년, 노년의 삶을 비유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닌가 짐작해볼 수 있을 따름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노년의 집사이다. 집사로서는 나무랄 데 없는 사람이지만 그는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기보다는 그냥 집사로서의 역할, 그 자체에만 충실하며 자기를 둘러싼 세계의 일에는 무관심하다. 그는 주변인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고 자신의 역할인 집사 역할에만 충실하며 그것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에 어떤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런 그의 삶이 소설 속에서는 달링턴 홀에서 총무로 일 하다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난 켄턴 양과의 삶과 대비돼 그려지고 있다.

그는 새롭게 모시게 된 미국인 신사 패러데이 어르신이 준 6일간의 휴가를 얻어 여행을 떠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그는 자신이 충실하게 모시며 그 분을 모시는 데에서 자긍심을 느끼게 했던 전 주인인 달링턴 경이 나치 지지자였음을 알게 된다. 그는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털어놓는디.

“그 분에게는 생을 마감하면서 당신께서 실수했다고 말씀하실 수 있는 특권이라도 있었지요. 나리는 용기 있는 분이셨어요. 인생에서 어떤 길을 택하셨고 그것이 잘못된 길로 판명되긴 했지만 최소한 그 길을 택했노라는 말씀은 하실 수 있습니다. 나로 말하자면 그런 말조차 할 수가 없어요. 알겠습니까? 나는 ‘믿었어요.’ 나리의 지혜를. 긴 세월 그분을 모셔 오면서 내가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었지요. 나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말조차 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정녕 무슨 품위가 있단 말인가 하고 나는 자문하지 않을 수 없어요.”(299쪽)
 
그러나 곧 이 세상의 중심축에서 우리의 봉사를 받는 저 위대한 신사들의 손에 운명을 맡길 뿐 다른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내 인생이 택했던 길을 두고 왜 이렇게 했던가 못했던가 끙끙대고 속을 태운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301)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합리화한다. 그러나 그의 합리화는 곧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부끄러움에서 출발한 것일 것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사람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회한에 젖은 듯한 그를 위로하며 “당신은 하루의 일을 끝냈어요. 이제는 다리를 쭉 뻗고 즐길 수 있어요. 내 생각은 그래요. 아니, 누구를 붙잡고 물어봐도 그렇게 말할 거요. 하루 중 가장 좋은 때는 저녁이라고.(309)라고 말한다.

하지만 노년의 그에게 삶은 하루의 끝을 의미하는 저녁일 수도 있지만 저녁은 다음날을 위해 준비하며 휴식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살아있기에 아직 변화될 여지는 충분하다. '남아 있는 나날'이라는 이 소설의 제목은 자신의 과오를 깨달은 그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서 어떻게 변화되어 나갈 것인지를 희망적으로 그리는 제목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 삶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사로서의 품위는 갖추었지만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갖추는 데는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그의 삶. 모스콤 주민인 해리 스미스 씨가 그에게 던진 다음과 같은 말.

지금 정치를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하는 얘기예요.
사람이 노예가 되어서는 품위를
갖출 수 없는 법입니다.

(231쪽)


이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나는 지금 주변인인가, 아니면 내 삶의 주인으로서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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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아 2018-04-10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즈오 이시구로의 시선이 지나치게 귀족적이지 않나요?
몇 푼에 허리를 굽히고 살아야 하는 삶을 피할 길 없는 사람들,
그네들이라고 품위와 삶의 주인이 되고 싶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전 책표지를 무심코 넘겼는데, 인생의 세 시절의 비유이리라는 말씀에
끄덕거리게 됩니다. 재밌게 읽고 갑니다~~
 
