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 2025 제19회 나비클럽 소설선
박건우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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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개의 단편집들이 모두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으며, 소재의 다양함과 독창성이 더해져 읽는 재미가 있었다.

교수대 위 까마귀ㅡ
미술관이라는 한정 된 공간과 제한 된 인원 안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 추리 단편집이다. 용의자가 다섯 명도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사건이 전개되며, 그만큼 밀도 높은 추리가 돋보인다.
주인공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마치 코난을 떠올리게 한다.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트릭 속에서도 차근차근 단서를 모아 추리를 전개하고, 마지막에 모든 사건을 한 번에 엮어 결론에 이르는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코난이 글로 쓰인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감이 뛰어났다.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이 교수대라는 점 또한 작품에 섬뜩한 분위기를 더한다. 도대체 어떻게 살인이 가능했을지 궁금해지고,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직접 추리를 시도해 보았지만 번번이 예상을 빗나갔다.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 편마다 처형 기구를 중심으로 한 단편집을 써보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실제로 출간된다면 매우 기대되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서핑 더 비어ㅡ
어린 시절의 기억을 회상하며 사건이 전개되는 작품이다. 회상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스며들게 된다.
특히 ‘서핑’과 ‘맥주’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묘사가 인상적이어서, 마치 직접 그 공간에 함께 있는 듯한 몰입감을 주는 작품이다


폭염ㅡ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 과거, 현재, 영화 속 내용, 자신이 쓴 시나리오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미스터리한 사건이 전개된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흐려질수록 더욱 미스터리해지고 몰입감을 준다.


1300℃의 밀실ㅡ
단편들 중에서도 유독 가장 기대했던 작품이었다. ‘1300℃‘와 ‘밀실’이라는 키워드만으로는 도무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품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참신한 설정과 전개로 끝까지 흥미롭게 읽혔다.
성폭력 고발 이메일을 계기로 사건을 추적하던 주인공은 살인사건과 마주하게 되고, 그 과정을 추리해 나간다. 특히 자폐를 가진 등장인물이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설정이 인상 깊었으며, 이로 인해 이야기가 더욱 독창적으로 다가왔다.


* 이 책은 출판사 나비클럽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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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호더
프리다 맥파든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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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만 더..!! 하다가 어느 순간
끝까지 읽어버린 미친 (p) 도파민 책

폭풍이 몰아치는 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오두막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 케이시. 거센 바람과 어둠 속에서 케이시는 문득 이 밤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하는 불안에 휩싸인다. 그 불안 속에서 누군가가 오두막 어딘가에 숨어 있는 듯한 기척을 느끼게 된다. 케이시는 막연한 공포를 안은 채 조심스럽게 그 존재를 찾아 나서고, 그 끝에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한 아이와 마주한다. 아이의 손에는 나이프가 들려 있고, 그 아이가 어떤 존재인지, 왜 그런 모습으로 이곳에 나타났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케이시는 아이를 외면하지 않는다. 오두막으로 데려와 음식을 나누고, 편히 잘 수 있게 도와주며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된다.

이 작품은 현재와 과거의 서술이 번갈아 전개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두 시간대가 교차할수록 단서들이 조금씩 맞물리며, 자연스럽게 다음 장을 넘기게 된다. 한 장만 더, 한 장만 더 하다 보니 어느새 결말까지 단숨에 읽게 되는 구조다. 읽는 내내 긴장감이 유지되며, 사건이 전개될수록 도파민이 치솟는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상상하지 못했던 반전이 등장해 큰 충격을 안겨준다.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라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전개도 있겠지만, 이 작품에는 그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이 하나 이상은 존재한다. 반전이 드러난 이후에도 또 다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어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치밀한 구성과 예상 밖의 전개뿐만 아니라, 이야기 자체의 완성도 또한 인상적이다. 단순히 반전에 의존하는 소설이 아니라, 서사와 감정선이 탄탄하게 쌓여 있어 읽고 난 뒤에도 여운이 오래 남는다.


