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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고 살아내줘서 고마워
민슬비 지음 / 책들의정원 / 2019년 2월
평점 :
뉴스를 보다 보면 우울증에 걸려 자살을 기도하거나, 연예인들의 공황장애로 인한 대인기피증 등의 기사들을 심심치 않게 접하고는 한다. 나는 이런 기사들을 볼때마다 사실 단순히 그들의 심신이 미약하기 때문에 그런 정신질환들이 야기 되는 것이라고 치부해버리곤 했다. 기아로 죽고, 살고 싶어도 사고나 병으로 죽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사람들도 있는데 본인들의 목숨을 스스로 마감해 버리다니 너무나 어리석다고만 생각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나 삶 속 역경에 대해서는 한번도 깊게 생각해 보거나 공감해 보려고 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나와 같이 제3자의 입장으로 아무렇지 않게 기사거리 로만 여겼던 사람들에게 죽을만큼 힘든 사람들의 어떻게 살아가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해 준다.
이 책을 쓴 인물은 어렸을 때, 아니, 태어날 때 부터 축복 받지 못한 탄생을 맞이했고, 그의 어머니 또한 제대로 사랑을 줄 수 있는 여유가 없었기에 불운한 어린시절을 보냈던 사람이다. 스스로의 존재 자체가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했고 그래서 본인 또한 자신을 사랑할 수 없었던 것 이다. 그러다보니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극도로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고, 실제로도 온전하지 않은 가정이라는 것을 알면 사회에서도 무시 받기 일수 였던 것 같다. 그 때마다 우울증, 공황장애의 증상들은 더욱 악화되어 결국엔 자살이라는 것 또한 시도했던 것이다.
내가 지금 이 책 한권을 읽었다고해서 당사자의 아픔과 고통을 다 표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을 것 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다행히 작가는 병원에서 상담을 받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마음을 열어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며 점차 나아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파 감기에 가는 것처럼 병원에 가기를 권장하고, 그것을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한다. 나 또한 동의 하는 부분이다. 낯선 사람에게 나의 이야기를 하고 나의 아픈곳을 보인 다는 것 자체가 너무 무섭겠지만 세상 속에서 여러사람들과 섞여서 살아야 하기에 힘든 첫걸음으로 도전을 반드시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 글을 쓰며 생각해 보니 한때 아이를 출산 후 산후 우울증이 왔던 적이 있다. 누구에게나 올 수도 안올 수도 있는 병이 우울증인데, 그 당시 나는 이 세상의 우울감은 모두 내가 안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느꼈다. 잠깐이었지만 극도의 우울증은 나와 내 주변인들까지 울상을 짓게 만든게 사실이다. 누구에게나 마음의 병은 올 수 있고 환경적 요인, 유전적 요인 등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로 고통스러은 경험을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정말 차라리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다면, 가까운 사람 한 명에게라도 도움의 손길을 청해봐야할 듯 하다. 나 또한 주변에 그런 마음의 감기가 온 사람이 있다면 내가 먼저 다가가 그사람 곁에 있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의사처럼 아픈 사람에게 약을 처방해 준다거나 그럴듯 한 위로의 말을 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깨달았다. 정말 죽을 만큼 힘든 사람이 원하는 건 그냥 본인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 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의 제목은 지금 너무 마음이 지치고 힘든 사람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기도 하다.
" 죽지 않고 살아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