6분 다이어리 - 작지만 확실한 행복
도미닉 스펜스트 지음, 김윤재 옮김 / 행성B(행성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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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6분 다이어리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이 책의 저자 '도미닉 스펜스트'는 캄보디아 여행 도중 시속 80킬로미터로 달려오는 오토바이에 치이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만취한 것으로 보이는 오토바이 운전자는 그를 그냥 내버려두고 도망갔다. 그는 16주에 걸쳐 수술을 받아야 했다. 심각한 사고를 겪었지만 그는 이 사고를 통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감사할 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실제로 이 책의 첫 장에서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제가 겪은 사고에 감사합니다.'라고 말이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감사할 줄 아는 태도'라고 한다. 그는 이 끔찍한 사고를 겪으며 감사할 줄 아는 태도를 몸에 익히게 된다. 그는 매일 감사할 일들을 찾고 이것을 기록한다. 그리고 이것을 6분 다이어리로 만들었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어떤 일들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다. 이 책의 저자에게 일어난  예기치 않은 사고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어떤 사건이 우리 앞에 벌어질 때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관점, 이를 대하는 태도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 저자는 불평하기보다는 그 사고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지만 살았다는 것에 감사한다. 그리고 이렇게 감사하는 것을 습관으로 만든다. 이 감사할 줄 아는 태도는 그의 삶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게 되고 그는 이것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6분 다이어리를 만들게 된다. 

사실 나도 저자와 같은 사고를 당하진 않았지만 죽다 살아난 경험이 있다. 그래서 그런 사고를 겪은 후 살아난 것에 감사하게 된 저자의 마음에 공감 했다. 사실 그런 사고를 겪고 살아나면 내가 지금 살아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게 된다. 왜냐하면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런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그냥 살아있는 채로 살고 있었고 그것이 당연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걸 잃을 뻔했던 순간을 넘기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하지만 사실 이런 경험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위험한 순간과 맞닥뜨리게 되는 것을 반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감사'할 줄 알면 행복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상에서 감사보다는 불평, 불만을 더 많이 갖게 된다. 내게 부족한 점이 자꾸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감사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저자는 '우리의 뇌가 자동적으로 생존을 위해 좋은 일보다 나쁜 일에 대해 더 빠르게, 지속적이며 강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한 번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실수한 부분에 대해 잊기 위해서는) 다섯 번의 보상이 필요하다고도 말한다. 우리 뇌는 나쁜 일을 받아들이고 좋은 일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런 이유로 누군가를 험담하며 빨리 친해진다는 것이다. 나쁜 소식이 좋은 소식보다 빨리 퍼지는 것도 이래서라고 한다.

어느 정도 불행하고 불안한 인간이어야 혁신과 생존에 최적의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러면 이 긍정적인 삶의 습관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감사할 줄 아는 태도는 어떻게 만들어가면 될까? 저자는 뇌가소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평균 66일간 어떤 행동을 반복하면 습관이 형성되며 이러한 태도 역시 반복을 통해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연속성이 변화의 열쇠라는 것이다.

'행복이란 단지 행운이나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익혀나가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이 6분 다이어리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행복해지는 습관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일기 쓰기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효과가 있다. 다른 책에서 읽은 것인데 (습관에 관한 책이었다) 그 책에도 일기를 쓰는 사람은 자존감과 행복감이 더 높다고 나와 있었다. 하루를 돌아보며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였다. 6분 다이어리는 하루에 6분을 투자해 6분 다이어리에 나와 있는 질문에 답을 해보면서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고 그것이 목적인 다이어리라고 할 수 있다.   

 

6분 다이어리는 위와 같은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앞에는 6분 다이어리를 만들게 된 배경과 6분 다이어리를 어떻게 쓰면 좋을지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나와 있다. 그 뒷부분은 6분 다이어리를 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책과 다이어리가 결합된 형태라고 보면 될 것이다. 이 주의 질문, 주간 노트가 나오고 아침 3분 동안 지금 감사한 일들,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기록할 수 있는 페이지가 나온다. 낮과 밤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아침 3분 동안은 '지금 감사한 일들', '이렇게 멋지게 살자!', '이런 사람이 되겠어!'를 기록할 수 있고 저녁 3분은 '어떤 좋은 일을 했나?', '이랬으면 더 좋았겠다!', '멋지고 행복했던 순간들!'에 대해 기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리고 월간 체크 리스트한 달 습관을 체크할 수 있는 페이지가 있다. 좋은 습관을 들이는 데 있어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페이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 주의 질문에 답을 해봤다. 모자이크 처리한 부분은 친구 이름을 적어놓아서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 누구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도 있었고, 행복했던 순간을 다시 떠올릴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행복해지는 습관을 갖고 싶다면, 좋은 습관으로 자신의 삶을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나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보고 사용해봄직한 다이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나를 만날 것을 기대해보며 꼼꼼하게 꾸준히 기록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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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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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남녀가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한다. 남자는 유복한 이혼 가정에서 자랐고 여자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두 남녀는 완벽한 가정에 대한 환상이 있었고 유년시절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아이를 많이 낳고 싶어 한다. 그 완벽한 가정을 위해 무리를 해서 큰 집을 구한다. 그리고 다섯 명의 아이를 낳는다.

