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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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왜 그렇게 팔려대나 했더니 이유가 있었다. 5장도 읽지 않았는데 빨려들어가서 결국 새벽 4시까지 완독. 재미도 있고 작품성도 있는 좋은 작품이다.

날 때부터 타고난 상처. 그 상처를 치유해 가는 방법이 무엇인지 몰라 남을 상처주고 아프게 한다. 그래서 스스로 상처를 만들고 더 많이 아파한다. 자기가 가진 상처를 알고 인정하고 치유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성장의 모습과 서로를 향한 뜨거운 사랑이 보였다. 부모 자식 간의 사랑, 친구 사이의 사랑, 연인과의 사랑, 이웃과의 사랑, 삶에 대한 사랑. 우리의 인생 속에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랑들이 조명되고, 그 사랑이 갖는 어두운 면 또한 드러난다. 그래도 사랑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작품의 배경이 우리에겐 드문 아프가니스탄인 점도 이 점을 극대화시킨다. 우리의 굴곡진 현대사와도 비슷해보이기도 하는 아프가니스탄. 그런 뒤틀린 역사 속을 걸어가야하는 개인은 서로를 사랑하고 상처를 치유할 시간도 부족하다. 더 뒤틀리고 얽히며 시련이 계속된다. 역설적으로 이런 상황이 더 깊은 내면의 성장을 이뤄내고 평범한 성장소설에서 벗어나게 한다. 더 슬픈 건 아프간의 비극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 읽고 나니, 삶이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커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육신은 성장을 거쳐 노화로 들어갈 지 몰라도, 마음은 육신을 내려놓는 그 순간까지 성장해가는 것이다.

기대치 않았는데 너무 좋아서 선물받은 기분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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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동문선 현대신서 50
피에르 쌍소 지음, 김주경 옮김 / 동문선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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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다 읽고나서 이게 1이고, 2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글자 하나하나에도 민감한 편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다.

느리게 살기는 최근들어 더 각광받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 속의 느리게 살기란 일단 다 이뤄놓고, 혹은 이루지 않아도 가진 사람들이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치로 보인다. 먹고 살아야하는 사람에게 느리게 살기란 딴나라 이야기이다. 열심히 살아야 한단 말이다!

게다가 이 책이 아름답다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느리게 살기는 과거의 추억 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그것는 과거이기에 아름답게 느껴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 시절을 지나올 때 과연 그렇게 행복하고 여유로웠을까? 아마 지금의 시절도 지나가면 그래도 그때가 좋았던 시절로 기억될 것이다.

다만, 왜 바쁘지 모르게 바쁘게 살고 있는 정도가 되면 한번 멈춰 서서 돌아보는 느리게는 의미가 있다. 학생 때 원래는 A라고 목적을 이룰 수단으로 B를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공부하다보면 A는 잊어버리고 B에만 집중하다가 도대체 뭐하고 있는거지 하고 순간 서버린 적이 있었다. 사실 행복하기위해 일하고 취미도 즐기도 사랑도 하고 하지만, 어느 순간 수단이 목적을 전도할 때가 분명 온다. 사람은 단순하니까. 그럴 때는 느리게 삶을 돌아보는 것이 의미가 있고, 꼭 해야한다.

