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뒷골목 엿보기
홍하상 지음 / 청년사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확실치는 않은데, 아마 예전에 한번 읽은 것 같다. 그때 굉장히 재미없게 읽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에 읽은 것 같은데 별로 읽을 책이 없어서 다시 읽기로 했다. 고등학교 때는 내용은 별로 재미없고, 말투는 젊은 척하려 애써서 안쓰러웠던 책으로 기억된다. 책은 모르는 것을 알기위해 보는 것도 되지만, 생판 모르는 내용으로만 된 책은 답답하고 어렵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고 그 대상에 지식이 조금 쌓이면 재미없게 느껴졌던 책도 꽤 재미있게 느껴지곤 한다.

이 책이 딱 그런 경우다. 책이 좀 오랜 거라, 썩 재미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본의 문제, 역사에 대해 가볍게 알 수 있어서 괜찮은 것 같다. 그리고 작가가 스스로 일본통이라고 자처할만큼, 일본에 대한 경험이나 공부가 꽤 많은 것 같다. 이 책은 기행문으로 쓰여져 있는데,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나 서술이 꽤 민족주의적이다. 뭐, 일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인지도 모른다. 일본의 역사는 한국으로 시작되었다. 일본이라는 국가의 형성에 신라, 백제가 큰 영향을 주었다는 얘기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물론 나도 이 역사적 사실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그런 우월감이 어디서 온 것이냐 하는 것이다. 사실, 우월감이라기 좀... 위로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하여간 이런 심리는 지금 우리가 일본보다 못하다는 생각에서 오는 것 같다. 과거의 식민지 역사도 물론 크게 한 몫을 하고, 일본측의 역사 조장도 한 몫을 한다. 그렇지만, 젊은 세대의 인식은 현재 상황에 대한 위로라는 측면이 더 큰 것 같다.

미국이나 유럽에 대한 인식도 비슷한 면이 있다. 우리가 구미의 사람들에게 역사적으로 큰 것을 준 건 별로 없지만, 현재의 유교나, 동양 의학, 태권도 뭐, 이런 거. 현재 서구 문화의 대체 요소로 크게 각광받고 있는 우리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도 비슷한 것이 아닐까? 우리가 걔들한테 굉장히 큰 영향을 주고 있고 우리가 전체적으로 우월하다고 느껴지면, 별로 신경을 안쓰지 않을까? 생각해 보니 좀 복잡하다.

하여간에 이런 것에서 벗어나려면 우리 나라에 더 잘되는 길 밖에는 없는데, 열심히 살아야지. 그리고 책 읽다 좀 걸린 거 하나 더. 민단 측에 대한 일방적 옹호. 그렇게 많이 나타나 있지는 않지만, 간간히 조총련계 사람은 같은 나라 사람취급을 안하려고 하는 경향이 보여서 확 거부감을 느꼈다. 그 책 써서 어디 정치계에 팔아먹을 수 있는 내용도 없던데 왜 그렇게 신경을 썼지? 북에서 집안에 해 끼친 적 있나.

그리고 사실, 민단보다 조총련계 재일 교포가 더 많은데, 민단 쪽이 더 많은 것 처럼 묘사한 것도 좀 웃기고. 자신이 옹호한다면 사실을 조장해도 된다는 건가. 하긴, 책이야 책쓰는 사람맘이지. 교과서도 아닌데.. 좀 오래된 책이라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딱히 할 일이 없을 때 시간 때우기로는 괜찮다. 글투로 지루하지 않고, 내용도 생활적인 면이 많고, 학술적이라고 해봤자 간단한 소개정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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