네 명의 아이는 그들 부부에게 기쁨을 주었지만, 다섯째 아이는 다른 네 명의 아이들과는 달랐다. 다섯째 아이는 의도치 않게 들어선 아이였고 넷째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을 때여서 부부는 당혹스러워한다. 8개월 만에 세상에 나온 그 아이는 유달리  힘이 셌고 왕성한 식욕에 강한 공격성을 갖고 있었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는 달랐다. 넷째 아이는 유달리 많은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다섯째 아이로 인해 애정 결핍을 느끼며 자란다.

부부는 다섯째 아이를 감당하기 어려워하고 다섯째 아이를 두려워하는 다른 아이들과 주변 사람들로 인해 그 아이를 요양원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가정에 잠시 평화가 찾아온 것 같았지만 아이의 어머니인 해리엇은 아이를 버렸다는 죄책감을 떨치지 못한다. 그래서 요양원으로 찾아간다.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러 간 곳에서 그녀는 구속복에 갇혀 이름도 알 수 없는 주사를 맞고 시체처럼 축 늘어진 아이를 보고 충격을 받는다. 그래서 아이를 다시 데리고 온다.

하지만 여전히 이 가족은 이 다섯째 아이로 인해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없었고 결국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아이의 어머니는  행복한 가정의 상징과도 같았던 집을 팔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가족이 모두 떠난 아이의 미래에 대해 생각한다.

어머니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아이를 사랑한다는 믿음, 그 모성애에 관한 신앙과도 같은 믿음도 어떻게 보면 가족 이데올로기일 수도 있다. 아이를 많이 낳은 가정을 보고 '다복한 가정'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떤가? 아이를 행복의 상징처럼 여기는 것은? 어쩌면 그것 모두 가족 이데올로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내 아이는 이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아빠, 엄마, 그리고 정상 자녀로 이루어져 있는 전형적인 핵가족 형태의 가족만을 정상적인 가족, 이상적인 가정의 형태로 간주하는 것)가 작동하는 이 가정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내쳐지는 존재가 된다.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는 그들에게 있어 아이는 외계인과 같은 존재, 이질적인 존재로 결코 가족 구성원으로 용납될 수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이를 가정에서 제거하려 하지만 제거하는 데 실패하고 결국 소외시키는 방식으로 가족의 화합을 도모하지만 실패한다.

작가는 행복한 가정이라는 이상과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결국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상 가족이라는 그 틀 안에서 벗어나게 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 이데올로기의 허상을 보여 준다. 가족 이데올로기에 대해, 행복한 가정의 그림이라는 것이 갖고 있는 환상과 현실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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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로써의 글쓰기 - 작가로 먹고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33가지 조언
록산 게이 외 지음, 만줄라 마틴 엮음, 정미화 옮김 / 북라이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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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작가'라고 부른다. 예술을 우리는 돈과 직접적으로 연결하기를 꺼린다.  그래서 글을 쓰는 작가들은 가난할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고 부분적으로 이는 사실이다. 하지만 해리포터라는 꼬마 마법사를 통해 자신의 인생에 마법이 일어나게 한 조앤 K. 롤링 같은 작가도 있다.

하지만 그녀가 글쓰기에 매달리고 있던 당시에는 그녀는 명성과 부를 거머쥔 작가가 아닌 이혼녀에 일자리도 없었지만,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싱글맘이었다. 정부에서 나오는 생활보조금으로 생활하며 그녀는 글쓰기에 매달렸다.