📌 이런 분들에게 추천
- 책테기가 오신 분
- 오직 도파민만을 원하시는 분
- 반전과 서사 둘 다 잡은 소설을 찾고 계신 분

* 이 책은 출판사 밝은세상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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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작별
김화진 외 지음 / 책깃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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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사회적 문제를
희망과 따뜻한 위로로 풀어낸 이야기

단편집이라는 특성상 이야기들은 짧지만, 작가님들이 보내는 메세지는 확고했어요. 이 책은 내용을 미리 알고 읽기보다는 아무런 정보 없이 마주하는 편이 오히려 더 흥미롭게 다가올 것 같아 여섯 편의 줄거리 요약은 올리지 않겠지만, 모든 글들이 다 인상 깊고 따듯했습니다. 읽으시면서 공감하게 되는 순간도, 눈물이 고이는 장면도 있을 거예요. 누군가는 위로를, 누군가는 용기를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학폭, 노동, 가짜 뉴스, 사회적 약자, 학력, AI, 바이러스 등.. 누구나 한 번쯤은 마주했거나 고민해 봤을 사회적 문제, 사회 비판 등 확고한 사회적 메시지가 이야기 곳곳에 담겨 있었거든요.

등장인물들은 각자 다른 상처를 안고 살아갔고, 그것을 이겨내려고 노력을 하며 독자에게 희망과 따듯함, 위로를 건네는 책이었어요. 이겨내는 게 자신의 힘일 수도 있고 주변의 도움과 관심 덕분일 수도 있고요.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에버 에게인』이었는데 정말 최고였습니다… 오랜만에 펑펑 울었던 것 같네요. 다른 단편들에 비해 분량은 길지 않았지만 강렬했습니다. 마지막 결말도 마음에 들었고요. 무엇보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주변 인물들이 존재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정말 죽을 만큼 힘든 시간이 찾아와도, 결국 희망은 있다는 것. 언젠가는 그것을 알아주고,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며,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 파트 였습니다. 다른 파트도 다 너무 좋았습니다. 페이지 줄어드는 게 아쉬울 정도였어요. 여섯 분의 작가님들이 워낙 유명하시고 좋은 글을 쓰시는 분들이기에 믿고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 이 책은 출판사 책깃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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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 하다 앤솔러지 5
김경욱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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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하다 앤솔러지 『안다』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거나 사라질 ㅡ
두부를 사러 나간 뒤 사라진 어머니. 막내아들은 어머니의 발자국을 쫓으며, 어머니가 과거의 고통에서 벗어나 미래로 돌아간 건 아닐지 생각한다. 또 아들은 어느 순간, 어렸을 적 자신을 안아주던 낯선 품의 따뜻함을 떠올린다.

가짜 생일 파티ㅡ
어렸을 때 자신을 누구보다 아껴주던 언니도 그때의 언니가 아니게 됐고, 우연히 만나 키우던 고양이도 세상을 떠난 뒤 일어나는 상실감과 극복, 위로의 이야기다.
“과거의 언니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생각하는 것들은 지금 내 곁을 떠났을지언정 여전히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를 잃지 않는 것들인데,”

히치하이킹ㅡ
갑작스러운 비를 피해 히치하이킹에 나선 두 주인공은 정장을 입은 의문스러운 남자의 차에 오르게 된다. 그 후 남자의 고향을 가게 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두 주인공은 앞으로 함께할 수 없는 친구에게 미안함과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어쩌면 나를 용서하고 잊어 달라는 말은 실상 자신을 미워하지 말고 오래 기억해 달라는 말이 아닐까.”

다시 한번ㅡ
주인공은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겨 있었던 친구에게 푸껫에 함께 가자는 연락을 받는다. 20년 전에도 함께 여행을 떠났던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여행길에 오르며 오래된 추억들을 되새기고 새로운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안 늦었어. 지금부터 하면 되지.’ 나는, 어쩌면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했다.”

