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개의 단편집들이 모두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으며, 소재의 다양함과 독창성이 더해져 읽는 재미가 있었다.
교수대 위 까마귀ㅡ
미술관이라는 한정 된 공간과 제한 된 인원 안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 추리 단편집이다. 용의자가 다섯 명도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사건이 전개되며, 그만큼 밀도 높은 추리가 돋보인다.
주인공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마치 코난을 떠올리게 한다.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트릭 속에서도 차근차근 단서를 모아 추리를 전개하고, 마지막에 모든 사건을 한 번에 엮어 결론에 이르는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코난이 글로 쓰인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감이 뛰어났다.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이 교수대라는 점 또한 작품에 섬뜩한 분위기를 더한다. 도대체 어떻게 살인이 가능했을지 궁금해지고,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직접 추리를 시도해 보았지만 번번이 예상을 빗나갔다.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 편마다 처형 기구를 중심으로 한 단편집을 써보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실제로 출간된다면 매우 기대되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서핑 더 비어ㅡ
어린 시절의 기억을 회상하며 사건이 전개되는 작품이다. 회상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스며들게 된다.
특히 ‘서핑’과 ‘맥주’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묘사가 인상적이어서, 마치 직접 그 공간에 함께 있는 듯한 몰입감을 주는 작품이다
폭염ㅡ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 과거, 현재, 영화 속 내용, 자신이 쓴 시나리오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미스터리한 사건이 전개된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흐려질수록 더욱 미스터리해지고 몰입감을 준다.
1300℃의 밀실ㅡ
단편들 중에서도 유독 가장 기대했던 작품이었다. ‘1300℃‘와 ‘밀실’이라는 키워드만으로는 도무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품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참신한 설정과 전개로 끝까지 흥미롭게 읽혔다.
성폭력 고발 이메일을 계기로 사건을 추적하던 주인공은 살인사건과 마주하게 되고, 그 과정을 추리해 나간다. 특히 자폐를 가진 등장인물이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설정이 인상 깊었으며, 이로 인해 이야기가 더욱 독창적으로 다가왔다.
* 이 책은 출판사 나비클럽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