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계속 -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모토로 아무튼 시리즈 7
김교석 지음 / 위고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튼'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아무튼 시리즈는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에서 출간되고 있는 책들로 앞에 '아무튼'이 붙어 있다.

<아무튼, 피트니스>, <아무튼, 서재>, <아무튼, 게스트하우스>, <아무튼, 쇼핑>, <아무튼 ,망원동>, <아무튼, 잡지>, <아무튼, 계속>, <아무튼, 스웨터>가 출간되었고 이후에 나온 책들도 있다.  아무튼 시리즈는 이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던지라 아무튼 시리즈 중에서 '아무튼, 계속'이라는 책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어 읽게 되었다.

물론 책 제목에 '계속'이 붙어 있었기에 관심이 갔던 책이다. 무엇을 계속한다는 것인지도 궁금했고,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책일 것 같은 느낌을 제목에서 받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표지에는 다소 아리송한 부제가 달려 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모토로'가 그것이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라고? 변화가 없는 삶을 추구하는 것인가 생각하다가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그것은 오늘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내 삶이 만족스럽기 때문에, 그런 오늘을 계속 유지하려는 마음. 그것은 쉽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들의 가치를 지켜내고 삶 속에서 만들어가려는 노력으로도 읽혔다.

 

 

철이 든다는 표현이나 나이에 맞게 정해진 타임테이블이 그냥 마뜩잖았다.
(아무튼, 계속_10쪽)

 

 

책을 읽어보니 그런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저자의 어떤 행동들은 강박증처럼도 보였지만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일정한 루틴 속에서 생활하는 저자의 모습은 내 일상을 돌아보게 만드는 시간을 제공했다. 나 역시 저녁에 다음날 할 일들을 다이어리에 계획하는 시간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하기도 한다. 항상성이란 ‘자신의 최적화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생명의 특성’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니 그의 루틴(습관적인 행동 절차)은 최적의 하루를 이어나가기 위한 설계도 같은 것일 게다. 일정한 규칙과 생활의 리듬을 몸에 새기는 작업. 그런 작업들로 일상을 빼곡하게 채우며 좋아하는 것들로 일상을 가득 채우는 남자의 이야기가 이 책에는 담겨 있다. 그의 일상을 따라 쫓아가며 내  삶의 리듬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랑'의 '너의 리듬'이라는 노래가 생각이 났다. 결국 누구나 자기만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것. 그 리듬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일상을 가꾸어 나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만나 행복했다.  

 

그때 그 순간,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너무 쉽게 휘발되니 우리는 매우 유의해야 한다. (아무튼, 계속_2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스 킬러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해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레몬의 동료는 밀감이다

결국은 끼리끼리 만나는 것이다. 레몬의 작업 동료 닉네임이 밀감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소설에 주인공은 풍뎅이다. 문방구 제조업체에 다니는 영업사원이다. 그러나 그가 풍뎅이로 불릴 때는 그가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을 때다. 그는 킬러이면서 한 가정의 가장이고 또한 한 아이의 아버지이다. 그런 그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내’였다.

공처가 킬러의 이야기

‘악스’는 표면적으로 보면 킬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런 어둠의 세계에 발을 담근 풍뎅이는 공처가로 그려진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헌신적인 아버지이다. 그는 어릴 때 일찍 부모님을 잃은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가 어떻게 그 세계에 발을 담그게 되었는지 작가는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다만 그가 지키려는 세계에 대해 이야기할 뿐이다.

그가 지키려는 세계

그가 자신을 던져서라도 지켜내고 싶어하는 세계는 아내로부터 왔다. 한 여자를 만나 자신에게는 한없이 멀게만 느껴졌던 세계로 걸어들어온 것이다. 그가 몸담고 있는 킬러의 세계가 어둠이라면 그가 부서질까 조심히 다루는 세계는 빛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가정의 따뜻한 온기. 풍뎅이는 그것을 위해 아이러니하게도 어둠의 세계에 계속 몸 담글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그의 딜레마였다.

삶의 굴레 속에서 고뇌하는 회사원


 

이 소설의 줄거리를 남편에게 대략적으로 이야기해주었더니 영화 <회사원>이랑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듣고 보니 그도 그런 것 같았다.

 

누구나 자신이 지키고 싶은 것을 위해 싸운다. 멈추지 않는다, 타협하지 않는다. 가정을 필사적으로 지키고자 했던 아버지의, 한 남편의 이야기였다.

 

빨리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고기를 입 안 가득 넣으며 생각했다.
시기적으로 이미 늦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의 감정을 잃은 채
사라져 가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악스, 147쪽_이사카 코타로)

 

“인간은 크게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다. 인생의 매순간 순간마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풍뎅이는 해충으로 분류되지만 한방에서는 경풍(驚風)의 약재로도 사용된다. 결국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것일 것이다. 약이 될 것인가, 독이 될 것인가. 매순간의 선택으로 구성되고 남는 것이 삶이기에.