그녀들ㅡ
지금은 어떻게 됐을지 모르는, 멀어져 버린 우정을 다시 마주하는 내용이다. 그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지만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은 잊고 지냈던 우정의 깊이를 다시 깨닫게 된다.
“어쩌면, 서로를 이해해서 멀어질 때도 있을 거야”

이 작품의 공통점은 다들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실체가 있는 존재이거나,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예전 모습이거나, 지나가버린 세월이거나, 우정이거나. 형태와 크기는 다르지만 『안다』 의 등장인물은 무언가를 잃어버렸고 그 잃어버린 것을 극복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추억과 상실, 외로움과 위로가 스며들어있다. 이 작품 속 인물들은 서로를 안아주고, 또 누군가에게 안겨줌으로써 잃어버렸던 온기와 추억, 따뜻함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새로운 것은 이 책에서 ‘안음’이란 단순한 스킨십이 아니라 상처를 보듬어주는 마음의 형태 라는 점이다.

📌 이런 분들에게 추천
- 지친 마음에 따듯한 위로가 필요하신 분
- 누군가와 온기를 나누는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 싶으신 분
- 복잡한 생각은 내려놓고, 따듯한 이야기를 읽고 싶으신 분


* 이 책은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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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뜬구름
찬쉐 지음, 김태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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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펼친 순간부터 이미 정상적인 독서는 끝났다. 서로를 염탐하고 욕하며 서서히 무너져 가는 이웃들의 일상은 익숙한 현실을 가장 불편한 방식으로 비틀어 놓는다. 집이라는 공간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고, 사람이라는 존재는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찬쉐의 문장은 단 한 줄도 편안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문장이 나아간다기보다 꿈틀거리며 기어가는 느낌에 가깝다. 어떤 장면은 이렇게 말한다. “작은 벌레가 수없이 가슴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읽는 나조차 심장을 손으로 긁어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이웃들을 감시하는 장면에서는 더욱 소름이 돋는다.

P23. “그 거울로 그 집 사람들이 무얼 하는지 다 살펴볼 수 있어요. 아주 편하지요.”
이 문장은 경고도, 반성도, 부끄러움도 없다. 오히려 감시를 향한 확신, 엿보기의 기묘한 쾌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세계에서는 엿보는 자도, 엿보이는 자도 모두 가해자이며 모두 피해자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 묘사도 있다

p.32“장인은 곧바로 메뚜기처럼 펄쩍 뛰어 달아났다.•••장인은 두 팔을 크게 벌린 채 쓰레기통 위로 엎어져 킥킥 거리며 쉬지 않고 웃어 댔다. 다 웃고 난 장인은 곧장 사원 쪽으로 황급히 도망쳤다. 장인은 종종 사원 다락방으로 기어 올라가 오고 가는 행인들에게 돌을 던지곤 했다.”
이 장면을 읽고는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손가락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인간이 이렇게까지 일그러질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생생하게 상상돼서, 문장 자체가 역겨운 이미지처럼 머릿속에 달라붙었다. 그저 웃는 모습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뒤틀렸고, 도망치는 뒷모습은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묘했다. 이 책이 가진 부조리함과 현실감 사이의 불편한 경계가, 바로 이 짧은 문장에서 생생하게 느껴졌다. 찬쉐는 이렇게 인물들을 끊임없이 일그러뜨려서,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불신하게 만든다. 그리고 1980년대에 쓰였음에도 문장은 낡지 않았다. 읽는 동안 이 끔찍한 문학 세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고 몽환과 현실이 겹친 듯한 문장, 질투, 욕망, 탐욕, 열패감, 의심, 분노, 염탐 같은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오래된 뜬구름』은 “재밌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인간의 가장 추악한 심연을 마주할 용기가 있다면, 이 작품을 읽어보길 바란다.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충격적인 문학 경험이 될 것이다.

* 이 책은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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