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의 어둠
사와무라 이치 지음, 김진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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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충분히 있을 법한 상황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읽는 내내 현실과 맞닿아 있는 내용 때문에 소름이 끼쳤다. 그렇다고 해서 귀신보다 사람 이야기가 중심이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기괴하고 기묘한 존재들이 등장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들도 나온다 다만 그것들이 비현실적으로 붕 뜨지 않고 현실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서서히 스며들 듯 다가온다 그 간극이 이 작품의 가장 큰 공포 장치라고 느꼈다.

어릴 적 괴담집을 유난히 좋아해 시중에 나온 책들은 거의 다 사 모았던 나에게, 이 책은 마치 500원짜리 미니 괴담책의 어른버전을 읽는 기분이었다. 분량과 상관없이 임팩트는 강렬했고 한 장 차이로 드러나는 반전, 문장을 다시 읽게 만드는 미묘한 어긋남이 소름을 끼치게 만든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형식의 다양성이다. 편지, 일기, 메모, 독백 등 다양한 기록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 안에서 어긋나는 문맥과 이상한 문장들이 독자를 불안하게 만든다. 보통 공포소설에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 밤에 가지 말 것, 문을 열지 말 것, 혼자 남지 말 것, 이상한 소리를 따라가지 말 것 등등.. 이 작품에서는 등장인물들은 그 규칙을 어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무언가를 마주한다. ‘조심하면 살 수 있다’는 공포 장르의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여기에는 없다. 그래서 더 현실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현실에서도 모든 규칙을 지킨다고 해서 불행을 피할 수는 없으니까.

이런 분들께 추천 !
- 서사보다 날것의 공포를 선호하는 분
- 짧고 강렬한 반전이 있는 단편을 좋아하는 분
- 현실감 없는 공포물에 아쉬움을 느꼈던 분
- 귀신 그 자체보다는 기괴하고 일본풍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

* 이 책은 출판사 현대문학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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