조금 울었던 것 같다. 재미 있을 거 같아 선택한 책이었는데 재미도 있었지만 감동도 있었다. 여운이 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각하기의 기술 - 매일 아이디어와 씨름하는 사람들에게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1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하기의 기술'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지만 어떤 테크닉이 담긴 책은 아니다. 사실 생각하는 방법을 어떻게 가르쳐줄 수 있을까?

 

생각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꽤 많은 의미가 담긴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런데 보통 '생각'이라는 단어를 듣고 떠올리는 이 말의 의미는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일 것이다.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데 있어서는 개인의 다양한 경험이 영향을 끼친다. 경험의 깊이와 폭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서로 다른 생각을 대화를 통해 나누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독서도 나와 다른 새각을 가진 사람과 나누는 대화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가르쳐줄 수 없는 것 같다. 생각이란 그냥 올 때가 많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생각하기의 기술'이라는 제목을 달아놓긴 했지만, 예술가로 살아가면서 저자가 겪는 어려움, 또 즐거움,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 순간들이 촘촘하게 담겨 있는 책에 가깝다.

 

이 책은 전 세계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준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의 저자 그랜트 스나이더는 낮에는 치과 의사로 일하고 밤에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한다. 그는 이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고 한다.

                       

아파트 생활(96쪽)을 읽으면서는 얼마전에 내가 했던 생각과 비슷해 공감이 많이 됐다. 아파트 복도 사진을 보다가 든 생각이었는데 아래와 같이 글로 남기기도 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 복도. 현관으로 들어서는 문은 같지만 자신의 현관문 위에 적힌 숫자는 모두 다르다. 그 다른 숫자만큼 다른 경험과 삶의 풍경들이 그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펼쳐지는 아파트. 그리고 서로의 곁을 스쳐지나가는 복도. 그렇게 각기 다른 삶들이 모여 있고 또한 가볍게 스쳐지나가는 복도. 타인의 삶을 스치듯 지나 자신의 삶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공간.”

아파트는 공동 주택이다. 여러 사람이 공간을 나눠서 사용하는 곳이 아파트이다. 저자는 ‘아파트 생활’이라는 글과 그림에서 아파트 생활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우린 작은 공간에서 혼자 따로 살지만 연결되어 있다. 야망을 추구하고 두려움에 맞서고 소소한 변화를 준다. 탈출구를 찾고 무의미한 싸움을 하고 아름다움을 누리기도 한다. 타인들은 수수께끼로 남고 그들의 삶은 생각보다 더 독특하지만 그들의 꿈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생기가 넘친다. 우리는 세상에 문을 닫을 수 없다. 우린 작은 공간에서 살고 우리의 꿈은 연결되어 있다.”(96쪽)

문 하나로 안과 밖이 나뉘며 그 속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문을 열면 나갈 수 있고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갈 수도 있다. 문 하나로 각기 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질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살고 또한 저마다 다른 꿈을 꾸며 살지만 하나 뿐인 삶에서 저마다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같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동질감이 저 글과 그림에서 느껴져서 인상 깊었다. 아름다운 글과 그림으로 가득한 책이다. 눈과 마음이 즐거워지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나오는 작가의 말은 이렇다.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마음을 다해 썼다. 2018년 초여름 김금희"

 

마음을 다해 쓴 소설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형체는 없으나 느낄 수 있는 마음, 형체는 없지만 주고 받을 수 있는 선물 같은 마음.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보듬는 귀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나오는 이야기였다.

 

그런 마음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결국 모든 것이 사랑이었다. 삶을 지탱하게 하고 존속하게 하는 것. 그 모든 것은 마음을 주고 받는 모든 관계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괜찮은 사람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제목인 '괜찮은 사람'은 다른 누군가에게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을 소개할 때 종종 입 밖으로 나오기도 하는 말이다.  "그 사람 어떤 사람이야?" "응. 괜찮은 사람이야." 그런데 사실  이 말만큼 모호한 말도 없다. 그건 그냥 느낌일 뿐이기 때문이다. 주관적인 느낌에 기대는 말이라서다. 강화길의 소설집 '괜찮은 사람'은 괜찮은 사람이라는 주관적인 느낌에 속게 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가면을 벗기고 그 사람의 실체를 마주하게 한다.

어떤 부분에서 왜 괜찮다는 것인지 알지 못하면 정확하게 볼 수 없다. 나에게 다정한 사람이라서, 상냥해서 괜찮다는 건가? 사실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하는 말은 아닐까? 느낌이라는 것만큼 주관적인 것도 없는데. 그 느낌에 속아 때로는 사랑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느낌에 발목이 잡힌다. 그냥 느낌이 좋다고 덥석 믿어도 되는 걸까 생각해보게 한다. 사실 그 사람은 내가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

내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 내가 모르고 있었던 것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데서 시작되는 공포. 느낌에서 비롯된 근거 없는 확신.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는 데서 오는 무서움, 두려움, 불안을 들여다보게 하는 소설집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