그러나 일상을 느리게 살며 세세한 관찰을 하고 그 속에서 기쁨을 찾는 것은.... 그래, 하면 좋지. 근데, 그래선 먹고 살 수 있겠어? 꼭 그게 아니어도 인생은 멋진 것들도 가득 차 있으니, 열심히 바쁘게 살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바쁜 와중에 느림이 의미가 있다. 최소한 나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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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의 정원 - 바깥의 소설 30
가브리엘 루아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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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희망을 쫓아 온 삶. 그동안의 것을 버리고 낯선 곳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울까. 희망이 있기에 시작했고 누군가는 성공이라 부르는 것을 거머쥐지만, 그 과정은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모든 과정을 패스하고 열매만을 쥐는 건 안되니까. 현재만 보고 부럽다 할 것은 아니지. 작가에 대해서도 책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책 읽어서 제목만 보고는 사색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예상 밖. 직접 이민의 경험은 없지만 해외에 많은 이민자를 보낸 나라의 국민으로써 이민사에 대한 작품들을 그동안 읽어왔어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낯선 이의 파고듦. 원주민들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 같다. 그들이 가져오는 새로움과 불안을 마찬가지로 느껴야했겠지. 끝까지 희망적 색채를 잃지 않으려 애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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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권택영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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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롤리타 컴플렉스라는 말은 요즘은 연예기사에서 가끔 보였던 것 같다. 소녀시대와 원걸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걸그룹 전성시대를 만들어가는 초창기 무렵, 대세는 걸그룹이라며 맨 끝에 한두줄 정도로 남성들의 롤리타컴플렉스를 자극하는 것이냐는 그런 기사의 한줄에서. 올해의 독서 계획은 고전 많이 읽기인만큼 이 책도 그 일환의 하나로 구매했지만, 롤리타가 도대체 어떤 것이기에 그런 현상의 하나를 대표하는 말이 되었을까라는 궁금증도 그 원인의 하나였다.

현재 읽어도 상당한 충격과 센세이션. 나, 나름 다양성을 인정하며 사람의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다며 정당성은 아니어도 타당성을 보려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믿고 싶은데, 글쎄 그 타당성이라는 걸 어디까지 수용해야할 것인가의 의문에 든다. 연예소설이고 험버트씨의 마음은 그래, 첫사랑에 목메다는 어린 소년과 같다. 두근거리고 욕망에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롤리타의 비유를 맞추고자 최선을 다하고 그녀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감탄하고, 그녀를 놓칠까봐 불안해 미치겠는 그의 심리상태가 너무 잘 드러나 있다. 근데 상대는 12살 여자아이이고 험버트씨는 중년의 아저씨, 심지어 엄마의 남편이라는 거지. 이런 사건에 뉴스나 신문에 나왔다고 하면, 나는 비난을 할 것이 뻔하며 이런 식의 성범죄를 어떻게 예방해야할 것인가라는 대안 찾기에 열혈 지지를 보낼 것이다. 근데, 나 약간 설득 당해서 그를 비난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도덕이란 게 무엇이고 사랑이란 게 무엇일까. 물론 롤리타의 어린시절을 앗아갔다는 건 비난하지만, 뭔가 맹비난이 안되서 스스로 내면적 혼란에 빠져있다. 이런 인간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혼란스러워하는 내가 지금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선 대단한 소설이긴 한 것 같지만, 정상적인 도덕관념을 가진 사람은 상당한 거부감을 가질만한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충격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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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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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작가이며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나는 처음 만나는 분. 보통보통 해서 어떤 식으로 글을 써내는가 흥미가 있었는데, 아아 하고 왠지 말려든 기분. 처음에는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처럼 여행기를 단편적으로 엮어놓은 것인 줄 알고 읽었다. 여행기가 아닌 건 아니지만, 일반적인 기행 서적도 아니고, 여행의 안내자도 다양해서 초반부를 읽을 때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이냐 하고 좀 혼미. 섬세한 감수성과 시선으로 여행이 가지는 의미를 고민해주었다, 나 대신. 그저 떠나는 것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거기서 얻어야만 하는 것들에 대한 고찰이 심오해서 그 동안의 물리적 여행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했다. 삶이라는 시간 안에서 꼭 무언가를 항상 얻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겉으로 부리는 허세와 잠깐 사탕같은 순간적인 맛에 빠져서 겉은 뚱뚱하고 속은 영양불균형으로 지속되어가는 것일지 모른다는 불안감 문득. 각 편마다 그냥 지나쳐갔던 것들을 대하는 방법을 하나씩 알려줘서 배울 점도 많았던 소설. 그의 민감성과 유리알같은 감수성에 말려든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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