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요미즈 무대에서
남희영 지음 / 바움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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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요미즈데라는 교토의 유명한 절이다. 오사카에 있던 시절 여러번 갔던 곳이라 나에게도 친숙하다. 사시사철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곳이긴 하지만, 특히 요즘처럼 벚꽃이 필 무렵과 가을 단풍이 아름다울 때 더욱 붐빈다. 절벽 끝에 위치한 키요미즈 데라는 멀리서 보면 그 모습이 참 신기하다. 막상 올라가보면 교토 시내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이 좋다. 하지만 <키요미즈 무대에서>를 보면서 알게 된 사실이라 키요미즈데라는 자살하러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 높이가 대단하니 그럴 법도 하단 생각이 든다. 

 

<키요미즈 무대에서>는 태원, 용건, 미코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남희영 작가의 소설이다. 유독 고독한 세 사람은 우연을 인연으로 만들어간다. 그러나 그들의 밑바닥에 깔린 고독의 그림자는 진하다. 서로를 의지하는 듯 하면서도 스스로의 고독에 빠져든다. 모두 성공한 삶을 열심히 꾸려왔지만 그 이면에는 불안이 존재해왔다. 열심히 살았기에 더 불안한 사람들이다. 용건과 미코의 딸 수지의 죽음은 평온하게 흘러가고 있던 그들의 삶을 흔든다. 끊었던 인연을 다시 되짚어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사실 잘못된 것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과거를 되짚는다고 해서, 현실을 피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작가는 과거과 현실의 이야기를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은 참 열심히 살아왔다. 불평하기보다는 열심히 사는 것으로 그들의 현재를 대신했다. 그러다보니 놓쳤던 것이 바로 자신에 대한 연민과 용서인 것 같다. 열심히 살았다고 해서 꼭 좋은 보상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라는 걸 머리 속으로 안다. 그러나 절망적 상황이, 어쩔 수 없는 절망이 내 인생에 던져진다면 스스로를 용서 못하고 더 구석까지 몰아댄다. 자신을 몰다못해서 항상 옆을 지켜준 소중한 사람까지 몰아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지 말아야 하지만, 그래선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그런 실수와 잘못을 소설 속 주인공들도 한다. 그리고 끝의 순간, 스스로를 상처주다 못해 소중한 사람까지 상처주는 순간, 그들은 다시 자신과 화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간다.

힘들 때 너무 자신을 몰아세우지 않아야 함을 우리는 안다. 우리가 열심히 했음을 우리는 안다. 결과가 비록 절망이더라도 열심히 한 우리에게 위로와 화해를 먼저 청하자. 스스로를 비난하는 것은 가슴아프니까. 그리고 옆에 있어준 소중한 사람까지 상처주는 것은 더 가슴아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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