작가들에게 글쓰기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에도 먹을 것과 입을 것, 잠 잘 곳은 필요하다. 작가들에게도 생계유지는 일생일대의 과업이다.  글만 써서는 먹고살기 어렵기에 전업 작가는 흔치 않고 대부분 생계를 위한 일을 따로 하면서 남는 시간에 글을 쓴다. 드물게 글만 써서 먹고사는 사람들도 있다. 일본에 다니카와 슌타로라는 시인은 전업 시인으로 주변 문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글만 써서 먹고살기가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밥벌이로서의 글쓰기가 어떤 것인지 여러 작가의 목소리를 빌려 들려준다. 작가로서 성공을 한 이후 아이를 갖기를 원했지만 덜컥 임신을 한 작가의 이야기부터, 글쓰기로 돈을 벌었지만, "나는 돈 때문에 울고 있었다. 몇 주째 돈이 없었다"라고 고백한 작가의 이야기, 찰스 디킨스가 글자 수로 원고료를 받았다는 소문에 관한 이야기까지 글쓰기와 돈을 둘러싼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글쓰기로 인해 힘든 상황에 직면하고 생계의 어려움에 부딪히면서도 이 책에 나오는 작가들은 하나같이 글쓰기를 삶에서 내려놓지 않는다. 아니, 내려놓지 못한다. 그럴수록 더 열심히 글을 썼다. 자신의 삶에 이것밖에 남지 않은 양.

그리고 글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이 책은 크게 '희망과 절망 사이, 글쓰기와 생계 사이, 예술과 상업 사이, 다수와 소수 사이'이렇게 4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각 장마다 매력적인 작가들이 등장해 작가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자신의 글쓰기와 삶에 대해 들려준다.

'와일드'라는 작품을 쓴 작가 '셰릴 스트레이드'는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제 인생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성공을 판단하고 정의하는 기준은 과연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느냐 하는 거예요. '내가 해야 할 일을 마무리했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했나? 최선을 다했나?' 이 질문에 그렇게 대답할 수 있다면 성공이에요. (63쪽, PART 1 희망과 절망 사이 : 배가 고파야 예술가라는 말)  

이 대답이 이 책에 나오는 작가들 모두의 대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글을 왜 쓰느냐는, 그렇게 생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글쓰기를 놓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누군가 던진다면. 이 책에 등장하는 작가들은 마땅히 자신이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일은 글쓰기였다. 쓰는 일이 행복하고 쓰는 일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며, 그로 인해 행복한 사람. 그런 사람들이 작가가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작가들이 어떻게 글쓰기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며, 또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며 살아가는지, 또 때론 그것에 실패해도 어떻게 이겨내는지 궁금하다면 한번 읽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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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빠빠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4
아네트 티종.탈루스 테일러 지음, 이용분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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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빠빠(바바파파)는 분홍색의 괴물이다. 어린아이가 있는 한 가족의 집 화단에서 나타난다. 꽃에 물을 주자 어느날 나타난다. 몸집도 너무 크고 그래서 이 가족은 바바빠빠를 동물원으로 보낸다. 동물원 우리 안에 갇히게 되는 바바빠빠. 바바빠빠의 몸은 자유자재로 늘어나기 때문에 동물원에서도 몸이 쭉쭉 늘어나고 우리를 빠져 나오게 된다.

 

그러자 동물원에서도 바바빠빠를 성가시게 생각한다. 바바빠빠는 동물원에서도 쫓겨나게 된다. 하지만 길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기도 하고 동물원을 빠져 나온 표범을 동물원으로 돌려보내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면서 바바빠빠는 사람들에게 영웅이 되고 사랑을 받게 된다.

 

바바빠빠를 집에서 동물원으로 보냈던 가족은 바바빠빠를 위한 집을 지어주고 바바빠빠와 같이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이 그림책에 담겨 있는 이야기이다.

 

바바빠빠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은 캐릭터이기도 하다. 관련 캐릭터 상품도 많이 출시되어 있다. 동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바바빠빠는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어서 어른을 대상으로 판매되는 바바빠빠 캐릭터 상품도 많이 나와 있다.

 

바바빠빠가 이렇게 사랑 받는 이유는 바바빠빠는 작가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괴물이지만 바바빠빠의 모습에서 각기 다른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다름으로 우리는 서로를 특별하게 여기기도 하고 그 다름으로 차이를 발견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도 하며 그 차이가 너와 나를 구분해주는 지표임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다름으로 인해 소외되었던 바바빠빠가 그 다름이 틀림이 아니고 특별함이라는 것을 인정받게 되는 과정이 담겨 있는 그림책이다. "너와 내가 다른 것은 좋은 거야"라고 바바빠빠는 말한다. 우리는 다름을 틀림으로 생각할 때가 있다. 다르다는 것은 개성이고 또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그림책은 가르쳐준다. 다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드는 책이라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도 좋은 그림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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