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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Polaris 2016.12
폴라리스 편집부 엮음 / (주)미디어키스톤(잡지)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달마다 다른 주제로 진행되는 잡지인 것 같은데 12월호 주제는 '아이와 꿈'이었다. 주제에 걸맞게 꿈 꾸는 듯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표지에 담겨 있다. 잡지는 사실 천천히 두고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꺼내 읽는 편이라 끝까지 다 읽은 잡지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관심 있는 주제의 글들만 읽어보고 그냥 책꽂이에 꽂아 둘 때도 솔직하게 말하면 꽤 있다. 잡지에는 다양한 정보가 많이 담겨 있지만 개중에는 읽는 사람의 관심의 영역을 벗어난 정보가 담긴 글들도 꽤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폴라리스의 경우에는 교육라이프 매거진이라 그런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게 되었다.
보다, 키우다, 즐기다 이렇게 크게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었던 점이 눈에 띄었다.
앞장에 나와 있는 글귀가 가슴에 와닿았다.
자신의 꿈을 이야기할 때 아이들의 눈은 빛난다.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과 관계없이 어떤 꿈이든 진심으로 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어릴 때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수시로 바뀐다. 나도 그랬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부터 보다 현실적인 꿈까지. 수시로 바뀐 경험을 나 또한 갖고 있다. 반면 어떤 아이들은 어릴 때 꿈을 오랫동안 가슴에 품는 경우도 많이 봤다. 그리고 실제로 그 꿈을 이룬 것도 나는 봤다.
어릴 때 간호사가 꿈이라던 사촌동생은 정말 대학병원의 응급실 간호사가 되었고, 어릴 때 로봇을 만들고 싶다고 했던 사촌동생은 카이스트에 진학해 로봇을 만들었다. 또 과학 고등학교에 가고 싶다며 과학자의 꿈을 키우던 친구가 독하게 공부해서 과학고에 들어가는 것도 봤었고, 홍익대 미대에 다닌 이모를 보며 화가의 꿈을 키운 친구가 실제로 미대에 들어간 것도 봤다.
또 어릴 때 운동에 남다른 두각을 나타냈던 초등학교 동창이 실제로 운동 선수가 되었고, 또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된 것도 보았다. 생각해 보니 과학자가 되고 싶다던 사촌 동생네 집에는 유독 과학 도서가 많았고, 간호사가 되고 싶다던 사촌 동생은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을 잘 돌보고 침착한 편이었다. 어릴 때 읽었던 책이나 흥미를 보이는 것이 장래의 직업으로 발전하거나 좋아하는 일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되고 싶은 것이 많은 것보다, 꿈이 허황된 것이라는 것보다 걱정해야 할 것은 아무 것도 하고 싶은 게 없다는 것이 아닐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른다는 것. 그것을 어떻게 찾아줄 수 있는지, 아이 스스로 어떻게 찾아가면 좋을지에 대해 폴라리스 12월호는 폭넓게 다루고 있다.
읽으면서 정말 질투가 날 만큼 부러운 이야기들도 많이 접했고 (경찰관 엄마의 이야기, 아이와 여행하는 엄마의 이야기,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 덴마크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우리나라의 교육이나 사회 모습도 덴마크를 닮아 갔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휘게'라는 단어는 얼마전 네이버 책 문화에서 어떤 출판사의 포스트에서 접한 이야기이기도 해서 왠지 반갑기도 했는데 역시 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참고해서 쓴 글이라 더 인상 깊게 읽었던 것 같다.
아이들을 위한 직업체험 테마파크를 소개한 페이지, 또 아이들이 꿈을 찾을 수 있도록 자극하는 애니메이션을 소개한 페이지 등도 인상적이었다.
아이의 꿈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해 놓은 페이지도 알찼던 것 같다.
'생각하는 힘이 아이의 미래를 키운다'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어려서부터 자기 삶의 주인으로 자란 아이는 타인의 인격도 존중할 줄 압니다. 나에 대한 존중이 바로 타인에 대한 존중이기 때문이지요.'라는 글이 인상적이었다. 삶의 선택권을 아이에게 주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원후 삼남매네 홈스쿨링 이야기에서 "엄마, 유치원 다닐 때는 선생님이 꿈을 정해줬어"라는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선택권을 항상 우리들에게 주셨던 편이라 (대신 책임도 스스로 져야 했다) 선택권을 주는 것, 아이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고 있어서 그런지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유아철학에 관한 '생각하는 힘이 아이의 미래를 키운다'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뽀뽀로에서 본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했다. 크롱에게 어떤 요정이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자, 크롱은 다른 친구들을 부러워하면서 그 친구들처럼 되고 싶다고 말한다. 요정은 그 친구들의 모습으로 변한 크롱의 모습을 하나 하나 보여준다. 하지만 크롱의 생각과는 달리 그 친구들이 되어 그 삶을 사는 일은 그리 만만치 않은 것이었고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크롱은 고민 끝에 누구처럼 되고 싶으냐고 소원을 묻는 요정에게 소원을 빌고 다음날 자신의 모습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거울을 보며 기뻐한다. 나 다울 때 가장 좋다는 것,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다는 철학적인 내용이었다. 그 애니메이션을 아이와 함께 보며 아직 아이가 어리긴 하지만 "나 자신으로 사는 것, 나 답게 사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이야기라고, 아이의 이름을 말하며 "○○도 ○○다울 때 가장 좋은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유아들은 사고가 유연해서 철학적인 사고를 더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자기 식으로 답을 궁리해 보기 때문에 유아기가 철학적 사고 확장의 적기라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다중지능에 관한 내용을 읽으면서는 아이가 어떤 것에 흥미를 보이는지, 어떤 것을 즐겨 하며 좋아하는지 등을 유심히 관찰해 기록하면 아이가 어떤 지능이 더 발달해 있는지를 알 수 있고 또 다양하게 계발시켜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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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엄마가 될 거야라는 글을 읽으면서는 엄마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음직한 내용이 담겨 있어 누군가의 육아 일기를 들여다 보는 느낌마저 있었다. 브런치에서 읽으면서도 뭉클했던 글이었는데 종이책으로 읽으니 그 감동이 더 진하게 느껴졌다. 장윤희의 함께한 시간만큼 자라는 아이들이라는 책의 한 구절은 내 평소 교육관과 닿아 있는 부분이 있어서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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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페이지까지 꼼꼼하게 엄마들의 육아 고민을 풀어주려는 폴라리스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정말 좋았던 것 같다. 교육 정보가 하나의 주제에 3가지 섹션으로 다양하고 알차게 담겨 있어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영유아를 둔 엄마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교육 매거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