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의 일상 - 생명공학시대의 건강과 의료
백영경.박연규 지음 / 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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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의 일상-생명공학시대의 건강과 의료

백영경․박연규/ 도서출판 밈

 

생명윤리. 그것과 관련한 딜레마에 빠졌을 때 과연 우리는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게 되는가?

거기에 정답은 없으며 개인에 따라서도 처해진 상황에 따라서도 그 답은 달라질 것이다. 그 문제가 나와 관련한 문제가 아니라면 비교적 도덕적, 윤리적인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할 것이고, 만일 그 문제가 나와 관련한 문제, 정말 절실한 나의 문제라면 상황은 달라지리라. 나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정당화시킬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윤리적 딜레마, 특히 생명윤리에 관한 윤리적 딜레마에 관해 우리가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제시하고 그것에 관해 우리 모두가 같이 생각해보고 같이 대안을 찾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이 책은 9가지 소주제-대리모, 의료관광, 장애․재생산․유연한 우생학, 성장호르몬, 감시 테크놀로지로서 정기검진, ‘생명과학기술’과 ‘여성의 몸’, 생명윤리를 넘어서, “난자소송”에 이르기까지, 문제는 바이오 경제-로 나뉘어져 있다.

 

하나하나의 주제를 접하면서 우리가 몰랐던 부분에 대한 이해를 돕는 부분이 있고, 또는 우리가 다르게 생각했던 주제에 대해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게 하기도 하고, 우리가 평소 등한시 했던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고 같이 고민하고자 권하는 부분도 있다. 그렇게 이 책은 우리 생활과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주제라고 생각했던 것이 결국은 우리의 일상과 그리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며 결국 우리의 삶이라는 전제하에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대리모라는 주제를 살펴보면, 불임부부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하는 방법인 대리모에 대해, 경제적인 이유로 대리모 역할을 선택하게 되는 여성에 대해, 그리고 그 여성들에 대한 보호의 문제 등을 주요 쟁점으로 다루고자 한다.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은 자녀를 얻기 위해 대리모를 선택하게 되는 부부들의 입장이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그러한 선택을 하기까지 겪어야했을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고자 하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 역할을 대신 해주는 대리모 여성 또한 출산 후 아이에 대한 어떤 권리도 행사할 수 없으며, 여러 가지 실패에 대한 책임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에서 그들에 대한 보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보아야 한다. 과연 이러한 대리모의 문제를 법제화하여 가능하게 해야 하는지, 규제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의료관광-인도의 보조생식기술 상품화라는 주제를 보면 대리모를 찾아 인도로 모여드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화려하고 성공에 대한 보장을 내세우는 그 이면에는 성공률 부풀리기를 비롯하여 많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도 역시 의료관광을 온 사람들에 대한 배려보다 중요시하는 것은 그들의 이익, 상업화임에 틀림없다.

‘한 공급자는 시술을 받는 부부들에게 정자가 릭샤 운전사에게서 나온 것이 아님을 확신시켜야 한다(p.81)’ 고 털어놓은 것을 보면 그 이면에 얼마나 많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는지는 누구나 쉽게 짐작해 볼 수 있으리라.

 

장애․재생산․유연한 우생학/ 성장호르몬 부분을 보면 키 작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키가 평균치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왜 그렇게 키 작은 것이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일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결론은 그럴만한 이유는 절대 없다는 것! 사회적 ‘평균’이라는 것 자체가 문제인 듯하다. 도대체 그 평균이라는 것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그 평균이라는 것 때문에 상처받고, 그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사지연장술을 그 한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과연 그렇게 까지 하면서 사회적 벽에 부딪혀 이겨내야 하는지 씁쓸하기만 하다.

 

그리고 자녀를 성장호르몬으로 키우는 것에 대해 숨기고 살아야 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는 왠지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그리고 터너증후군 환자의 치료에서 150cm이상이 되면 더 건강보험의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한 달에 많은 돈을 지출해야 성정호르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현실도 안타깝다. 사회적으로 평균을 정해서 그들에게 그 평균에 가까이 살아야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그야말로 사회적 책임인데, 어느 정도까지는 지원해주고 그 이상은 선택의 문제로 남겨두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생명윤리를 넘어서, “난자소송”에 이르기까지 황우석 사태, 줄기세포연구와 여성의 난자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장에서는 한국사회에서의 여성의 입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내용들이 많다.

 

‘다시 말해 여성의 몸을 국익과 발전을 위한 도구로 간주되는 일이 항시적으로 일어나는 사회에서...(p.235)'라는 표현을 보면 저출산정책이나 출산장려정책 모두 여성에게 그 선택에 대한 압박을 가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여성은 그렇게 희생적인 존재로 간주되고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신장기증자 역시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것도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여성의 희생정신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난치병환자를 완치시키고 장애인을 일으켜 세울 것이라는 말들이 사회적인 의미와 영향력을 획득하는 사이 ‘인간’을 소재로 하는 연구의 윤리성 논란은 완전히 삭제되었다(p.2510)'

 

'황우석 연구팀에서 줄기세포 1주라도 만들었다면, 난자제공의 문제는 어떻게 되었을까를 예측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p.259)'

 

연구라는 목적으로 벌어지는 인간에 대한 실험, 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벌어지는 여성의 난자체취가 그 성공여부에 따라 드러나고 드러나지 않고, 윤리적으로 용인되고 그렇지 않음의 여부가 결정되는 현실이라니 우리의 현실이 암울하다. 만일 정말 황우석의 연구가 성공했다면 여성들의 난자기증, 그 이면의 난자거래는 드러나지 않았거나 연구의 성공을 위한 당연한 것으로 정당화되고 미화되었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이 책은 그렇게 우리가 쉽게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같이 생각해보고, 생명공학에 대한 연구에 있어 우리가 등한시하기 보다는 우리도 생명윤리에 대한 감시자로서 같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의 삶을 더 아름답고 건강하게 만들어주고자 하는 생명공학이 어떤 특정 목적, 특히 경제적인 목적으로 전락하여 그 원래 의미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그저 지불능력에 따라 그 서비스의 사용여부가 결정되는 하나의 소비자에 불과한 것이다. 생명,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돈을 지불해주는,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상품을 소비해주는 대상이 될 뿐이다. 그런 것을 방지하고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우리가 모르고 지나치며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이 책을 읽어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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