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꽃
이인화 지음 / 동방미디어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역사책인줄 알았다. 몽고에 지배를 받던 시대의 이야기가 소설이 펼쳐진다는 것이 좀 낯설었다. 이름도 몽고식의 이상한 외국소설같은 느낌의 발음으로 막 써져있었고, 본문아래에는 한자로 된 주석이 막 달려있고 말투도 상당히 옛스럽고... 사실 겁을 좀 먹었었다. 하지만, 읽어보니, 그냥 사람사는 얘기였다. 시대적 상황이 좀 낯설었을뿐이다.

단편집이었는데, 앞의 세가지 얘기는 몽고시대의 사랑이야기, 뒤 두가지는 몽고와 관련된 에피소드같은 이야기. 아무래도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제목으로 쓴 하늘꽃. 역사서 한줄을 기반으로 이런 소설을 썼다는 것부터 좀 놀라웠지만, 그냥 얘기자체가 재미있었다. 특히, 쏠마라는 인물이 흥미있었는데, 도대체 이 여자는 나얀을 사랑하긴 했던걸까하는 생각이 읽는 내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사랑않았을거라는 판단을 더 강하긴했지만, 나얀의 쏠마에 대한 사랑을 보면, 이 여자도 사랑했을거야 라고 믿고 싶어졌다.
뭐, 사실, 그녀에게 있어 나얀은 누군가를 대신할 상대였고, 그녀의 사랑이 다시 돌아오자, 아주 냉정하게, 그를 버리고 말았지만... 마지막에 그를 다시 찾은 것은 한때 남편이었기때문에, 죄책감도 좀 있고 해서 찾아온 듯하지만... 그녀의 배신조차 믿고싶지 않아 잘못된 기억을 믿어버리는 나얀의 모습을 보면, 참 안타깝다. 그의 말대로 삶이란 그저 업일뿐인데... 그래도 잊지못하고, 결국 그녀를 따라가는 그의 모습은 하늘꽃 다음의 단편들을 읽는동안에도 나의 신경에 계속 흐르고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계속 궁금했는데, 이 작가는 왜 몽고를 배경을 선택했을까. 뭐, 지역으로 고려이기도 했지만.. 그렇지만, 표현이라든가는 거의 몽고적 분위기였다고 계속... 이 사람에 있어 몽고를 어떤 의미일까. 초원의 걷는 남자 를 보면, 작가있어 몽고는 또다른 그가 살고 있는, 그와 영혼의 교류를 하고 있는 공간으로 보인다. 말입술꽃 도 그렇고... 작가의 약력으로는 별로 몽고와 관련이 없어보이는데...

지난번에 제목이 기억이 안나는 인도 소설같은 한국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소설은 인도에서의 2년간(확실하지 않음)의 체류경험을 바탕으로 독특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었다. 나는 처음에 번역서인줄 알았다. 이 책하고 약간 비슷하지 하지만... 전에 읽은 소설은 인도에서 작가가 생활하면서 부딪치는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면, 이거는 여행과, 도서관에 찾은 정보들을 바탕으로 많이 공부해서 꾸며낸 거라는 점에서 다른 것 같다.

나는 한국 소설은 한국에서 일어난, 한국적 정서만을 표현한다고 믿어왔다. 이상한 고정관념이지. 지난번 소설을 읽고는 '오 특이한걸'이라고, 이거 하나 정도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거까지 읽고는 '내가 바보였구나'하고 생각했다. 요즘은 이런 소설도 꽤 있나보다. 이런거는 여행기나 있는줄 알았더니만.... 나의 고정관념을 깨주어서 고마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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